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유감


잇몸 붓고 시린데 딱 맞는다는 어느 제약 회사의 약 선전 로고송을 들어보신 일이 있나요? 나는 아주 감명 깊게 들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흥얼대기도 합니다. 명인제약의 ‘이가탄’ 선전 로고송 말입니다. 우리 당대의 대표적 트로트 가수인 송대관과 태진아가 장단을 맞춰 흥겹게 부르는,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말입니다. 부끄럼을 타는 내 경우라도 아무도 보지 않는 데서 어깨춤을 추며 그 사람들을 따라 흥얼대기도 합니다. 어쨌건 여러분도 흥겨운 가락에 장단을 맞춰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를 흥얼거려 보십시오. 괜히 신이 날지도 모릅니다.


이 로고송을 들으면서 직감적으로 떠오르는 성경구절이 있습니다. 시편 1장 2절입니다. 행복에 관한 지혜시로도 잘 알려진 시편 1장은 이 세상에서 진짜 행복하게 사는 사람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는 여호와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 자로다“(2절). 너무 친숙한 구절이라서 이제는 밋밋하거나 아무런 울림도 주지 못합니다. 그러나 다시금 생각해 보십시오. 여기 아쉽게도 ‘묵상’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단어가 있습니다. 히브리어로 ‘하가’(הגה)인데, 이것은 단순히 눈을 감고 묵상하거나 명상하는 행동을 가리키는 단어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요즈음 유행하는 ‘큐티’하는 것도 아닙니다. ‘묵상’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원문의 뜻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신명나는 로고송입니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이 4박자 문구야 말로 "하나님의 말씀을 주야로 '묵상'하다"는 시편 1장 2절의 '묵상'이란 단어를 가장 멋지게 표현한 한국적 표현입니다.


시편 1장의 가르침에 따르면, 하나님의 말씀을 주야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것이야 말로 진짜 행복이라는 것입니다. 육질이 좋은 최상급 스테이크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입안에 넣어보십시오. 한 입 씹는 순간 스테이크의 즙이 입 안 가득 퍼지는 그 기분을 아십니까? 윤이 나도록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LA 갈비를 뜯어보십시오. 정말 죽여줍니다. 그 맛을 어디에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최상급 고기는 그렇게 즐기는 것입니다. 즉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것입니다. 씹고 뜯는 즐거움, 맛보고 즐기는 기쁨은 경험해보지 않는 사람은 모를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이렇게 먹지 않으면, 다시 말해 피상적으로 먹거나 급하게 먹으면 체해서 고생 좀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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