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02 23:31
“노아 홍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최근에 창세기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창조과학논쟁, 창세기의 실제성, 아담과 해와 그리고 고고인류학, 고대 근동학의 르네상스, 과학과 성경의 관계 등 다층적 이유 때문이다. 창세기의 기사 중에서 천지창조 이야기와 노아 홍수 이야기는 고대 근동에 유사한 홍수설화들이 있기에 더더욱 그러한 주목을 받아왔다. 여기 노아 홍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룬 대작(?)이 친애하는 후배인 총신대 신대원의 구약학 교수 김지찬 박사의 손에서 나왔다. 이 책은 창세기 6:5-9:29에 서술된 노아 이야기를 자세하게 연구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목소리들, 특별히 과학적 담론을 창세기의 이야기 속에 집어넣어 논의하려는 현대적 시도들에 대해 분명한 경종을 울리면서, 노아홍수 이야기는 근본적으로 종교적 담론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출발한 저자는 내러티브 해석 방법에 따라 노아 내러티브를 면밀하게 살핀다. 즉 본문의 언어적 데이터와 문예적 장치들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그것들을 통해 본문이 말하려는 신학적 메시지를 살피고 있다. 너무 세심하게 한 문장 문장을 다져가면서 살피다보니 때론 반복적이고 만연체적 기술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저자의 노파심 때문인 것으로 쳐주면 되리라. 다루지 않은 단어나 부분이나 착상이 없을 정도로 세밀한 글이다. 게다가 부드럽게 서술해가고 대론 감칠 맛나게, 때론 목회자들을 위한 설교 팁까지 주는 센스까지 덤으로 주기도 한다. 작년에 나온 또 다른 대작《룻기,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와 같은 패턴의 구약본문 자세히 읽기 시리즈처럼 보인다. 아래는 본서에 실린 내 추천단평이다.
노아 홍수 이야기는 새로운 세계 창조와 새로운 인류 창조의 과정을 흑암과 파멸과 깊음과 죽음을 배경으로 그려낸 장엄한 신학 서사시다. 동시에 부정하고 불의한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변함없는 사랑의 대하 스토리다. 저자는 성경적 언약 사상의 효시인 노아 홍수 내러티브를 문법적-문예적-역사적-정경적-신학적 다초점 현미경으로 자세하게 들여다본다. “악마는 디데일 속에 있다!”는 말이 이 책에서 분명히 증명되고 있다. 적어도 성경본문 해석에 있어서 그렇다는 말이다. 이 책은 구약본문 “자세히 읽기”(close reading)의 모범적인 작품으로 남게 될 것이다. 노아홍수 이야기를 풀어가는 저자의 성경해석의 입장은 “과학적 담론이 아닌 종교적 담론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말 속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이 책은 건실한 주해가 어떻게 강력한 신학적 메시지를 도출해내는지를 입증한다. 적실성 있는 해석, 유려한 글쓰기, 설득력 있는 논증, 견고한 신학적 입장, 부드러운 전개, 현장감 있는 인용들, 가독성 높은 문체 등은 저자의 트레이드마크인 동시에 이 책의 진가이다. 목회자들과 신학생들이여, 탐독하여 성경해석의 진미를 맛보시라.
류호준 교수 |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구약학
김지찬,《너와 네 온 집은 방주로 들어가라 : 노아 언약의 신학적 이해》(생명의 말씀사, 2019), 599쪽, 정가 3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