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15 00:21
《그리스도인의 미덕과 성령의 열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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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를 닮아가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거꾸로 말해 그리스도를 닮았기에 그리스도인이라 부를 것입니다. 어느 정도 닮아야 그리스도를 닮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온전하게”(to teleton) 그리스도를 닮아갈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그리스도인의 품성 형성(character formation)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달리 말해 그리스도인의 미덕(美德, virtue)을 가꾸는 문제로 환치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스로마문화에선 종종 네 가지 중요한 미덕, 즉 사주덕(四主德, cardinal virtues)을 말합니다. 용기(courage)와 절제(temperance)와 냉철한 판단력(prudence)과 정의감(justice)입니다. 한편 신약성경은 여러 곳에서 기독교적 미덕들과 기독교인의 품성에 대해 언급합니다. 아마 대표적인 것이 (1) 세 가지 미덕(고전 13:13); (2) 아홉 가지 성령의 열매들(갈 5:22-23); (3) 여덟 가지 행복(마 5:3-10)에 대한 언급일 것입니다.
기독교인들의 “미덕 가꾸기”와 “품성형성” 그리고 “성령의 열매 맺기”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따로 따로 떼어서 이야기할 것은 아닙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이 주제들은 일차적으로 기독론과 성령론과 교회론의 주제들입니다. 비유로 말하자면, 크리스마스트리(Christmas Tree)를 연상해보십시오. 말 그대로 “그리스도 나무”입니다. 그런데 그 나무에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들 말입니다(원어에는 “열매”가 단수형이다!).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는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으로 심긴 나무에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와 연합한 자들의 삶에 달리게 되는 열매라는 말입니다. 연합한 자들의 모임이기에 자연히 그리스도의 한 몸인 교회 공동체에 해당하는 열매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런 기독론적 관점에서 성령의 열매들을 다루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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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북 아일랜드 출신의 구약학자이며 목회자인 크리스토퍼 라이트가 있습니다. 학술저서도 있지만 강해설교집도 많이 있습니다. 그가 여러해 전 북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Portstewart)에서 열린 케직 사경회에서 성령의 열매에 관해 연속 설교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설교를 책으로 낸 것이《성령의 열매》입니다. 사랑, 희락, 화평, 오래 참음,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를 각각 한편의 설교로 전한 내용입니다. 원서 제목은《예수님처럼 되어가기》(Becoming Like Jesus)며 부제가 “성령의 열매를 배양하기”(cultivating the Fruit of the Spirit)입니다.
솔직히 말해,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약간의 충격을 받습니다. 어찌 보면 메마른 설교입니다. 물론 이런 저런 예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이 성경을 인용하고 성경을 해석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식의 강해설교를 그대로 한국 교회에서 한다면 얼마나 지루할까 하는 노파심도 한 몫 합니다. 그럼에도 이런 유의 설교를 경청하는 청중들이 새삼 존경스럽게 보입니다. 저자가 이 책을 출판하면서 조언을 합니다. 설교를 담고 있기에 독자들에게 (1) 성경책을 옆에 두고 같이 읽어야 한다. (2) 독자들(설교자와 목사들)은 자신의 교인들에 적합한 예화와 사례를 사용하라.
이 책의 각 장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따라 꼼꼼히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 개별적 성령의 열매들의 의미를 깊이 묵상하고 삶에 적용해보도록 애를 써야 할 것입니다. 최종적 목적은 성경에서 가르쳐주는 대로 그리스도인의 품성과 미덕을 쌓아 자연스런 “제2의 천성”(second nature)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개인뿐 아니라 공동체가 그러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크리스토퍼 라이트,《성령의 열매》박세혁 옮김 (CUP, 2019), 296쪽, 정가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