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역자 서문

 

류호준 목사

(백석대학교 신학부총장 겸 신학대학원장, 구약학)

 

 

에리 C. 레더,에덴의 동쪽에서: 모세오경 내러티브에 대한 문예 비평적 접근류호준 역 (서울: 개혁주의 신학사, 2012)

 

 

모세오경 전체를 대하(大河) 이야기로 읽을 수 있을까? 전통적으로 이런 질문은 하지 않았습니다. 오경을 개별적인 책들의 모음 정도로만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본서의 저자 에리 레더 박사는 오경을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그런 주장을 매우 설득력 있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야기인즉 이렇습니다. 첫 인류 아담과 하와는 위대한 왕의 정원인 에덴동산에서 그분의 복 주심 안에서 행복하게 살도록 지음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하나님의 지시와 교훈과 가르침을 거역하게 됨으로 에덴동산에서 추방됩니다. 하나님의 제사장적 공동체의 원형으로서 아담과 해와는 신성한 공간인 에덴동산을 더럽혔고 그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임재로부터 추방된 것입니다. 그 때부터 인류는 방랑자처럼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 땅에 대한 간절한 기다림이 시작된 셈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저자는 하나님의 임재”(God’s Presence)로부터의 추방을 오경신학의 중심 주제어로 삼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임재로부터의 추방은 곧 인류 갈등과 불행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저자는 오경 전체를 이런 갈등의 지속적 전개로서 살피면서 그 갈등이 어떻게 해소되고 있는지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영문 책 제목은 땅을 기다리면서”(Waiting for the Land)입니다. 하나님의 임재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신앙공동체가 가야할 궁극적 목적지라는 것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사실 출애굽기로부터 신명기에 이르는 책들은 하나님의 제사장적 공동체로 부름 받은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 가나안을 향하여 가는 길고 긴 여정에 관한 책입니다. 그러나 땅을 기다리는 일은 창세기의 초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에덴에서 추방당한 이후로 인류는 하나님의 임재로 표현될 수 있는 에덴의 땅을 기다려 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오경 전체는 땅을 기다리는 일에 관한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광야라는 척박한 환경 아래서 이스라엘은 성막 중심의 생활을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배우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삶의 배움에서 실패합니다. 그리고 오경의 마지막 부분은 우리에게 오경 전체가 열려진 책이라는 사실을 가르칩니다. 열려진 책으로서 오경은 광야를 사는 신약 신앙공동체에게 중요한 질문을 남기면서 우리에게 깊이 생각하라고 요청한다는 말입니다. “영원한 안식의 약속의 땅을 소망하며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

 

대답은 분명합니다. 에덴의 동편에 사는 우리들, 달리 말해 광야와 같이 비우호적이고 적대적인 타향에 사는 우리들이야 말로 소망 가운데 그 땅에 도달하게 될 그 날을 기다리고 있는 광야 공동체라는 사실입니다.

 

본서의 번역에는 독특한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저자 에리 레더 박사는 나의 모교 칼빈 신학교의 구약학 정교수이며 오랜 친구입니다. 남미에서 오랫동안 수고한 베테랑 선교사 출신 교수입니다. 몇 년 전 추운 겨울 칼빈 신학교가 있는 미시간 주 그랜드래피즈 공항에서 레더 교수를 만났습니다. 나는 한국으로 오는 길이었고 레더 박사는 남미로 특강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공항 로비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가 자기의 책이 곧 출판된다는 소식을 알려주었습니다. 물론 책 제목까지 알려주었습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내게 번역해 보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나도 농담반 진담반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말에 씨가 되어 이렇게 번역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번역이 나로부터 시작되지는 않았습니다. 주현규 목사가 이 책의 번역을 하게 된 것입니다. 주 목사는 내가 칼빈 신학교로 유학을 보낸 제자인 동시에 레더 박사 밑에서 배운 레더 박사의 제자이기도 합니다. 나와 레더 박사는 한 제자를 공유하게 된 셈입니다. 레더 박사 역시 주 목사에게 이 책의 번역을 권유했고, 이렇게 해서 번역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래서 나와 주 목사가 함께 번역하게 된 것입니다. 초벌 번역은 주현규 목사가 맡았습니다. 아주 성실하게 번역했습니다. 나는 그 초벌 번역을 가지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원문과 대조하여 검토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태어나게 된 것이 이 번역서입니다.

 

이 책의 한글어 출판은 전적으로 제자 주현규 목사의 노력 때문입니다. 서강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B.A.)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M.Div.)를 마치고 미국 미시간의 홀란드에 위치한 웨스턴 신학교에서 구약학 석사(Th.M.)와 그랜드래피즈에 위치한 칼빈 신학교에서 또 다른 구약학 석사(Th.M.)를 취득하고 현재는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Knox College, University of Toronto)에서 구약학으로 박사과정을 마치고 논문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번역하면서 독자들에게 알려드릴 몇 가지 사항이 있습니다. 첫째, 원제는 땅을 기다리며지만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면서 에덴의 동쪽에서로 바꾸었습니다. 이 점은 책을 읽어가면서 분명해질 것입니다. 둘째, 하나님의 고유 이름인 신성사자(神聖四字, tetragrammaton)에 관한 것입니다. 본서에선 저자의 표기대로 여호와대신에 야웨로 하였습니다. 셋째, 원서의 Pentateuch오경으로 번역해야 하지만 혹시 유교의 오경과 헷갈릴 수 있어서 모두 모세오경으로 번역하였습니다. 오경의 저작권에 관한 의견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힘입니다.

 

에리 레더 박사의에덴의 동쪽에서는 모세오경 내러티브에 관한 문예학적 분석과 적용이 돋보이는 탁월한 작품입니다. 오경을 심각하게 읽어보려는 마음이 있는 진지한 독자들에게 많은 유익이 있으리라 생각하며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입니다.

 

 

[이 책은 9월 경에 출판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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