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짧은 글 모음

daniel’s punch lines 89

 

 

[무디어짐] 대 제국의 강압적 지배아래 소수민족으로 산다는 것은 절망의 연속입니다. 애굽에서의 히브리인들의 삶이 그러했습니다. 그들은 사람처럼 대접을 받지 못했습니다. 가축처럼 부림을 받다가 쓸모없게 되면 폐기처분되곤 했습니다. 그들은 사람이 아니라 물건들이었습니다. 악질적 슈퍼 갑 바로에게 힘없이 당하고 사는 히브리 노예들의 설움을 상상해보십시오. 그들에게 희망은 아득한 신기루였고 매일의 삶은 반복되는 가축 길들이기의 연속이었습니다. 저녁에 지친 몸으로 돌아와 먹는 푸석한 밥들과 자극적 반찬들은 중노동의 긴 하루를 잊게 하는 마취제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그러나 고난의 노역도 익숙해지면 일상이 되어 버립니다. 먹을 것을 주고 일터를 제공해주는 바로가 그래도 위대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나마 그가 없다면 어디서 이런 혜택을 받고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서서히 순응해 갑니다. 야생마가 가축이 되어 갑니다. 상식도 지성도 무디어집니다. 정의와 공의, 자유와 인격과 같은 개념들은 공중에 떠다니는 유령의 소리처럼 들립니다. 오래 지속되는 고통에 익숙해진 무뎌진 양심에는 희망의 울림이 없습니다. 이게 불행의 시작입니다.

 

[구약의 시간이해] 구약의 예언자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출애굽 사건을 기억하라고 누누이 강조하였습니다. 그들의 시작”(시발점)을 기억하라는 말이었습니다. 여기서 시작이란 단순히 시간적이고 수평적 차원에서의 연대기(年代記, chronology)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수직적 차원에서 기반(基盤)이고 기초(foundation)적인 사건으로 이해하라는 뜻입니다.

 

[우체통과 기도] 편지를 발송했습니다. 가슴 아픈 사연들, 억울한 사연들, 슬픈 사연들, 외로운 사연들, 막막한 사연들, 먹먹한 사연들, 답답한 사연들, 눈물 젖은 사연들, 이 세상 어디에도 호소할 길 없어 천상의 법정 그곳에 계신 분께 보냈던 사연들입니다. 언제나 오려나? 언제까지 기다려야하나? 매일 같이 달려가 떨리는 마음으로 열어보지만 텅 빈 우체통엔 살포시 내려앉은 소복 눈처럼 지체된 기다림과 그렁그렁한 그리움만 가득하네. 기다림엔 이력이 났습니다. 기다리라면 기다리겠습니다. 오래 지체되어도 괜찮아요. 제발 수취인 거절, 주소불명이란 이름으로 반송되지 않기만을 소원합니다.

 

[겨울 창문] 창문 밖 세상엔 뭐가 일어나고 있을까? 창문 안의 세상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겨울이 잔설로 남아있긴 하지만 저만치 남쪽 소식이 들려오는 듯합니다. 어느 기다림이든 낭비된 기다림은 없을 겁니다.

 

[겨울 풍경들] 코발트 색상의 겨울 하늘이 오늘따라 유달리 높습니다. 처마 끝 고드름엔 따스한 물방울이 대롱거리고 숲 속엔 봄의 요정들이 나타났다 슬그머니 사라집니다. 이웃집 마당엔 겨울햇살이 정겹게 찾아오고 우리 집 하늘엔 청명한 겨울 공기가 춤을 춥니다.

 

[교회당과 식당] 교회당과 레스토랑은 많은 점에서 흡사합니다. 먹는 곳입니다. 잘 먹어야 합니다. 음식이 정갈하고 맛있어야 합니다. 분위기가 좋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친절해야 합니다. 주방장이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 근데 제일 중요한 것은 손님들의 건강을 생각하여 인공조미료를 쳐 넣어서는 안 됩니다. 교회나 식당이나 제발 입에 차악 달라붙게 하는 인공조미료는 사용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칼빈주의자의 고민 I] 전적 부패”(Total depravity)를 가르치면서도 온전한 거룩함”(Whole holiness)을 추구하라고 합니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요? 이 둘 사이에 끼어있습니다. “왔다갔다를 반복하고 있는 나입니다!

 

[칼빈주의자의 고민 II] 순례자의 신학을 가르치면서도 개혁자의 신학을 추구하라고 합니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요? 이 둘 사이에 끼어있습니다. “왔다갔다를 반복하고 있는 나입니다.

 

[이어폰 유감] 저만치 가는 지인을 큰소리로 불렀습니다. 대답이 없습니다. 경적을 울려대며 불렀습니다. 대답이 없습니다. 이어폰을 끼고 있었습니다. 귀를 막고 있으면 좋은 점이 많습니다. 자기만의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깐! 세상의 잡다한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니깐! 그러나 고통하고 신음하는 사람들의 소리들은 어찌할 것인가요? 시끄러워도 귀를 열어두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조크] Clean Joke는 삶을 위한 청량음료지만, Dirty Joke는 죽음의 청산가리입니다.

 

[어두운 영혼들] 쇼생크 탈출의 위선자 노턴(Norton) 교도소장, “레미제라블의 율법주의자 자베르(Javert) 경감. 그들은 주류 인생을 살았지만 긍휼의 심장이 없었던 사람들, 자신의 운명을 비참하게 결정했던 불행한 사람들, 길고 어두운 터널 속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사람들, 어두운 그림자가 얼굴과 영혼 속 깊게 드리웠던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노턴과 자베르의 어두운 얼굴은 사실은 우리 속에 들어있는 야누스적 영혼들일 뿐입니다.

 

[그대 그리고 나] 인적 드문 간이역에도 눈은 내리고, 자작나무 숲속에도 눈은 내리고, 황량한 들판에도 눈은 내리고, 고즈넉한 동네로도 눈은 내리고, 따스한 벽난로 창밖에도 눈은 내리네.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를 살포시 내려놓고 숲속으로 사라지는 요정들처럼

 

근데 겨울을 좋아했던 그대 그리고 나~” “눈은 내리고 눈은 내리고~~” 이런 노래가 입속에서 옹알댐은 어찜인가요? 가는 겨울 못내 아쉬워 그녀 소매 잡아보지만 회색빛 미소만 던지고 저만치 가는구나.

 

[제자도] 죽은 사람을 장사 지내는데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죽은 사람을 묻기 위해선 장의사와 그의 조수 몇 명 정도면 족합니다. 죽은 시체를 먹으려고 달려드는 것은 하이에나들입니다. 그러므로 장의사 노릇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은 빼놓고, 죽은 자는 그들 장의사들로 장사 지내게 하고, “너희는 나를 따르라!”는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입시다.

 

[후회] 인생에서 다시 거두어들일 수 없는 다섯 가지를 든다면? 던져버린 돌, 뱉어버린 말, 흘러간 시간, 잃어버린 신뢰, 놓친 기회.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과거와 관련이 있습니다. 후회는 가장 쓸모없는 정서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희망의 창조자입니다. 희망은 과거의 무게를 가볍게 합니다.

 

[] 친구관계는 언제나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 내가 일하는 직장이 더 이상 지뢰밭이 아니라 목화밭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십계명] 얼마 전 신앙을 갖게 된 친구를 위해 성경 책 한 권을 잘 포장해서 우체국에 갔습니다. 물론 포장한 이 소포가 무엇인지 모르는 우체국 직원이 묻습니다. “혹시 이 안에 잘 깨어지는 것들이 들어 있습니까?”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습니다. “, 들어 있습니다.” “뭔데요?” “십계명입니다!”

 

[캐나다 서부, Spirit 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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