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J. 대릴 찰스(편집),『창조 기사 논쟁: 복음주의자들의 대화』최정호 번역

(새물결플러스, 2016), 521쪽. 정가 23,000원

 

과학의 무한도전에 신자들은 재미와 두려움을 함께 느낀다. 최근에 들어와 과학과 신학의 관계에 대한 논의는 봇물 터지듯이 사방에서 나온다. 형이하학과 형이상학의 만남자체는 하나님의 피조세계의 통전적 성격을 반영하는 긍정적 현상이지만 동시에 어떻게 서로의 자리를 매겨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두 분야의 만남과 대화는 계속될 것이다. 문제는 각각의 영토 안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이다. 신학의 자리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에 대해서 과학자들 안에서도 의견의 분분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과학과 과학적 발견들에 대해서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서 신학자들 역시 일치된 목소리를 갖고 있지 않다.

 

신학과 과학이 첨예하게 맞서는 곳이 있다면 “성경”이다. 고대문헌으로 분류될 수 있는 구약 성경 가운데서도 특별히 “첫 장들”에서다. 이른바 “창조기사”로 알려진 창세기 1장과 2장은 종종 과학과 신학이 맞서는 “O.K 목장의 결투장”으로 생각되어지곤 한다. 따라서 신학자들도 어느 정도 일치된 목소리를 갖고 창조에 대한 과학적 입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좋을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 먼저 구약성서학자들 중 복음주의 진영에 속해 있는 학자들이 먼저 머리를 맞대고 나름대로의 입장을 밝혀보는 것도 과히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일차적 가치가 있고 이 책은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다섯 명의 미국 복음주의 진영의 구약학자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창세기의 창조기사에 대한 해석을 선보이고 있다. 먼저 영어권 구약 주석시리즈 중 학문적이고도 목회지향적인 복음주의 주석인 NICOT(New International Commentary on the Old Testament, Eerdmans 출판사)의 두 권짜리 창세기 주석을 집필한 빅터 해밀톤(에즈버리 대학교 은퇴교수)은 원로급으로 대우를 받으면서 좌장 역할을 하고 있으며 나머지 5명의 현역 학자들이 창조기사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며 토론에 임한다. 논문 발표자들을 보면 아래와 같다.

 

(1) 초교파적 복음주의 학교인 미국 시카고 트리니티 복음주의 신학교(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의 리처드 에이버벡 교수(고대근동학 전공)는 “문학적으로 본 ‘날’: 상호텍스트성과 배경.” 에이베벡은 목회자 지망생을 가르치는 신학교교수인 동시에 구약학을 고대근동학의 입장에서 연구하는 학자이기도 하다. 경전으로서 구약본문과 고대문헌으로서의 구약본문 사이에서 균형감을 잃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2) 좀 더 보수적인 색깔을 지닌 캐피탈 바이블 신학교(Capital Bible Seminary)의 구약학 교수 토드 비일은 “문자적 해석”. 창세기의 “날”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을 지지하는 입장이며, 한국의 보수적 복음주의자들의 입장을 대변한다.

 

(3) 미국 복음적이고 개혁주의 전통의 PCA(Presbyterian Church in America)교단 신학교인 커버넌트 신학교(Covenant Theological Seminary)의 구약학 교수 C. 존 콜린스(영국 리버플 대학에서 학위를 하였고, 그 학교에는 고대근동학을 보수주의적 입장에서 연구하는 키친(Kenneth Anderson Kitchen) 박사가 있었다)는 “문맥에 따른 해석: 유비적 ‘날들’” 존 콜린스는 부개사에서 번역되어 출판된 ESV 주석 성경 편찬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는데, 그가 초청한 기고자들은 상당수가 리버플 박사 동문들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주석서에 관해서는(http://rbc2000.pe.kr/index.php?mid=guest&page=4&document_srl=35929) 영국 리버플 대학 출신의 한국 구약학자들은 장미자 박사(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와 황성일 박사(광신대학교)가 있다.

 

(4)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의 기독교대학인 웨스트몬트 대학교(Westmont College)의 성서학 교수인 트렘퍼 롱맨(예일대학에서 고대근동학문 중 아카드 문헌 연구로 학위)은 “창세기 1-2장이 주는 교훈(혹은 교훈이 아닌 것)” 롱맨은 미국 동부 필라델피아의 웨스트민스터신학교의 구약학 교수로 있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미국 서부의 웨스트몬트 대학에 성서학과에 교수로 전근 갔는데, 이 학교에는 1980년대에 편집비평을 과도하게 사용하여 유명해졌던 신약은퇴학자인 건드리(R.H. Gundry)가 있고 지금도 그와 신학적으로 가깝게 지내고 있다. 롱맨은 몇 년 전 웨스트민스터신학교의 구약학 교수로 있던 피터 앤즈(하버드에서 고대근동학 전공)가 구약학 연구에 고대근동학의 과도한 사용(?)으로 해직되었을 때도 심정적으로 연대감을 표했다.

 

(5) 시카고에 위치한 기독교대학 위튼 대학교(Wheaton College)에서 구약학을 가르치는 존 H. 윌튼(고대근동학 전공)은 “고대 우주론을 반영하는 창세기 1장”란 논문을 발표한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독자들 가운데 윌튼의 논문에 가장 많은 충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곰곰이 씹어 읽어보면 나름 설득력 있게 논지를 전개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자세히 읽어보면 약간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1) 학자의 교단적 배경과 논의의 신학적 색깔과 잘 어울린다. (2) 학자의 학문적 배경과 논의의 전개도 같이 간다. 예를 들어, 고대근동학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학자의 경우로 에이버벡과과 윌튼이 그렇다. (3) 교단신학교에서 가르치는 학자들(토드 비일, 존 콜린스)이 좀 더 보수적 견지를 취하는 반면에 일반 기독교대학에서 가르치는 학자(롱맨, 윌튼)는 신학적 입장에선 훨씬 자유롭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책의 저자들은 복음주의라는 넓은 우산 속에 포함되지만 그 안에서도 우파에서 좌파까지 신학적 스펙트럼도 넓다. 대충 스펙트럼으로 도식화 하자면 [토드 비일 – 존 콜린스 – 리처드 에이베벡 - 존 윌튼 – 트램퍼 롱맨] 정도라고나 할까? 물론 에이베벡과 존 윌튼과 롱맨의 위치는 서로 바뀔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가독성 높고 정확한 번역을 제공한 최정호 목사의 수고에 박수를 보낸다.

 

이 책 안에 실린 추천 단평을 여기에 실어본다.

 

"창조 기사 읽기" 추천단평

 

최근 한국기독교에서도 “성경과 과학”에 관한 논쟁이 한창이다. 천체물리학과 생물학, 지질학의 발견들과 고대문헌으로서 성경의 창조기사는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겠는가? 창조와 진화, 지구의 나이, 빅뱅과 창조 등 중요한 질문들이 줄을 잇는다. 이 책은 잠시 과학은 옆으로 밀쳐두고 성경의 창조기사만을 연구한다. 창조기사를 담고 있는 창 1-2장은 도대체 어떤 종류의 글인가? 신화인가 역사인가? 시인가 내러티브인가? 문자적으로 해석? 아니면 문학적으로 해석? 창조의 “날”은 24시간인가 세대인가? 창조기사는 “무로부터의 창조”를 가르치는지 아닌지? 아담은 실제 인물인가 아닌가? 다섯 명의 미국 복음주의 구약학자들이 창 1-2장을 놓고 다층적으로 분석하며 토론한다. 오인오색이다. 우파에서부터 좌파에 이르기까지 복음주의자들의 신학적 스펙트럼이 꽤나 넓어 보인다. 독자들은 해석의 다양성이 주는 고민 속에서도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성경의 첫 두 장을 진지하게 이해함이 없이는 그 다음 장들로 넘어갈 수는 없다.

 

류호준 목사 |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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