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케네스 E. 베일리,『중동의 눈으로 본 예수』박규태 옮김 (새물결플러스, 2016),

687쪽. 정가 33,000원.

 

* 아래 글은 『목회와신학』7월 호에 실릴 북 리뷰다*

 

종종 문화를 “서양문화”(일세기의 그리스-로마 문화, 그리고 서방교회의 전통에 속한 지금의 유럽과 미국의 기독교 문화)와 “동양문화”(신학적으로는 동방교회가 포함되며, 지리 문화적으로 우리나라와 중동도 동양문화에 속한다!)로 대별합니다. 문화인류학자들은 전자를 “법률문화”(legal culture)라고 하고 후자를 “체면문화”(shame culture)라고 합니다. 체면문화는 개인보다는 공동체(마을이나 대가족)를 중요시하고, 손님환대와 같은 가치를 우선순위에 놓습니다. 그에 따라 수치와 명예를 사회적 규범의 바로미터로 봅니다. 예를 들어, 지금도 중동지방에선 종종 명예살인이 시행됩니다. 법률문화에선 명예살인이 분명 불법이지만, 체면문화에선 가문이나 공동체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려 창피나 수치를 가져오면 마땅히 형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화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갖고 특정한 글을 읽는 것이 마땅합니다. 따라서 어떤 이야기나 글은 그것들이 자라난 문화라는 토양을 먼저 알아야 제대로 읽고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신약의 복음서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복음서가 탄생한 중동의 문화를 이해해야한다는 것이 이 책의 저자 케네스 베일리 박사의 기본적 주장입니다. 비록 복음서가 일세기의 그리스-로마 문명 아래 쓰인 헬라어 작품이지만 복음서가 담고 있는 내용은 일세기 팔레스타인이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복음서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대부분 일세기 중동사람들이었다는 가장 기초적인 사실을 상기해 보라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일세기 중동의 문화 렌즈로 복음서를 읽을 때 가장 잘 읽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읽으면 해석의 결과가 달라지는가? 베일리 박사는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중동인의 안목으로 복음서의 기사들을 읽어보면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에 대해선 독자들이 판단할 몫입니다.

 

이 책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예수탄생에 관한 이야기들(제1부), 아홉 가지 지복(제2부), 주기도(제3부), 예수의 극적 행위들(제4부), 예수와 여자들(제5부), 예수의 비유들(제6부)로 나눠 논의합니다. 베일리 박사의 전문성은 특별히 열한개의 예수의 비유들을 다루는 마지막 섹션에서 두드러집니다. 비유해석은 사실상 동일저자가 1980년에 펴낸 합본『시인과 농부』와 『농부의 눈으로』에서 상당 부분 빌려와 개작하고 업데이트한 내용입니다. 1980년 당시 미국 유학중에 이 책을 읽고 받았던 문화적 충격이 새롭습니다.

 

복음서 해석, 특별히 비유해석에서 이 책이 학문적으로 공헌한 바는 특별히 두 가지 방법론을 조화롭게 사용한데서 기인합니다. 첫째는 문헌에 대한 문화적 읽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고, 사실 이 점에 다른 학자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공헌입니다. 60년 동안 중동에서 거주한 그로서는 다른 유럽의 신약학자들이 문헌들을 통해서만 추측하고 알게 되었던 내용을 몸소 경험할 수 있었기에 복음서의 이야기들과 비유들이 좀 더 생생하게 다가왔을 것입니다. 이 점은 이 책의 1, 4, 5부의 논의에서 빛을 발합니다. 둘째, 유대인들의 독특한 수사법인 “히브리 평행법”에 착안하여 예수의 비유들을 해설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비유 해석에선 먼저 비유의 구조를 살피고, 구조형식이 나타내는 문학적(수사학적) 특성을 살피면서 본문을 주석하는데 특별히 히브리평행법의 사용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점입니다(참조, 25-32쪽). 달리 말해 문화적 읽기와 수사비평을 통한 주석이 조화롭게 함께 가는 모습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특징입니다. 그러나 이 책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게 되는 비밀은 베일리 박사의 따스하고 온화한 목회자적 섬김에 있습니다. 각 장의 맨 마지막에서는 요약부분이 있는 데 베일리 박사가 이런 말을 합니다. “이 연구결과로부터 다음과 같은 내용을 지적할 수 있겠다.” “이 단락에는 일련의 신학적 주제들이 담겨 있다.” “우리가 살펴본 본문에는 다음과 같은 측면들이 제시된다.” “풍성한 의미를 담고 있는 이 장면을 적절히 요약하기는 불가능하나, 적어도 다음과 같은 개념들을 독자들에게 제시해 볼 수 있겠다.” 이렇게 말한 후에 베일리 박사는 대 여섯 가지에서부터 열댓 개 이상의 항목으로 독자들이 본문으로부터 반드시 알아야할 신학적 진리들이나 영적 교훈들을 열거해주고 있습니다. 이 요약의 내용들은 특별히 목회자들이나 신학생들에게 좋은 설교 아이디어를 제공해주는 모판과 같습니다.

 

사실 베일리 박사는 197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이런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신약학계에 수사비평이 전면에 나오기 이전부터 나름대로 본문의 구조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동시에 중동인의 렌즈로 본문을 이해하는 노력을 쏟아 부은 학자입니다. 한평생 일관된 학문방법을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큰 박수를 보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 한국인들은 베일리 박사의 설명과 해석에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동양인으로서 우리 한국인들은 서구의 학자들보다 더 쉽게 복음서를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왜 베일리 박사처럼 하지 못했을까? 아마도 나를 비롯하여 한국의 성경신학자들이 아무런 비판 없이 너무 서구적 학문훈련을 받아들였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이 점이 개인적으로 아쉬운 대목입니다.

 

끝으로 책 안에 실린 나의 추천 단평으로 북 리뷰를 마칩니다. “유대인 예수는 일차적으로 팔레스타인에 거주했던 중동인 이었습니다. 그의 언어와 습관과 사고는 중동인의 그것이었습니다. 그의 제자들 역시 그러했습니다. 그들을 통해 남겨진 복음서를 중동인의 안목으로 읽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요? 서구 학계는 이런 단순한 사실을 오랫동안 등한시하였습니다. 중동인의 눈으로 복음서(특별히 예수의 비유)를 읽어내는 베일리는 우리가 전통적으로 알고 있던 복음서 해석에 상당한 도전과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이 책은 단순한 학문적 연구서가 아니라 본문의 문화-신학적 의미를 목자의 애정을 담아 독자들에게 다가오는 책입니다. 중동문화의 렌즈로 읽는 복음서가 간혹 생소하게 느껴지겠지만 동시에 이전에 느끼지 못한 신선한 감동을 줍니다. 목회자들의 복음서 설교준비에 필수적인 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곱씹어 읽고 영적 유익을 얻으십시오!”

 

류호준 목사 |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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