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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E. 베일리,선한 목자: 시편 23장을 통해 본 성경적 참 목자상류호준 양승학 옮김 (새물결플러스, 2015). 428. 정가 19,000


 

1980년 초에 나는 미국 미시건주의 그랜드래피즈에 위치한 캘빈신학교에서 목회학 석사(M.Div.)과정을 이수하고 있었습니다. 필수 신약학 공관 복음서 과목들 중 예수의 비유들이란 과목이 있었는데, 과목을 위한 필독서 중에 하나가 케네스 E. 베일리라는 소장파 학자가 방금 전에 출간한시인과 농부, 농부의 눈으로(Poet and Peasant and Through Peasant Eyes, Grand Rapids: Eerdmans, 1980)였습니다. 이 책은 두 권의 합본으로 미국 미주리 주의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컨콜디아 신학교에 제출한 신약학 박사학위논문을 다듬어서 출판한 책이었는데 당시에는 아직도 신약학계에 생소했던 다양한 문학기법(순환기법, 교차대구, 역행병렬구조, 봉함엽서구조 등)을 사용하여 예수의 비유본문들을 살폈을 뿐 아니라, 저자의 인종 문화적 배경인 중동인의 안목으로 중동문학 환경에서 태어난 구약과 신약 본문을 해석해 나가는 것이 유별나 보였던 책으로 지금도 기억이 새롭습니다. 베일리는 중동인 출신이라는 자신의 문화적 장점을 되살려 학위 취득 후 이집트, 레바논, 예루살렘, 사이프러스 등지에서 40년을 신학교육에 종사하면서 중동인의 안목으로 신약성경을 문화적으로 읽어내는 일에 공헌을 한 학자이며 목사이며 저술가입니다. 35년 전에 만났던 베일리를 그의 최신 저서를 통해 다시 만나니 감회가 새로울 뿐입니다.

 

엊그제 한국 기독교 출판계에 떠오르는 별(!), 새물결플러스는 케네스 E. 베일리 박사가 저술한선한 목자(The Good Shepherd, IVP Press, 2014)를 한글로 번역 출판해 내었습니다. 이 책은 구약과 신약 전체를 걸쳐 나타난 9개의 목자와 양본문들을 선별하여, 그 본문들을 문화-문학적 관점에서 풀어낸 성경신학적 작품입니다.

 

책의 구성을 보면, 구약본문 4(23; 23; 34; 10)과 신약본문 5(18; 6; 15; 10; 벧전 5)을 문학기법(수사법)을 통해 구조를 분석하고, 각 본문의 작은 단위(여기선 카메오, cameo라 부른다)를 심층 분석하고 자세하게 주석합니다. 주석을 마친 후에는 목자와 양본문이 가르쳐주는 신학적 교훈들(여기선 열매송이라는 의미의 클러스터 cluster라 부른다)을 열거합니다. 독자들을 위한 저자의 목회적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9개의 목자와 양본문들의 수제자급 대표는 역시 시편 23장입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고전적 본문입니다. 베일리 박사는 시 23장을 중동인의 안목으로 목가적 해석을 해나가는데, 본문에서 그는 모두 10개의 역동적 요소들을 발견해 냅니다. 1. 선한목자, 2. 잃어버린 양, 3. 목자의 대적, 4. 선한 주인, 5. 성육신, 6. 잃어버린 양을 되찾을 값비싼 대가, 7. 회개/귀환의 주제, 8. 나쁜 양, 9. 축제, 10. 이야기의 결말.(30)

 

베일리는 이상의 10가지 요소가 나머지 8곳의 목자와 양본문들에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설득력 있게 증명(!)하려고 애를 씁니다. 성공여부는 독자들이 판단할 문제이지만 내가 볼 때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합니다. 이 책의 독자가 신학생들이라면 저자의 주석방법론(구조 분석)에 관심을 기울이면 많은 도움을 얻게 될 것입니다.

 

저자가 후기에서 밝힌 것처럼, 이 책은 구약과 신약에 면면히 흐르는 선한 목자 전통에 귀를 기울여 할 이유와 필요에 대해 설득력 있게 논증하고 있습니다. 초기 기독교가 가진 다양한 기독교의 이미지들 중 선한 목자이미지가 가장 강력하고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그간 변두리로 밀려난 이미지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중동인의 문화적 안목으로 구약과 신약을 살펴본다면, 또한 광야와 산악과 초원을 구성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이라는 지형에서 유목민의 목축이 주요한 생업의 방식이었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목자와 양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 성경신학적 모티브를 제공하는지를 기억해야한다는 것이 베일리의 주장입니다.

 

베일리에 따르면 목자와 양본문을 자세하게 살펴본 결과, “목자 기독론에 대한 인식 또한 새롭게 조명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신학계에선 아담 기독론” “지혜 기독론” “인자 기독론등에 대한 연구들은 많았지만, 베일리가 주장하듯이 목자 기독론에 대한 논의는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성경을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가 목자와 양이미지라면 당연히 목자 기독론”(Shepherd Christology)(성서, 조직) 신학계에서 새로운 조명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목자 기독론은 자연스레 성육신의 의미와 구원의 중요성으로 인도할 것이고, 교회론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교회의 지도자들은 선한 목자이신 예수님을 본받아 자기들에게 맡겨진 양들을 어떻게 섬겨야 할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베일리는 목자와 양에 관한 마지막 본문으로 베드로전서(5:1-4)를 선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볼 때 베드로서 본문을 맨 마지막에 배치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기독론에서 구원론으로, 구원론에서 교회론으로 연결지어가는 본문선택 전략이 돋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목자 기독론이 종말론적 차원까지 확대되어 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케네스 베일리는 이 책의 마지막 문단에서 다음과 같은 말로 이 책 저술의 목적을 알립니다. “나의 바람은, 이 선한 목자라는 성경의 문학적 전통에 대한 지금까지의 연구가 우리로 하여금 새것과 옛것을 그 곳간에서 내오는’[13:52] 그분을 더욱 온전하게 따르게 하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407)


[구약학자로서 나는 베일리의 시편 23장 해석에 약간의 유보심을 갖고 있기는 합니다. 예를 들어, 구약의 "목자"는 일차적으로 "정치적, 왕적 지도자"를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따라서 시편 23장은 표면적으로는 목가적 분위기이지만(하나님은 목자) 그 내면은 왕국의 전쟁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설득력이 있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시편 23장은 하나님왕국이라는 신학적 안목으로 읽어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시 23장 후반에 나타난 전쟁 은유("원수의 목전에서 잔칫상을 베푸신다")는 신적 전사(divine warrior)로서의 하나님의 지도자상을 암시하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면 이 책 소개를 읽는 독자들에게 강력 추천한다는 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강력 추천하는 바입니다!  갓 구워낸 따끈한 인절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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