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하나님의 왕국은 이 세상의 제국과 격렬하게 대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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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현대 영미신학계에서 독특한 개인적 품격과 권위적인 학문적 지위와 설득력 있는 필력을 소유한 세 사람을 꼽으라면, 나는 감히 구약에선 월터 브루그만을, 신약에선 톰 라이트를, 신학에선 스탠리 하우워스의 이름을 거명하겠다.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놀라울만한 상상력과 큰 그림을 보는 전망대적 시각과 출중한 필력과 시대적 적실성을 중요시하는 해석력이라 생각한다.

 

구약학자로서 내가 브루그만과 학문적 만남을 시작한 것은 상당히 오래되었다. 그 후 그의 대표 걸작인 구약신학을 번역하는 일로 그의 신학정리에 일종의 결산을 한 셈이 되었지만, 그 후 학교에서 강의하면서 종종 학생들에게 그의 사상과 문체를 소개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그는 전통적인 역사비평학적 성서문헌 읽기를 넘어 신앙공동체에 주어진 정경으로 구약읽기를 누구보다 강조해온 학자다. 특별히 구약이 고대문헌이지만 동시에 신앙공동체의 규범이라는 점을 늘 염두에 둔 그의 역동적 해석방법은 많은 호기심과 매력을 갖기에 충분했다. 물론 때론 과도할 정도의 진지한 구약성경 읽기(, 해방신학적 좌파 해석이나 다문화/다종교적 해석학의 가능성에 대한 개방성)가 부담이 된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가 구약을 진지하고도 역동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는 그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한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그에게 성서해석은 상당한 용기와 상상력과 도전정신이 필요했다. 구약성경을 해석하는 것은 단순히 미라를 발굴하는 작업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예언자적 상상력이란 문구는 브루그만을 떠나서는 상상할 수 없는 용어가 되었다. 그는 미국의 현대 진보적 기독교의 선구자적 목소리다. 히브리 예언자적 전통에 사회정치학적 상상력을 가미하여 현대적으로 풀어내는데 가히 독보적이다. 현대 사회를 특징짓는 소비자주의, 군사주의, 제국주의, 민족주의와 같은 강력한 시대적 세력들에 대항하는 성서의 대응 내러티브”(counter-narrative)의 독특성을 힘차게 강조한다.

 

이상과 같은 브루그만의 사상과 기조를 알고 나면 그의 대부분의 책을 이해하는데 별반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여기 소개하는 책 역시 그렇다. 풀러신학교의 초청강연을 밑바탕으로 저술된 이 책의 제목은 암시적이다. 하나님, 이웃, 제국.

 

독자들은 먼저 이 세 가지가 어떻게 연결될까 궁금증을 가지고 읽게 된다. 분명 하나님과 제국은 대척점에 있는 배타적 세력자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그 가운데 있는 이웃이란 개념은 어떻게 앞쪽으로는 하나님과 뒤쪽으로는 제국과 연관을 맺을까 궁금하게 된다. 브루그만은 의도적으로 사람이란 용어 대신에 이웃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이웃은 돌봐야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뒤집어 말하자면 제국은 정의를 말하고 법을 말하지만 제국 자체의 존립을 위해 사람을 착취하는 세력이지 결코 돌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에 하나님은 자기의 나라가 정의 위에 세워지기를 바라시며 사람들이 사람처럼 대우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그 사회와 국가가 법 자체를 위해 존립하는 것이 아니라 법의 정신에 따라 세워지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브루그만은 이 세상국가에 대응하는 세상, 대안의 세계를 구약성서에서 읽어낸다. 그 대안의 세상은 정의”, “은혜”, “율법위에 세워지는 세상이다. 첫째로, 정의와 공의(미슈파트와 쩨다카)는 예언자들의 메시지의 핵심 주제가 아니던가? 둘째로, 은혜는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 긍휼의 정의(compassionate justice)의 또 다른 용어다. 즉 긍휼과 환대와 은혜의 하나님 말이다. 브루그만의 말을 인용하자면, “새로운 통치의 으뜸은 정의(미슈파트)지만, 이제 정의는 다함없는 은혜 가운데 실현된다, 새로운 통치는 환대의 통치다.”(216) 셋째로, 율법은 더 이상 율법주의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혹은 마르틴 루터의 율법의 제 2용법에 대한 강조가 아니라, 캘빈이 말한 율법의 제 3용법에 해당하는 율법이다. 다시 그의 말은 인용하자면 율법에서부터 복음을 완전히 떼어 낸 그(루터)의 결단은 이해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율법과 복음을 갈라놓은 그(루터)의 결단과 그런 도식화 방식은 칼빈을 존중하는 내 해석 방식과는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여러 문제까지 안고 있다.”(35) 브루그만이 율법을 말할 때는, 삶의 원리로서 하나님의 토라를 따라 사는 토라경건의 삶을 가리킨다. 여기서 브루그만은 이 세 가지 개념이 하나님의 본성(34:6)에서 유출되는 근본적 개념임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이 책의 저술목적은 어디에 있는가? 위의 설명 안에 암시되어 있겠지만, 브루그만은 이 책의 부제를 통해 정확하게 밝힌다.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공동선의 창조. 설명하자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제국)은 탐욕, 착취, 압제, 자아만족, 자국중심의 제국이다. 사람(이웃)은 착취의 대상이지 함께 살아가는 주체적 인격이 아니다. 마치 구약의 바로의 제국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그런 학대와 착취와 압제와 갑질로 부터 해방시켜 진정한 자유와 생명과 샬롬을 수여하는 자비(긍휼)롭고 은혜롭고 인자(헤세드)와 진실(에메트)이 풍성하신 언약의 하나님 야웨이시다.”(34:6)

 

그러므로 그분의 평화로운 왕국을 상상하고 꿈꿨던 히브리 예언자들의 메시지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세상에 대한 대안의 세상을 꿈꾸고 상상했던 예언자적 상상력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필요한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개인적 독서를 통해 생각하고 묵상하고, 독서그룹을 통해 열띠게 토의하고 마음에 큰 움직임을 경험하기를 바란다. 차근차근 읽다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세상을 향한 꿈틀거리는 불끈함이, 하나님 나라를 향한 갈망이 솟구칠지도 모른다. 번역자의 수고에 박수를 보낸다.

 

월터 브루그만하나님, 이웃, 제국: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공통선 창조윤상필 옮김 (성서유니온, 2020), 311, 정가 1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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