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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신학”(Public The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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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신학은 주로 개인의 신앙 영역 혹은 종교적 제도권 안에서 작동하는 지적 추구로 남아있어 왔다. 아마 내가 볼 때 기독교시대의 특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한국 신학계에 공공신학”((Public Theology)이란 용어가 심심치 않게 회자된다. 공적 영역에서 신학의 역할을 다루는 학문이라는 뜻에서 공공신학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흔히 서구에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장소인 광장”(public square)에서 어떻게 신학을 표현해야할 것인지를 논하는 학문이라는 말이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공공신학이란 것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개혁 신학적 전통 특별히 아브라함 카이퍼적 신학전통에서 공부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 미시간 캘빈대학교(Calvin University)의 저명한 삼두마차 철학자들인 니콜라스 월터스톨프(Nicholas Wolterstorff), 앨빈 플랜팅가(Alvin Plantinga), 리처드 마우(Richard Mouw) 등을 비롯하여 문학, 교육, 역사, 예술 등 모든 분야의 교수들이 학문의 공공성, 학문의 사회성, 학문에서의 그리스도 주되심 들을 다층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것을 보았고 배웠고 경험했기 때문이다. 사실, 신학의 공공성에 관한 이슈는 이미 개혁신학 안에 이미 씨앗으로 담겨져 있다. 카이피리언(Kuyperian)들이 흔히 사용하는 문구들에 이 점이 분명해 진다. “왕을 위하여”(Pro Rege!), “하나님의 주권”(Sovereignty of God), 혹은 예수 그리스도의 주되심”(Lordship of Christ), “영역주권”(souvereiniteit in eigen kring), “한 치의 영역도”(not a square inch), “공통은혜”(De Gemene Gratie) 등이다.

 

이러한 문구들은 (개혁)신앙과 신학은 사적 영역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뜻을 내포한다. 개인적 신학여정에서 내가 신학의 이른바 공적 영역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오래전이다. 시카고 대학 신학부의 루터교 역사신학자 마틴 마티(Martin Marty), 개신교 신학자 랭던 길키(Langdon Gilkey), 가톨릭 신학자 데이비드 트레이시(David Tracy)와 그들의 사상적 조상들(폴 틸리히, 라이놀드 니버, 존 커트니 머레이 등)의 글들, 루터교에서 로마가톨릭으로 전향한 리처드 존 뉴하우스(Richard John Neuhaus), 그리고 남아공의 존 데 크러치(John W. De Gruchy)의 글과 책을 통해서였다. 독특한 현상은 가톨릭 신학자들과 해방신학자들, 남아공의 아파르헤이트(Apartheid) 아래서 태어난 일종의 저항신학자들이 공공신학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한국에선 박정희 독재정권 아래 태동한 민중신학 역시 공공신학의 주요한 운동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공공신학과 대화를 나누는 공공의 영역은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 등 인간사회 전반에 걸쳐있으며, 그 시대정신에 대한 신학적 저항, 대응, 대안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년에 공공신학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이유 중에 하나는 다원화된 사회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글로컬(glocal)이슈들 때문인 듯하다. 신제국주의의 도래, 세속화시대, 첨단 기술문명과 비인간화, 갑질 문화, 지우기(취소) 문화(cancellation culture), 경제민주화, 이민정책, 인종갈등, 종교의 정치참여, 다종교문화, 자국우선주의, 포스트코로나 세계, 수정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새로운 형태의 식민지주의, 문명의 충돌, 문화전쟁 등 다양하다.

 

교회는 더 이상 교회당이라는 동굴에 갇혀 있을 수 없게 된 세상이다. 기독교후시대에서 신앙과 신학의 함의는 더더욱 커져만 가기 때문이다. 다시금 교회는 신학의 공공성에 대해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아니 생각해야 한다.

 

공공신학의 배경과 발전과정, 주제와 특징들, 다루는 방식들과 방법론, 관련 학자들에 대한 소중한 안내서가 나왔다. 최경환의공공신학으로 가는 길: 공공신학과 현대정치철학의 대화가 그런 책이다. 특별히 저자의 전공인 철학과 연계하여 정치철학과 공공신학과의 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며 특색이다. 저자의 학문적 배경이 사회적 불평등, 인종분리정책 등과 같은 공공신학을 소환하기에 너무도 안성맞춤인 토양인 남아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공신학이 그저 상아탑에서 논의되는 것이 아니라 남아공의 실제 공적영역에서 어떻게 전개되고 발전되고 모양을 이루고 있는지를 알고 경험했던 저자의 글은 한층 현실감과 함께 학문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저자 최경환은 백석대학교과 대학원에서 신학을 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한 후 남아프리카 공화국 프리토리아 대학교에서 공공신학을 연구했다. 귀국 후 계속해서 공공신학과 기독교철학을 연구 발표하며 과학과 신학의 대화”(과신대)의 실질적 디렉터 역할을 하고 있다. 부득이 저자와의 사적 관계를 말하고자한다. 저자 최경환과 그의 아내 진화영은 백석신대원의 나의 사랑스런 제자들일 뿐 아니라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그 어느 토요일 오후 3시에 열린 결혼식에 내가 주례자로 선 친애하는 제자 가정이기에 그의 책이 유달리 친근하고 고맙고 자랑스럽다. 공공신학에 관한한 한국에 나온 가장 중요한 저서 중에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최경환공공신학으로 가는 길: 공공신학과 현대정치철학의 대화에라스무스 총서 002 (도서출판 100, 2019), 224, 정가 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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