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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요석,소요리 문답, 삶을 읽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해설 ()(새물결플러스, 2015). 527. 정가 20,000

 

종종 목사 안수식이나 교회의 직분자 임직예식에 참석하는 일이 있습니다. 물론 내가 장로교 목사이고 장로교 전통의 신학 교수이니 가는 교회 역시 장로교회입니다. 임직예식 순서 중에 서약하는 순서가 있습니다. 서약의 두 번째 문항은 당신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대소요리문답에 있는 내용이 성경의 가르침에 일치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뭐 이런 내용입니다. 그 때마다 임직자들은 오른 손을 들고 큰 소리로 !”라고 합니다. 그 순간 나는 속으로 웃음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 저기에 서있는 분들이(새내기 목사건 장로건 권사건 안수집사건) 정말로 한번이라도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와 대소요리문답으로 교육을 받았는지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일종의 거짓 증언을 하는 셈이지요. 이건 법률적으로 위증”(僞證)이라고 불리는 무서운 범죄행위거든요! 어쨌든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대소요리문답이라는 것이 한국의 대부분의 장로교 전통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영미 계통의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문서나 교리문답서들은 유럽대륙의 다른 역사적 신조”(信條, creed), 하이델베르크신앙문답서, 벨기에 신앙고백서, 돌트 신경 - 과 마찬가지로 16세기 종교개혁 시대 이후의 개신교회가 물려받은 숭고한 신앙적 유산들입니다. 물론 당시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 작성된 문서들이기 때문에 역사적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수 세기에 걸쳐 기독교회가 공식적인 신조로 받아들였다는 자체는 그 영적 유익과 유용성이 결코 시대적 한계 안에만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거부합니다. 예를 들어 고전(古典, classics)이라는 것이 그렇듯이 말입니다. 고전을 읽고 공부하고 그것으로 인성을 풍요롭게 하듯이, 역사적 신앙유산으로서 역사적 신앙고백서들과 교리문답서들은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과 영적 품성을 풍요롭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현대적인 크리스천들, 특별히 한국의 교인들이나 신학생들이나 목회자들 가운데는 많은 분들이 역사적 신조들을 고리타분한 고고학적 문서로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교리라고 하면 무미건조한 고대유물들이나 화석 정도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의 책임이 작지 않습니다. 신학자들은 고고학 발굴자로서의 역할만을 가치 있게 생각했지, 발굴한 고대문서가 왜 지금도 우리의 일상 신앙생활에 긴밀한 연관이 있는지, 어떤 깊은 영향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들만이 아는 전문용어의 사용은 신학과 교리에 대한 일반 신자들의 접근을 더더욱 가로막곤 했습니다. 한편, 일반 신자들의 경우도 이러한 비판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감각적이 되어가는 신앙에 편승하여 신앙의 결과를 물리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다분히 유물론적 사고방식에 길들여진 사고방식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안타까운 현실 말입니다. 균형 잡힌 생각을 하는 그리스도인, 신앙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그리스도인, 신앙은 우리의 삶에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그리스도인, 이런 유형의 그리스도인들이 점점 희귀해져 가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런 점에서는 젊은이나 나이든 사람이나 거의 같습니다. 참 아쉬운 대목입니다. “가벼운큐티(!)에 영성의 목을 달고 있는 분들이나, 경배와 찬양의 감각적인 이지 락(easy rock) 선율에 손을 드시는 분들이나, 성경공부를 하네 하며 맛 집을 순례하고 다니는 분들이나, 물론 다 싸잡아서 매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젠 한국의 정통적인 그리스도인들이라면, 아니 정통적인 목회자들과 신학생들이라면 진정한 경건의 힘과 능력을 함양해야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치열한 일상의 삶에서 지친 고단한 몸과 영혼이면서도 그들에게 진정한 안위삶의 의미를 주는 굳건한 반석을 추구하고, 목마른 사슴이 시내물의 근원(Ad Fontes)를 찾기에 갈급하듯이 그 영혼과 존재 자체가 살아계신 하나님과 그의 말씀을 찾기에 갈급한 그리스도인들이 요구되는 시대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단단한 신학과 너그러운 신앙의 접목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책 소개의 서론이 길어졌군요. 이 책은 현장 목회자면서 신학을 체계적으로 배운 학자가 일선의 교인들의 신앙을 교육시키기 위해서 집필한 책입니다. 비록 17세기에 작성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와 그에 대한 ()요리문답서를 해설한 책이기는 하지만 이 책은 역사적으로 정통적인 신학의 내용을 오늘에 새롭게 되살려 21세기에 한국에서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쓴 신학 해설서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교리에 대한 딱딱한 진술이 아니라 성경전체에 대한 일목요연한 조망을 전달받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교리와 성경이 적절하게 만나고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어려운 수많은 신학전문용어들을 풀어서 초등학교 4학년 정도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줍니다. 이 책안에 들어 있는 생각할 거리성경으로 읽는 문학항목은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청량제 역할을 합니다. 게다가 책 안에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의 영문원문까지 곁들임으로써 중고등학생들이 영어도 배우고 신학도 배우는 일석이조의 즐거움도 누리게 합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느낀 점은 가독성이 매우 좋고, 편집이 유려하였으며, 그룹으로 모여 공부하기에 딱 좋은 조직신학 해설서임에 틀림없다는 것입니다. 제목에서 분명히 드러나듯이 신학은 신자들의 삶(신앙)에 나침판 역할을 한다!”는 저자 정요석 목사의 주장은 여러 번 곱씹어 볼만한 외침입니다! 현장 목회자들과 신학을 공부하는 신학생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내년에 출간되는 하권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저자 정요석 목사는 합동신학대학원 출신의 목사로서 백석대학교의 기독교전문대학원에서 조나단 에드워드 연구로 박사학위를 마친 신학자요 목회자이다.

 

[삶을 읽어내는 소요리문답]

소요리문답.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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