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짧은 글: "MTD 유감"

2010.07.29 04:01

류호준 조회 수:7564

 MTD 유감


Christian Smith and Melinda Lundquist Denton, Soul Searching: The Religious and Spiritual Lives of American Teenager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05)이란 책에서 저자들은 MTD라는 약자성어(略字成語, acronym)를 만들어 냈다. 미국의 십대 아이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종교관 신앙관을 MTD라는 약어로 표현한 것이다. 


MTD = Moralistic Therapeutic Deism


한국어로 “도덕적 치유적 이신론(理神論)”이라고 직역할 수 있다. 설명하자면 미국 십대의 종교 신앙관은 도덕적인 문제와 마음의 치유를 중요시하며, 그들이 믿는 신은 사람을 귀찮게 하거나 간섭하는 신이 아니라, 인간에게 모든 것을 맡겨두는 마음씨 좋은 신이다. 십대들이 믿는 신이 그런 종류의 신이고 이런 종류의 신관을 가리켜 전문적인 용어로 ‘이신론(理神論)’이라 부른다.


첫째로, 도덕적인 것을 신앙의 중요 주제로 본다. 신앙은 은혜니 구원이니 하는 주제보다는 도덕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도덕적이라 함은 옳은 것과 잘못된 것들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는 것이 종교이고, 사람은 결국 마땅히 받아야할 것을 받게 된다는 가르침이 종교의 주된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그들은 교회에 나간다.


둘째로, 미국 십대아이들의 신앙관은 종교의 치유적 측면을 중요시한단다. 종교나 신앙은 결국 여러분을 행복하게 만들고 기분 좋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뜻이다. 그들은 ‘죄’니 ‘심판’이니 하는 용어를 싫어한다. 신앙생활의 중요한 목적은 마음의 상처가 치유 받는 일이고 마음의 평정과 평온을 얻기 위한 일이다. 애완견이나 고양이의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듯이, 그들도 그런 스타일의 신앙 분위기를 바란다.


이런 도덕적이고 치유적인 성향이 그들의 신관(神觀)에도 반영된다. 아니 그들의 신관(이신론)과 함께 그런 종교 신앙관을 갖게 되었다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여기서 ‘이신론’(理神論, Deism)이라 함은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신이란 존재가 있다는 것이다. 이신론은 신이 모든 것을 만들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 신은 우리의 삶의 시시콜콜한 일까지 관심을 두거나 관계하지는 않는 신이라는 것이 이신론이다.


그런데 이게 어디 미국의 십대들에게만 국한 되는 종교 신앙관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 한국의 신앙적 조류가 이런 방향으로 흘러간 지 쾌 오래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국의 십대는 물론이고 젊은 크리스천들이나 아니면 중년 부인들에 이르기까지 상한심령의 치유가 가장 잘 팔리는 종교적 상품이 아닌가? “긍정의 힘”과 같은 것에 몰입하는 기독교, 심리학에 물든 기독교, 손을 들고 경배와 찬양을 하면서 마음에 따스함을 느껴야만 하는 감각적 기독교인들, 도회지의 세련됨을 기독교적 문화와 동일시하는 착시현상의 크리스천들, 이런 유의 현상을 부추기고 부채질하는 각종 이벤트성 집회와 모임들과 출판사들과 몇몇 교회들과 강사들이 한국 교회 전반에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이다. 심하게 말하면 한국 교회는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사람처럼 보인다. 사실 이런 행태는 우상 숭배적이다. 왜냐하면 종교행위는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구태의연한 용어를 사용하자면 철저하게 인본주의적(人本主義)이 되었다는 뜻이다. 특별히 기분과 느낌이 중시되는 사회이며, 더 이상 하나님은 우리의 삶에 절대적 명령자가 아니기를 바란다. 그저 친근한 옆집 아저씨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따스함, 안온함, 화사한 미소와 친절, 세련된 분위기와 끝없이 흘러나오는 경건한 말들, 이런 것이 기독교일까?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좀 더 세련되고 교양이 있고, 도덕적으로 품위가 있어 보이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풍조가 어느새 깊이 파고들었다. 그러나 기독교는 도덕주의가 아니다. 그렇다고 어깨를 다독거리며 상담해주고, 상한 마음, 가슴에 파묻힌 한을 풀어내주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는 것이 기독교도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도덕적 개량이나 개선이 아니다. 그저 상한 감정의 치유만도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염을 하는 장의사다! 죽는 일이다.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나는 일이 종교와 신앙의 핵심이다. 세례를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를 위해 십자가를 지고 가야하는 것이 기독교의 본질이다.

 

언제까지 한국 교회는 나이브한 미국식 대중 종교의 꿀을 따 먹으려하는가? 본회퍼가 말한 “싸구려 기독교”, “싸구려 은혜”가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교회의 상품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제자의 길을 가려면 반드시 지불해야할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언제나 알 것인가?(영어 제목은 Cost of Discipleship이다). 예수님께서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하신 말씀이 귀에 쟁쟁하다.(독일어판의 제목은『나를 따르라』(Nachfolge)이다). MDT 유감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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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떠난 육체처럼 하나님이 떠난 교회당의 모습이 흉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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