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성경전서가 펼쳐 보이는 거대한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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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창세기로부터 시작한다. 성경은 요한계시록으로 끝이 난다. 성경전서(聖經全書)는 이처럼 구약과 신약으로 구성되어있다. 일종의 대하드라마다. 장엄한 스토리다. 수많은 이야기들, 인물, 사건, 시간과 공간 등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러나 선집(選集, anthology)은 아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일관된 흐름으로 수놓아진 직조물이다. 텍스트(Text)는 직조물(Texture)이다.

 

구약과 신약은 각각 어떤 문양(紋樣)으로 만들어져 있을까? 다양한 문양들이 모여 거대한 직조물을 만들 텐데 말이다. 두 명의 노련한 학자들이 팀을 이루어 구약과 신약의 문양을 재현해내었다. 구약엔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Wright)가 신약엔 게리 버지(Gary Burge)가 투입되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구약과 신약에서 각각 일곱 문장을 뽑으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일곱 문장은 구약과 신약의 핵심사상을 드러내는 구절이어야 한다는 임무였다. 내가 볼 때 두 학자는 훌륭하게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해냈다.

 

구약에서 라이트 박사가 뽑아낸 일곱 문장은 다음과 같다.

(1)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1:1) - 창조

(2)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12:3) - 아브라함

(3)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네 하나님 여호와니라.”(20:2) - 출애굽

(4) “여호와께서 그의 마음에 맞는 사람을 구하여, 여호와께서 그를 그의 백성의 지도자로 삼으셨느니라.”(삼상 13:14) - 다윗

(5)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미가 6:8) - 예언서

(6) “좋은 소식을 전하며산을 넘는 발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가.”(52:7) - 복음

(7)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23:1) - 시편과 예언서

 

신약에서 버지 박사가 뽑아낸 일곱 문장은 다음과 같다.

(1)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입니다.”(16:16) - 성취

(2) “때가 찾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마가 1:15) - 하나님 나라

(3) “인자가 죽임을 당하고 제 삼일에 살아나야 하리라.”(누가 9:22) - 십자가

(4)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라.”(2:8-9) - 은혜

(5)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벧전 2:9) - 언약

(6)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영이 없으면 그리스도의 사람이 아니라.”(8:9) - 성령

(7)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21:1) - 완성

 

노련한 구약학자와 원숙한 신약학자가 선택한 각각의 일곱 구절들은 그냥 뽑힌 구절은 아니다. 뽑은 구절들을 살펴보니 두 학자의 성경 읽는 안목이 보인다. 매우 포괄적이고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볼 때 성경을 읽어 내려갈 수 있는 14가지 디딤돌을 뽑은 셈이다.

 

구약의 라이트는 구약성경의 목차를 따라서 해설해나간다. 오경에서 역사서로, 예언서에서 성문서로 내달린다. 즉 창조의 목적과 의도, 죄의 진입과 불행의 시작을 다루는 제 1장은 창세기 1-11장의 해설이고, 이어서 제2장은 아브라함으로 시작되는 족장 이야기를 다룬다. 아브라함에게 주신 하나님의 세 가지 약속(민족과 복과 땅)을 설명하고 그 의미를 가르쳐준다. 3장은 민족의 탄생과 출애굽을 다루면서, 구속의 의미와 시내 산자락에서 율법 하사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춘다. 4장인 왕정의 출현과 다윗에 대한 논의를 위해 라이트는 다음과 같은 순서가 보이는가? 하고 독자들의 시선을 모은다. 아브라함 출애굽 광야 사사 왕조 다윗이라는 순서가 보이는가 하는 질문이다(106). 4장은 출애굽 다음에 일어나는 사건들(성막, 광야, 제사제도, 지파와 사사, 마지막으로 다윗의 출현과 다윗언약)을 일갈한다. 5장과 6장은 포로기 이전 예언자들의 메시지(죄의 지적과 심판선언), 포로기 이후의 예언자들의 메시지(회복과 미래)를 역사적 맥락에서 설명한다. 마지막 장인 제7장은 성문서(시편과 지혜서)의 가르침을 진술한다. 전반적으로 라이트는 이 책을 평신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약개관으로 혹은 구약의 파노라마로 의도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한편 신약의 버지는 구약과 연계하여 구원사적으로 신약을 해설해 나간다. 먼저 예수가 어떻게 구약의 성취가 되는지를 살펴보고(1), 예수의 메시지의 중심인 하나님 나라에 대해 설명한다(2). 당시 로마제국의 통치 아래 있었던 정황 아래 또 다른 왕국(하나님의 나라)의 도래를 선언한다는 것이 얼마나 충격적이며 전복적 선언이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우리는 우리 시대의 제국과 경쟁하는 대안적 나라의 옹호자가 된다. 이것이 교회의 사명이요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이후 그분을 뒤 따랐던 하나님 백성의 임무다”(65). 매우 부르그만적 억양이다.(ㅎㅎ) 3장과 제4장에선 복음서와 특별히 바울 서신서의 핵심 주제가 된 십자가” “은혜등을 쉽고도 이해하기 편하게 설명한다. 5장에서 버지는 신약의 중요주제로 언약”(5)을 뽑고 있는데, 이 부분에선 언약의 공동체성을 강조한다. 우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된 백성이라는 베드로전서 2:9를 다룬다.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과 신약의 교회공동체의 연속성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혜안이 담겨져 있다. “성령을 다루는 제 6장에선 구약과 성령의 관련성을 아주 밀도 있게 드러내주고 있으며, 성령을 단지 개인적 경험에서 이야기해서는 안 되고 그 이상, 즉 새로운 시대를 열고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 이해해야 함을 강조한다. 마지막 제7장은 예상하듯이 새 하늘과 새 땅의 도래를 설명한다. 잘못된 종말론에 대한 경고와 비판을 아끼지 않는 동시에 역사의 완결자이신 하나님을 바라보게 인도한다.

 

두 권 다 글을 읽을 대상을 분명히 해놓고 있다. 교인들에게 성경의 거대한 이야기를 주마간산(走馬看山) 격으로라도 스캔하듯이 읽어가도록 자극을 주는 일이다. 주마간산이라는 말이 좀 심하게 들린다면, 징검다리돌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건너야할 개울에 빠지지 않고 잘 건너가도록 놓인 징검다리 디딤돌 말이다. 빨리 건너는 게 목적이 아니지 않겠는가? 매 징검다리 디딤돌에 잠시 서서 호흡을 고른다. 물 흐름(流速)을 살펴보고 비가 온 후인지 아니면 가물어서인지도 생각해 본다. 물속에 헤엄쳐 다니는 크고 작은 물고기들과 수초들도 관찰해 보기도 한다. 그렇게 징검다리 디딤돌을 건넌 후에 되돌아본다. 건너기전 바라보았던 시내와 주변 환경을 떠올리고, 각각의 징검다리 돌 위에서 관찰했던 것들, 그리고 건넌 후에 뒤돌아보며 느꼈던 감정과 정서를 곱씹어 본다. 이것이 성경을 읽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과 그로 인한 즐거움을 얻는 방식이다. “참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선하시고 위대하신 분이었습니다. 인간의 반역과 배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신실하게 자신의 창조세계와 그의 언약 백성들을 대하시는 그분의 신실하심을 찬양합니다. 우리의 궁극적 희망은 그분에게 있습니다.”라는 말로 끝을 맺어야 하지 않을까? 역시 하나님은 끝내주시는 분이십니다!

 

크리스토퍼 라이트,일곱 문장으로 읽는 구약김명희 옮김 (IVP, 2020), 234, 12,000

게리 버지,일곱 문장으로 읽는 신약이철민 옮김 (IVP, 2020), 193, 정가 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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