Rainbow Bible Class

“마음으로 읽는 시편 19편”

변상봉 목사

 

[이 글은 내 제자인 변상봉 목사가 시 19편을 묵상하고 쓴 글입니다. 변 목사는 대학에서 불문학을(B.A),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M.Div.)에서 신학을, 미국 캘빈신학대학원(Th.M.)과 텍사스 크리스천대학교(Ph.D. Cand.)에서 구약학을 전공하고 귀국하여 현재 서울대 UBF 지도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시편 19편은 시인의 강렬한 개인적 감정(emotion)을 드러내는 서정시(抒情詩, lyric)입니다. 이 시의 저자는 다윗입니다. 다윗은 이 시를 통해 하나님을 노래하고 하나님을 향하여 춤을 춥니다. 시편 19편은 이처럼 다윗을 노래하며 춤추게 한, 하나님을 향한 그의 기쁨과 즐거움을 우주적 선율에 맞추어 표현한 시입니다. 이 시편을 깊이 묵상한 C. S. 루이스는 이 시가 얼마나 그의 심금을 울렸던지, 그의 책《시편 묵상》(Reflection on the Psalms)을 통해 “시편 19편을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위대한 서정시들 중의 하나라 하였습니다.”(Psalm 19 is the greatest poem in the Psalter and one of the greatest lyrics in the world.).

 

이 시가 서정시라 해서 감정만 넘치는 것은 아닙니다. 시인은 넘쳐흐르는 감정을 아름다운 빛(light)과 화려한 곡조를 띤 언어(language)의 이미지들로 곱게 옷을 입힙니다. 그래서 이 시편은 마치 아주 고운 한복을 입은 듯 빛과 언어와 기쁨(joy)의 이미지들로 곱게 입혀진 한 편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이러한 시편 19편은 온 온주에 빛나는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며 노래하는 하늘 오케스트라 합창(1-4a)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이어서 하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큰 소리를 발하며 힘차게 달리는 태양(해)을 따라 시인은 즐겁게 춤을 춥니다(4b-6). 이러한 시인의 영혼을 밝게 비추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시인은 말씀을 통해 창조주이시자 구속자이신 하나님과 친밀한 조우(encounter)를 합니다(11). 시인은 이 하나님께 두 손을 모아 자신의 마음, 곧 마음(심장)을 바치는 간절한 기도를 올려드립니다(12-14).

 

1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의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

2 날은 날에게 말하고

            밤은 밤에게 지식을 전하니

3 언어도 없고 말씀도 없으며

            들리는 소리도 없으나

4 그의 소리가 온 땅에 통하고

            그의 말씀이 세상 끝까지 이르도다

   하나님이 해를 위하여

            하늘에 장막을 베푸셨도다

5 해는 그의 신방에서 나오는 신랑과 같고

            그의 길을 달리기 기뻐하는 장사 같아서

6 하늘 이 끝에서 나와서 하늘 저 끝까지 운행함이여

            그의 열기에서 피할 자가 없도다

7 여호와의 율법은 완전하여 영혼을 소성시키며

             여호와의 증거는 확실하여 우둔한 자를 지혜롭게 하며

8 여호와의 교훈은 정직하여 마음을 기쁘게 하고

            여호와의 계명은 순결하여 눈을 밝게 하시도다

9 여호와를 경외하는 도는 정결하여 영원까지 이르고

            여호와의 법도 진실하여 다 의로우니

10 금 곧 많은 순금보다 더 사모할 것이며

            꿀과 송이 꿀보다 더 달도다

11 또 주의 종이 이것으로 경고를 받고

            이것을 지킴으로 상이 크니이다

12 자기 허물을 능히 깨달을 자 누구리요

            나를 숨은 허물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13 또 주의 종에게 고의로 죄를 짓지 말게 하사

            그 죄가 나를 주장하지 못하게 하소서

     그리하면 내가 정직하여

             큰 죄과에서 벗어나겠나이다.

14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구속자이신 여호와여

             내 입의 말과 마음의 묵상이 주님 앞에 열납되기를 원하나이다.

 

 

이 시를 제대로 음미하고 만끽하기 위해서는 가슴을 열어야 합니다. 머리가 아니라 마음과 심장으로 읽어야 합니다.

 

시인은 높은 산에 올라갔습니다. 그는 양떼구름 너머로 끝없이 펼쳐지는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상상력의 날개를 펴서 거대한 허블망원경으로 우주 곳곳을 살펴보았습니다. 우주는 시인에게 파노라마 전경을 펼쳐 보입니다. 우주는 살아 숨 쉬는 듯 했고, 의인화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시인의 가슴은 쿵쾅! 쿵쾅! 뛰기 시작합니다. 하늘은 시인의 심장소리에 화답하듯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하늘의 노래는 인간 육체의 귀로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의 언어가 아닙니다. 오직 마음으로 열고, 심장으로 들을 때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하늘 언어, 천상의 언어입니다.

 

하늘은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합니다. ‘선포한다’는 말은 영어로 ‘자세히 말한다’는 뜻의 ‘recount’입니다. 하늘은 단순히 천둥치듯 큰 소리로 ‘하나님의 영광!’하고 외치는 것이 아닙니다. 창조주 하나님이 친히 그 손으로 하신 영광스러운 천지 창조(창1:1-25)와 우리 인간을 만든 이야기(1:26-31, 2:4-25), 그리고 우리 인생들에게 베푸신 그 분의 은혜롭고 정의로운 구속의 스토리를 마치 방금 본 영화의 줄거리와 감동을 미처 보지 못한 친한 친구에게 신나게 이야기 해 주듯이 자세히 말해 주는 것입니다. 이 하늘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면, 하룻밤, 이틀 밤을 꼬박 세워도 끝없이 계속되는 이야기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시인에게 하늘은 살아있는 정겨운 친구들입니다. 그들은 시인에게 친절할 뿐만 아니라 서로 간에도 사이가 좋습니다. 오늘 하루의 낮은 다른 하루의 낮과 즐겁게 대화를 합니다. 수많은 별들로 수놓아진 아름다운 어느 하루의 밤도 그 다음날 밤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낮과 밤이 번갈아가며 하는 대화는 돌림노래 소리처럼 들립니다. 그들의 대화는 곡조를 뛴 노래입니다. 그야말로 청중을 사로잡는 환상적인 뮤지컬입니다. 어느새 온 우주만물이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동원한 초대형 우주 합창단을 형성하여 낮과 밤의 노래에 동참합니다. 그 노래 소리가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적이며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지, 시인의 심장을 큰 북을 치듯 둥!둥! 치며 땅 끝까지 날아갑니다(4).

 

제 1 악장이 끝났습니다. 무대가 조용해졌습니다. 온 하늘을 두루두루 살피던 시인의 시선이 갈릴리 호수 위로 드러나는 여명을 주목합니다. 제 2 악장이 시작되었습니다. 드디어 태양이 호수를 붉게 물들이며 조금씩 그 영롱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한순간에 휘영청 떠오릅니다. 마치 장막 생활을 하던 형제가 아름다운 믿음의 가정을 이룬 후 그 신방에서 넘치는 기쁨으로 힘차게 걸어 나오는 모습 같습니다(4b-5a). 이 태양은 억누를 수 없는 기쁨의 찬란한 이미지들을 쏟아내며 무대 한복판에 마련된 출발선에 서서 달리기 시작합니다(5b). 마치 큰 소리로 “할렐루야! 전능의 주가 다스리신다!”하며 헨델의 메시야 찬양이 울려 퍼지는 것 같아,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습니다. 시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태양을 열렬히 응원합니다. 태양은 그 스태미나가 얼마나 좋은지, 하늘 이 끝에서 하늘 저 끝까지 마치 천하장사의 힘으로 전력질주를 합니다.

 

태양의 열기가 온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집니다(6). 얼음장 같이 차갑던 사람들의 가슴이 녹아내립니다. 어둡던 그들의 내면이 밝아옵니다. 슬퍼 울던 이들이 새신랑 같은 기쁨을 얻게 됩니다. 무기력한 인생들이 천하장사 같은 힘을 얻고 독수리의 날개침 같이 힘찬 비상(飛上)을 합니다. 깨어진 가정에 하나님의 따뜻한 사랑의 열기가 전해집니다. 이 하나님의 사랑을 머금은 아빠가 한 가정을 비추는 태양이 되어 아내를 따뜻하게 안아줍니다. 자녀들에게 큰 기쁨과 비전을 줍니다. 가정이 회복되고, 온 나라, 온 세계가 하나님의 영광을 보게 됩니다. 이 영광의 빛에서 소외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달리기 시작합니다. 선두에 선 태양을 따라 태양처럼 즐겁고 힘차게 달립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아름답고 기이한 복음의 빛을 온 세상에 전하며 땅 끝까지 달려갑니다. 어느새 모두가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찬양하는 하늘 오케스트라 합창단의 멤버가 되었습니다.

 

제 2 악장이 끝나고, 시인은 갑자기 렌즈의 초점을 급격히 줄이기 시작합니다. 그는 하나님의 말씀이 기록된 성경에 그의 시선을 고정시킵니다. 성경을 펼치는 순간 하늘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는 하늘의 언어를 인간의 언어로 번역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성경은 하늘이 선포한 창조주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창조 행위와 은혜롭고 정의로운 구속의 이야기들을 끝없이 적어놓았습니다. 곳곳에 정결하고 진실하고 의로운 진리가 별처럼 반짝였습니다(9). 시인의 마음은 기뻤고, 눈이 밝아왔습니다(8).

 

밝은 눈으로 자세히 보니, 기록된 말씀이 다 단순한 문자가 아니었습니다. 음표가 붙어 있습니다. 그 문자들은 곡조를 띤 아름다운 가사입니다. 마치 하늘을 달리는 태양처럼 시인의 가슴 한 복판을 역동적인 힘으로 시원하게 달려갑니다. 말씀은 밝게 빛나는 태양빛 순금으로 가득한 금광 같습니다(10). 곳곳에서 빛나는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자운지요? 아름다운 빛의 축제를 보는 듯 했습니다. 말씀을 먹어보니 맛이 얼마나 달고 오묘한지요? 지친 영혼을 회복시키는 송이꿀 같습니다(10). 시인의 영혼은 말씀으로 큰 기쁨을 얻으며 소성케 되었습니다(7a). 우둔한 머리에 하늘의 지혜가 풍성하게 공급되었습니다(7b). 이때 시인은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고 순종하며 사는 길이 하나님께 큰 상을(great reward)을 받는 길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11). 시인은 허리를 동이고, 말씀을 따라 일생을 태양처럼 즐겁고 힘차게 달리기로 결심하였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즐겁고 힘차게 달리던 어느 날, 시인은 드디어 창조주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시인과 창조주 하나님의 인격적인 조우가 성경 말씀을 통해서 이루어졌습니다. 사모하던 하나님을 만난 시인은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가슴이 뛰고, 심장이 쿵쿵거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내 너무나 밝게 빛나는 하나님의 영광의 빛이 시인의 영혼 속, 깊이 감추어진 은밀한 허물까지 비추었습니다. 하나님의 밝은 빛 아래 드러난 자신의 영혼의 실상은 참혹하였습니다. 악하고 추하며, 깨지고 찢어진 내 참 모습에 깊이 절망하였습니다. 죄를 미워하시는 하나님의 분노가 느껴졌습니다. 하나님의 심판에 대한 두려움으로 심장이 조여 들었습니다.

 

시인은 할 수만 있으면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베드로처럼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를 죄인이로소이다”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눅5:8b). 그러나 태양처럼 빛나는 하나님의 영광의 빛을 피할 곳이 없었습니다. 시인은 죄의식과 심판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통하며 탄식하였습니다. 하늘과 태양을 보며 기뻐 춤추던 시인의 가슴에 한없는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그는 밤마다 울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던지, 눈물이 시내를 이루어 침상을 띄우며 요를 적셨습니다(시6:6). 시인은 자신의 허물을 낱낱이 고백하였습니다(12a). 마음으로 음욕을 품은 죄를 비롯해서 무의식중에 지은 죄까지 다 자백하였습니다(12b). 그는 자신이 죄인임을 고백하였습니다. 애통한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불쌍히 여겨 주시도록 뜨거운 회개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시인은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겸손히 엎드려 자신을 ‘주의 종’이라고 말했습니다(11a, 13a). 그는 자신의 영혼을 죄에서 구원해 주시도록 간구하였습니다. 결코 고의로 죄를 짓는, 교만한 자가 되지 않도록 기도하였습니다(13).

 

망원경 렌즈의 초점은 더욱 좁혀져 이제는 기도하는 한 연약한 인간에게 맞추어집니다. 14절에 나오는 신앙고백과 기도가 이 시의 클라이맥스입니다. 시인은 하늘과 태양,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로운 성품에 대한 신뢰와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하나님께서 그의 기도를 들으셨음을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 하나님을 “나의 반석이요 나의 구속자”라고 고백하였습니다. 시인은 이제 이 신앙고백위에서 자신의 간절한 소원을 아룁니다. “내 입의 말과 마음의 묵상이 주님 앞에 열납되기를 원하나이다.” 하늘 오케스트라의 멤버가 된 시인은 자신의 입으로도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찬양하고 싶어 합니다.

 

입으로 나오는 말은 마음의 열매입니다. 아름다운 찬양을 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잘 가꾸어야 합니다. 청년들의 마음이 육신의 정욕으로 더럽습니다. 세상 쾌락에 대한 묵상으로 가득합니다. 이기적이고 시기심 가득한 내면으로 심장을 썩어가게 합니다. 그들은 날마다 정결한 하나님의 말씀을 주야로 묵상해야 합니다. 죄를 깨닫고 예수님의 십자가 앞에 나아가 그 피로 주홍 같은 죄를 씻을 때 새벽이슬 같은 주의 청년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과 이웃을 사랑으로 마음, 그리고 예수님의 아름다운 인격과 고결한 삶을 묵상하는 마음을, 하나님은 받으십니다. 이러한 마음에서 그 입(술)을 통해 나오는 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를 여호와 하나님은 열납하십니다(엡5:19).

 

드넓은 하늘과 이 하늘을 가로질러 달리는 태양에서 시작된 시인의 노래는 거룩한 하나님의 말씀을 지나, 시인의 마음, 곧 시인의 심장에 도달해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시인의 마음에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는 하늘의 찬양소리와 태양의 따뜻한 열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순금처럼 빛나고 송이 꿀처럼 단 하나님의 말씀이 새겨져 있습니다. 시인의 마음은 죄 사함을 받은 기쁨으로 넘쳐납니다. 그의 심장은 주님을 만난 기쁨과 감격으로 뛰고 있습니다. 시인은 그의 입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며 그의 마음을 주님께 드리고 싶어 간구합니다. “나의 입의 말과 마음의 묵상이 주님 앞에 열납되기를 원하나이다.” 시인처럼, 나의 입도 하나님을 찬양하기 원합니다. 내 심장도 큰 북을 울리며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기 원합니다. 주님, 내 마음, 내 심장을 받아주소서!

 

Charles Bridge, Old Town, Prague. photo by Chris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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