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꿈을 가져도 되오?》

 

 

주일 예배를 마치고 점심식사 시간이었다. 오늘은 오랜 만에 교회를 찾아온 한 쌍의 부부가 있었다. 미국유학도 주선해줬고 결혼 주례도 했기에 나에겐 남다른 애정이 있는 부부이다. 작년에 잘 생긴 아들(주원)도 얻었다. 직장이 좀 먼 곳이라서 자주 교회를 찾아올 수는 없어도 그래도 고향 교회(home church)라 생각하고 가끔씩 찾아와 예배를 드린다. 오늘 남편인 승진이는 처와 아들을 데리고 예배하러 왔다. 점심을 들고 떠나기 전에 승진이의 처가 내게 쑥스러운 듯 책을 담은 누런 봉투를 내민다. 하루의 바쁜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늦은 저녁 시간이었다. 깜빡 잊고 있었던 그 봉투가 떠올랐다. 내 예측대로 승진이의 처가 지은 청소년을 위한 창작 소설집이었다. 승진이의 처는 오채라는 예명으로 글을 쓰는 작가인데 2008년 장편동화 《날마다 뽀끄댕스》로 제4회 마해송문학상을 수상했고, 그 후로 《우리들의 짭조름한 여름날》 《무인도로 간 따로별 부족》 《콩쥐 짝꿍 팥쥐 짝궁》 《오메 할머니》 《나의 블루보리 왕좌》 《열두 살의 나이테》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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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저녁에 목사는 딱히 할 일이 없다. 그저 쉬고 싶은 생각뿐이다. 수십 년을 설교하였지만 아직도 설교하는 일에는 익숙지 않다. 늘 부담스럽기는 매 한 가지다. 가족들을 위한 음식 준비가 제대로 된 것 같지 않아 때론 미안해하시던 어머니의 마음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간다. 그래서 종종 주일 밤에는 아무 생각 없이 조용히 하루를 마감하는 편이 좋다. 그러나 오늘밤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펼쳐 든 오채의 작품 《꿈을 가져도 되오?》의 제목이 확 눈에 다가온다. 도대체 뭔 책인가? 뭔 이야긴가? 한 두 페이지를 읽다가 졸음이 오리라 생각하고 책을 열었다. 읽고 또 읽어갔다. 마침내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짠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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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 김점동은 후에 김에스더로, 후엔 박에스더의 3개의 이름으로 살다가 간 우리나라 최초의 여의사다. 점동은 여성은 그저 시집가서 아들 낳는 역할로만 존재하던 시절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계집이란 소리를 수없이 들으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꿈을 향해 고민하고 도전했던 한 여인이었다. 이 책의 시작은 점동이와 봉례의 만남 이야기로 시작되고 마지막은 점동이와 봉례의 슬픈 이별로 끝을 맺는다. 그 가운데는 어린 점동이가 여성차별이라는 시대적 장애를 헤치고 마침내 “조선의 귀한 보배”라는 꿈을 이루게 되는 과정을 제3인칭 내레이션으로 이끌어간다.

 

이 책의 말미에는 의사 점동이가 그토록 사랑했던 마지막 제자 봉례의 품안에서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날마다 나아갑니다”라는 찬송을 봉례의 목소리로 들으며 마지막 숨을 거두는 장면이 나온다. 그렇게 끝을 맺는다. 애처롭고 슬프지만 담백하고 청순한 한 여인의 삶을 보여준 글이다. 별처럼 아름답고 감동적인 삶을 구슬처럼 엮어낸 이야기체 산문이다.

 

스마트폰과 케이 팝과 댄스와 놀이와 학원과 시험에 눌려 있는 청소년들의 청순함과 풋풋한 꿈들을 다시 일깨워주고 새롭게 하는 글이다. 순박성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 시대의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오월의 선물로 충분치 않을까?

 

여러분들. 꿈을 꾸세요. 개꿈 말고요. 꿈꾸는데 세금 물지 않습니다. 아니다. 하나님께 꿈을 보여 달라고 하세요. 야곱에게 주신 꿈(창28장)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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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주억거리다”(17쪽) - 이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다. 모르시는 분은 전지하신 네이버님에게 물으시오!

 

 

오채,《꿈을 가져도 되오?》 (단비, 2018). 175쪽. 정가 11,000원

 

#오채 #이화학당 #스크랜턴 #정동교회 #고종황제 #폐결핵 #셔우드 #제물포항 #여의사

오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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