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생활의 발견 - ICU 유감!

2006.12.06 00:29

류호준 조회 수:8237

                                                                  "중환자실 유감"

몇 일전(12월 2일), 병원에 입원해 계신 권사님 한 분을 찾아뵈었다. 호스피스 같은 병원이었는데, 병실에 들어가니 인사불성(人事不省)의 노인들과 중환자들이 산소 호흡기와 각종 주사에 의존하여 누워있었다. 병동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영문으로 된 약어가 눈에 띄었다. ICU. 그리고 친절하게 괄호에 ‘중환자실’이라 쓰여 있었다.

                                                                 ICU (중환자실)

외국생활하면서 가끔 병원에 입원한 교인을 심방하러 갈 때 병원에서 보던 글자라서 반갑기도 하고 감회가 새롭기도 하였다. ICU는 Intensive Care Unit의 약어로 문자적으로 “집중적으로 [환자를] 돌보는 병실”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한글로는 ‘중환자실’로 번역한다. 물론 중환자들은 의사나 간호사의 집중적 돌봄이 필요한 분들이다. 그런데 영어로는 ‘집중 돌봄 병실’이라 적어놓고 한글로는 ‘중환자실’이라 번역하여 사용하는 것이 왠지 그렇게 보였다.

어제 딸아이가 사용하던 로션 병들을 보다가 독특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바셀린 병이었는데, 이렇게 적혀있었다. Vaseline: Intensive Care. 바셀린은 건조한 피부에 바르는 석유 화학 제품의 젤리였는데, ‘집중 돌봄’이라는 문구가 새롭게 다가왔다. 병원에 다녀온 후라 Intensive Care라는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온 것이다. 피부가 건조하면 각질이 벗겨지거나 갈라진다. 피부건조가 심해지면 가려워 긁게 되고, 심하게 긁으면 피부가 성이 나서 병원균에 감염되기도 한다. 그래서 예방차원에서 ‘집중 돌봄’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적어놓은 문구일 것이다.  

혹시 마음이 건조하거나 영성(靈性, spirituality)도 메마르면 ‘집중 돌봄’이 필요하지 않을까? 눈물도 나지 않고, 마음의 갈증도 못 느끼고, 불쌍한 사람을 보아도 연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분명 ‘중증환자’이다. 그에게는 ‘집중 돌봄’(Intensive Care)이 필요할 것이다. 중환자의 상태처럼, 마음의 상태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 빨리 ‘입원’해야 한다.

어디에?
         "중환자실"에?  
          아니면
         “집중적으로 돌봐주는 곳”(ICU, Intensive Care Unit)에?

아무래도 좋다. 치료받고 나을 수만 있다면, ICU를 ‘집중 돌봄 병실’로 하던 “중환자실”로 하던 상관없다.        

                                                               [2006년 12월 5일]

[후기]
12월 2일에 병원에 다녀왔는데, 오늘 12월 7일 오후 5시경에 세상을 떠나셨다. 마지막 가는 길을 보러 전주까지 간 모양이 되었다. 죽음 앞에서 사람은 모두 무력을 느낀다. 흙덩어리인 인생, 아다마에서 지음 받은 아담은 언제나 인생의 단명성을 절감하면서 겸손하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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