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나의 살던 고향은?"

 

 

작년 갤럽에서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Gallup-Healthways Well-Being Index),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들 중에 두번째 도시로 미시간주의 중서부의 해안 휴양도시 홀랜드(Holland)가 뽑혔습니다. 상상에서 한참 빗나간 의외였습니다. 물론 이곳 홀랜드에서 가까운 지역에  오래 살았던 나로서는 무척이나 반갑고 기뻤습니다. "맞아, 제대로 된 선택이야!"라고 하였지만, 한국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미국인들도 이 결과에 자못 놀랐을 것입니다. 1등에 뽑힌 콜로라도주의 볼더나 3등에 이름을 올린 하와이 호놀룰루에 시비를 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만 미시간주의 홀랜드가 2등이라?

 

지금 미국에서 경제사정이 가장 좋지 않은 주가 미시간주입니다. 자동차 왕국이라 자랑하는 미시간주의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빅3 회사가 안개 속을 헤매고 있는 중이고, 디트로이트 인근에 자동차 산업 연계 도시들인 플린트, 디어본, 세기노 등도 실업율이 20%에 이를 정도로 최악의 상태입니다. 그런 미시간에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동네가 있다고? 그 도시 이름이 홀랜드입니다.

 

[말이 나와서 한수 거들고 싶은 장난기 섞인 마음이 있습니다. 내가 오래전 미국으로 가기로 마음 먹었을 적에, 어느 주로 갈 것인가 하고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50개주에서 한 주를 선택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웠습니다. 이 문제를 어찌할까 하고 고민했는데 나는 마침내 주님의 책에서 그 비밀의 열쇠를 발견했습니다! "하나님의 계신 곳으로 가야한다"는 음성을 들은 것입니다.

"도대체 50개주 중에 어느 주에 하나님이 계신다는 말입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대답이 들려왔습니다. "너, 구약학 공부하려는 사람 맞아?"

"왠 쌩뚱맞게 구약학입니까?"

"자네, 성소를 히브리어로 뭐라고 하지?"

나는 얼마를 버벅거렸습니다.

"그러면 '살다, 거주하다'는 단어가 뭐지?"  다시 묻는 것이었습니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아하, 압니다. '솨칸'입니다."

"그래? 그러면 그 동사에서 파생된 히브리어 명사로 '성소'(하나님이 계신 곳)란 단어가 뭐지?"

 

마치 뭔가에 홀린듯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비로서 하늘 문이 열리고 영감을 얻는 기분이 되었습니다. "예, 미시간입니다! 미시간으로 가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나는 30년전에 미시간으로 유학길에 올랐던 것입니다. '성소'는 히브리어로 '미슈칸'입니다! 이렇게 하여 나는 미시간의 그랜드래피드(Grand Rapids)로 가게 된 것입니다. 50개주에서 한 주를 고르는 것은 만만치 않았지만 그래도 하나님이 계시는 성소(미슈칸)와 비슷한 '미시간'으로 간 것은 천만다행이었습니다! 

 

가서보니 그곳 그랜드래피드시의 주민들은 그곳이 미국의 예루살렘이라고 농담삼아 부릅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레스토랑과 함께 교회 수가 엄청나게 많고, 기독개혁교단(Christian Reformed Church in North America = CRC) 본부가 자리잡고 있고, 신칼빈주의 전통의 칼빈신학교와 아브라함 카이퍼적 기독교 사학인 칼빈대학교가 있고, 신학도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본 저명한 출판사들의 이름, 어드만(Eerdmans), 존더반(Zondervan), 베이커(Baker) 출판사들이 그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드만의 경우는 직영 매장을 통해 70%할인 가격으로 책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크지 않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인근 주변 1시간 거리 내에는 고등교육기관이 많습니다. 4년제 대학으로는 Calvin College, Hope College, Kalamazoo College, Aquinas College, Kuyper College, Cornerstone University, Grand Valley State University, Grace Bible College, Western Michigan University, Central Michigan University, Alma College등이 있고, 기독교학교(초중고등학교) 연맹의 본산지이기도 합니다. 이곳에 가고 싶은 분들이 도움을 청하신다면 기거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ㅎㅎ]

 

 

홀랜드(Holland)라는 이름은 재 유럽의 네덜란드의 12개의 주(province) 가운데 한 주의 이름입니다. 암스텔담을 중심으로 수세기전부터 네덜란드는 홀랜드로 불렸습니다. 네덜란드의 중심이 되는 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홀랜드라하면 비공식적으로는 네덜란드를 뜻합니다. 

 

미국에 있는 홀랜드에 대해 말하자면, 그러니까 지금부터 163년전인 1847년에 상당수의 네덜란드의 기독교인들(개혁교회)이 종교적 핍박을 피해 새로운 나라를 찾아 미중서부 미시간주의 서부 해안가에 세운 도시가 홀랜드입니다. 그들은 그들의 영적 지도자 반 랄테( Dr. Albertus van Raalte) 목사님을 따라서 대규모 이민을 단행한 것입니다. [지금도 교인들의 인생 전체를 책임질 만한, 그래서 목사님과 함께 이사할 정도의 그리스도인들과 그들의 영적 지도자가 얼마나 될까 궁금합니다.]   도시이름을 본국의 그리운 이름인 홀랜드라고 명명하였고, 대학(Hope College, 4년제 인문계 대학으로 명문사립니다)을 세워 자녀들을 교육시켰으며, 목회자 양성을 위해 신학교도(Western Theological Seminary,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교단인 RCA의 교단 신학교로, 캘리포니아의 수정교회의 로버트 슐러 목사님의 출신교, 나의 제자들 세명이 이곳에서 공부했다. 서경숙, 주현규, 원택진! ) 세웠습니다. 이민 온 그들에게는 신학과 신앙은 새로운 터전에서 삶을 세워 가는 원동력이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네덜란드어(Dutch)를 사용했습니다만 점차 미국에 적응하면서 영어를 사용하는 교회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들은 자신들의 인종적 문화적 뿌리를 유산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마 매년 5월 2째 주간에 벌어지는 튤립 축제기간은 대표적인 문화행사일 것입니다. 네덜란드의 상징인 튤립으로 온 도시를 장식하는데 대략 600만 송이가 소요됩니다. 이 기간에는 미국 전역에서 거의 백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인구 3만 5천 정도의 작은 도시의 축제로서는 가장 큰 관람객을 유치하는 셈이지요.

 

이 지역은 미시간 호수(말이 호수지 실제는 대한민국의 절반보다 약간 더 큰 바다다!)에 붙어 있어서, 여름에는 시원하지만 겨울에는 호수의 서쪽지방인 위스컨신주에서 불어오는 북극의 한냉기류가 미시간 호수를 지나면서 습한 공기를 머금어 눈구름을 만들어 호수 동쪽 해안 도시인 홀랜드에 엄청난 양의 눈을 쏟아 붓습니다. 일명 lake effect(호수 효과)라 합니다. 이처럼 겨울에는 눈이 엄청나게 많이 와 종종 휴교령이 내려지는데(그 날을 snow day라 함), 교회 역시 주일 예배를 취소하기도 합니다(한국 사람들에게는 주일 교회 에배를 취소한다는 것이 이상스럽거나 신앙이 없는 것 처럼 보이겠지만! 그래도 살자고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이런 곳이 어째서 주민들 스스로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네가 되었을까? 그들에게 직접 물어보면 이유가 분명합니다. "신앙(종교)가 첫번째 대답입니다." "우리의 교회들에는 다른 사람들을 가족처럼 돌보고 사랑하는 선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 주민의 대답입니다.

 

교회들의 도

 

어쨌건 홀랜드의 역사를 알면 이 도시는 기본적으로 네덜란드 이민자들의 후손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교회의 도시"입니다. 인구 3만 5천명 밖에 안되는 이 자그마한 도시에 교회는 약 170개정도 있습니다. 대부분 개혁신앙의  전통을 지닌 개혁교회들입니다. 지역 교회들은 서로 네트웍을 만들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줍니다. 예를 들어, 실직을 하여 경제적으로 곤란한 가정들이 있으면 휘발류를 넣을 수 있는 쿠폰을 나누어 주는 교회들도 있습니다. 캔 종류의 음식을(food pantry) 거저 배달해주거나 나눠주는 일도 일상적입니다.  실직한 사람들에게 직장을 알선해주는 일도 교회의 긍휼사역가운데 하나입니다.

 

베풀며 사는 문화

 

이 도시는 넉넉한 인심과 인류박애의 자선행위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분위기 입니다. 16%의 실업율에도 불구하고 홀랜드시에는 100개의 봉사단체가 있어 이들을 돕습니다. 작은 주민수에 비하면 놀란만한 숫자입니다. 한 조사기관에서 미국에서 가장 많이 기부를 하고 자선을 베푸는 도시를 뽑았는데, 유타주의 솔트레이크 시 다음으로 미시간 서부의 도시들(홀랜드, 그랜드레피츠 등)이 뽑혔습니다.

 

공동체 정신

 

홀랜드는 공동체 정신이 강한 도시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주민들은 미소를 지을 수 있습니다. 물론 네덜란드 이민자 후손이라는 인종적/종족적 연대감이 강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 이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한국 이민자들도 특정 지역에 많이 몰려 살고 있지만(LA. 시카고, 뉴욕, 애틀란타, 상항 등) 분쟁이 끊이지 않고(한인회장 선거등), 매우 본국지향적이고, 과시욕과 무례함과 사람차별로 얼룩진 일들이 많은 것을 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일까?  건강한 신앙(개혁신학)의 전통이 그들의 삶(문화)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겉으로 보기에 행복할 수 없는 여건들이 있지만(끔찍한 겨울의 눈과 추위)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가 있다는 것입니다. 사랑하고 돌보고 나누고 베풀며 사는 따스한 사람들은 넉넉히 혹한과 폭설도 녹여낼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네덜란드 말에 'gesellig"(흐젤리흐)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아주 가깝게 정을 나누고 사는 사람들의 모임(공동체)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아마 이런 상태가 행복함의 기준이 아닌가 합니다.

 

 

아래 그림(1)은 홀랜드시에 있는 풍차로 네덜란드의 여왕이 미국과 네덜란드의 수교를 기념하여 네덜란드에 있던 가장 오래된 풍차 중에 하나를 직접 이곳에 옮겨 놓은 것이고, 다른 하나(2)는 홀랜드의 대표적인 기념물인 등대와 방파제입니다.

 

 

홀란드(2).JPG

 

홀란드(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