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새 책 소개:『성경과 편견』

2016.11.29 19:12

류호준 조회 수:675

Book Review

* 아래는〈목회와 신학〉2017년 1월호에 실릴 서평입니다.*

 

 

랜돌프 리처즈 & 브랜든 오브라이언,『성경과 편견』홍병룡 옮김 (서울: 성서유니온, 2016). 331쪽. 15,000원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성경을 제대로 읽을 수 있을까? 자신의 삶의 정황을 성경 안으로 주입하여 읽는 일은 없는가? 자기가 읽고 싶은 것만 읽게 되는 경우는 없는가? 남자와 여자는 똑같은 방식으로 성경을 읽을까? 경영자와 노동자도 같은 성경을 같은 방식으로 읽을까? 중산층의 성경과 하류층의 성경이 같은가? 백인이 성경을 읽을 때와 흑인이 읽을 때 같은 이해가 나올까? 이집트인 크리스천과 유대인 크리스천이 출애굽기를 읽을 때 어떠한 독서 결과가 나올까? 고대 근동의 문화를 어느 정도 알고 구약을 읽을 때와 그렇지 못할 때의 차이는 얼마나 클까? 일세기 그리스-로마의 문화를 알고 신약성경을 읽을 때와 그렇지 못할 때는 어떠한가? 서양인이 성경을 읽을 때와 동양인이 읽을 때는 어떠한가? 아마 이러한 질문들은 계속 이어진다. 이렇게 성경 오독(誤讀)의 위험성은 언제나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 아마 이래서 성경은 누구든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인 동시에 이해하기에 가장 어려운 책일 수도 있겠다.

 

이런 종류의 질문들을 던지고 있는 독특한 책이『성경과 편견』이다. 이 책은 사제지간의 관계로 연을 맺은 두 명의 미국인 신학교수가 팀을 이루어 성경이 오독되는 사례들과 그 이유와 그 결과들에 대해 재미있게 써 내려간 책이다. 사실 이 책의 핵심적 문제 제기는 원서 제목 안에 들어 있다.『서양인의 눈으로 성경을 오독하기: 성경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눈가리개를 제거하라』(Misreading Scripture with Western Eyes: Removing Cultural Blinders to Better Understand the Bible). 달리 말해 저자들은 백인 미국인 남자 크리스천들이 성경을 어떻게 잘못 읽을 수 있는지에 대해 쓰고 있다. 이 책은 서양 문화의 안경으로 고대 중동문화의 산물인 성경을 읽게 되면 오독할 수 있으니, 서양의 문화라는 눈가리개(眼帶)를 벗어야 한다는 소박하고 진솔한 주장을 제안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서양인으로서 자신들의 성경오독을 알게 되었을까? 그들 중 한명은 선교사로서 인도네시아 신학교에서 신학을 가르친 경험이 있고, 다른 한명은 유럽에서 역사를 연구한 사람으로서, 이 문제에 대해 많은 경험과 통찰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성경오독에 관한 미국인 학자의 진솔한 고해성사와도 같다.

 

저자들의 저술 목적을 직접 들어보자. “이 책의 목표중의 하나는, 성경해석이 교차문화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독자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따라서 당신이 낯선 성경의 땅과 우리를 분리시키는 문화적 차이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13쪽)

 

그렇다면 이 책에서 저자들이 반복해서 언급하는 “문화”의 정의는 무엇인가? 그들에 따르면서 문화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바이다”. 성경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면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것”이 있는데 우리는 “그것은 아마 이런 것일 것이야!”라고 가정(假定)하는 일을 다반사로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지금의 문화적 색안경을 끼고 성경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문제다. 저자들은 이 문제들을, 즉 교차문화 선교사로서의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발견하게 된 자신들의 서양식 안대(눈가리개)들을 하나씩 자세하게 살펴보겠단다. 이 일을 수행하기 위해 저자들은 서양식 눈가리개들을 “빙산”에 비유한다.

 

제1부에선 수면에 드러난 세 개의 빙산들을, 제2부에선 수면 아래 있는 세 개의 빙산들, 그리고 마지막 제 3부에선 수면 깊은 곳에 깔려 있는 세 개의 빙산들을 다룬다. 부연하자면 제1부에선 수면 위에 쉽게 드러나는 서양 문화적 색안경으로서 ‘관습’과 ‘인종과 종족’과 ‘언어’의 문제를 다룬다. 예를 들어 섹스, 음식, 돈에 관한 서양인들의 문화적 관습이 어떻게 성경에 나오는 섹스, 음식, 돈에 관한 본문들을 오독하고 있는지를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한다(29-119쪽). 제 2부에선 수면 아래에 숨어 있는 문화적 눈가리개를 세 가지로 범주화시켜 논의한다. 개인주의(서양식)와 집단주의(동양식)의 대비, 명예와 수치인가(동양식) 아니면 옳고 그름의 문제인가(서양식), 마지막으로는 시간에 대한 이해(크로노스인가 카이로스인가)를 다룬다(121-206쪽). 제 3부에서는 서양 문화적 색안경에 대한 좀 더 심층적 문제들을 다루는데, 관계들인가 규칙들인가, 악덕과 미덕의 문제, 마지막으로 하나님의 뜻을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보아야하는가와 같은 주제들을 상세하게 다룬다(207-291쪽). 이렇게 하여 총 9개의 이슈들로 요약하여 문제제기를 하면서 그동안 성경에 대한 서양식 문화적 읽기의 허실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게다가 각 장마다 주제와 관련되는 중요한 실질적 질문들을 던짐으로써 그룹토의나 개인적 묵상을 위한 “꺼리”를 차려놓는다. 책을 마치면서 친절하게도 저자들은 문화적 색안경을 제거하는 서너 가지 조언을 한다(293-302쪽). (1) 복잡한 사안임을 받아들이라. (2) 과잉교정을 하지 말라. (3) 배우려는 자세를 취하라. (4) 오류를 받아들이라. (5) 다 함께 읽으라.

 

저자들은 “성경을 읽는 서양인의 패턴을 보여 줌으로써 적절한 교정책을 제공해 주려고 하며, [그들의] 문화적 가정과 그 가정이 성경읽기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는 일은, 그런 회의를 극복하고 신실한 성경읽기와 적용으로 향하는 첫걸음”(18쪽)을 떼기 위해서 이 책을 저술했다고 밝힌다. 따라서 이 책은 한국 독자들에게 죽비(竹篦)를 내리치는 효과와 아울러 반면교사 역할을 하는 참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서 우리 한국인들이 서양인들 보다 더 성경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문화적 자원들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자원들을 충분히 사용하지 못했구나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간혹 한국의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은 자기들이 쓰고 있는 안경이 서양문화의 오래된 색안경이었다는 사실조차 때론 잊고 살았다는 슬픈 사실에 대해 반성해야 하면 어떨까? 물론 이 말이 민족주의적 문화국수주의자가 되라는 말은 아니다. 저자들이 성경오독에 관한 반성문(?)을 이렇게 흥미진지하게 썼다면, 우리들은 그들의 오류와 실수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시대에 사는 우리들은 더 이상 성경을 미국식이니 한국식이니 하는 단순 범주화의 오류에서 벗어나 성경 시대의 문화 속으로 들어가 성경이 말씀하려는 뜻을 올바로 파악하고 그 뜻을 우리의 삶에 뿌리내리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문화이해와 성경해석은 항상 함께 가야하기 때문이다. 목회자뿐 아니라 일반 신자들도 꼭 읽어보시기를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류호준 목사,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구약학 교수]

성경과편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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