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13 23:33
“개신교는 가톨릭을 이길 수 있을까?”
책 제목이다.『개신교는 가톨릭을 이길 수 있을까?』책을 받아보면서 책 제목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들어보기는 오랜만이다. 매우 당돌하고 자극적이며 도전적인 책 제목이다. 책 제목만 보면 방어적이고 까칠하기까지 하다. 아시다시피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다. 이 책의 부제는 이렇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개신교 목사가 던지는 질문”
먼저 저자는 현대신학을 전공한 조직신학자이다. 서울대학교 철학과(B.A.)와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M.Div.), 미국 칼빈신학교(Th.M.)와 풀러신학교(Ph.D.)에서 공부한 전형적인 복음주의 개혁신학자이다. 이런 학문적 배경이 있는 학자가 저런 제목의 책을 저술했으니 “아마 매우 근본주의적인 골통 보수신학을 천명하면서, 개신교의 가톨릭에 대한 500년 전의 싸움을 다시 시작하려나 보군!”이란 생각을 가질지도 모른다. 물론 내가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는 저자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고, 그럴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지만 막상 내 앞에 놓은 저자의 책의 제목을 보니 마음이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뭔가 찜찜한 마음으로 조심스레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알고 있는 박 교수인가? 아니면 내가 잘못 알아왔던 박 교수인가? 아니면 내가 이번에 제대로 알아야하는 박 교수인가? 여러 생각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개인적으로는 사랑하는 나의 고등학교 후배요, 총신과 미국 칼빈 신학교의 후배이기에 더더욱 그랬다. 게다가 우리는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이라는 같은 학교, 그것도 같은 건물(진리동), 그것도 같은 층(8층)에 교수실을 두고 있는 동료사이이기에 더 그러했다. 어쨌든 작심하고 읽어 내려갔다.
읽어가는 내내 도대체 이 책은 어떤 종류의 책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과서적 진술이나 정형화된 글도 아니고, 조직신학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역사신학 책도 아니고, 마치 고명을 얹듯이 개인 경험들과 사적인 이야기들이 간간히 여기저기 뿌려져 있고, 때론 이 말을 하는 것인지 저 말을 하는 것인지 헷갈리기 일쑤고, 어떤 주제나 사건 해석을 할 때도 이쪽 편을 드는 것인지 아니면 반대하는 것인지 정신 차리지 않으면 가닥을 잡기가 쉽지 않다.
책을 읽는 내내 조바심과 조급함을 갖고 읽게 만들었다. 저자가 지금 신학적으로 어느 파에 자신을 위치시키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 때문에도 그랬고, 이 책이 도대체 지금 독자를 어디로 끌고 가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저자와 책 모두에게 흥미와 궁금증을 동시에 불러 일으켰다. 한마디로 손을 놓을 수 없어서 밤을 지새워 읽어갔다.
읽어보니 이 책은 초기의 기독교가 역사를 따라 전 세계적으로 퍼져가고 갈라져나간 신학적 발자취를 공시적 통시적으로 추적해가는 “재미있게 풀어 쓴 기독교 통사”라고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몇 백 년 동안은 기독교는 공동의 신앙고백으로 하나 되었지만(에큐메니칼 신경) 그 후 여러 가지 정치적 지리적 신앙적 이유로 갈라지면서 기독교는 동방교회와 서방교회로 분열되고, 그 후 서방교회는 다시 로마 가톨릭과 개신교로 갈라졌고, 개신교는 다시 수없이 핵 분열하게 되었다. 루터교회, 개혁교회, 후에는 감리교회, 회중교회, 오순절교회 등.
그동안 서방교회 중 개신교 전통에 서 있는 한국의 개신교회는 이와 같은 세계적 기독교의 한 지엽임을 망각하고 지낼 때가 많았다는 것이 저자의 일침이다. 예를 들어, 한국 장로교회와 그 신학자들 역시 때론 속 좁게 우리만이 정통이고 다른 전통들을 무시하거나 경원시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가톨릭교회에 대한 이단시, 오순절교회에 대한 비하 태도, 동방교회는 아예 기독교가 아닌 듯이 취급하는 무례함 등을 들 수 있다. 비록 이 책의 제목이 “개신교는 가톨릭을 이길 수 있을까?”라는 다소 언더 독(under dog)의 입장을 취하고는 있지만, 이 책은 개신교와 가톨릭의 주도권 다툼에 관한 것이 아니다. 개혁신학자인 저자는 한 곳에서 이런 말을 한다. “자신이 속한 전통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것은 정당하고 필요한 것이겠지만 우리의 신학만이 옳다는 독선을 버려야 한다. 장로교신학이나 개혁신학도 ‘보편교회 안에서의 한 신학’이지 개혁신학이 보편교회의 신학을 대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269쪽)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한국의 개신교 신학자들과 목사들과 신학생들에게 제발 국가적, 민족적, 교단적, 교파적 독선에서 벗어나 좀 더 큰 눈으로 전 세계에 걸쳐 펴져 있는 하나님의 “보편교회”를 생각하고 바라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 세계적 교회의 흐름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높은 전망대에서 바라보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보편 교회 안에는 우리와는 다른 억양을 가지고 복음을 말하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바라보라고 촉구한다. 수많은 신학적 다양성 속에서도 그들 모두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복음의 통일성을 찾으려고 노력한다면 지금과 같은 배타적 신학에서 벗어나 좀 더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지 않겠냐고 묻기도 한다. 기독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편협하거나 속 좁은 신학적 교파 집단으로 축소 환원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마 이 책의 제목을 바꾸어야할지도 모른다. 이 책이 에둘러 말하려고 하는 바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면서 한국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적어도 개신교와 가톨릭이 한 뿌리에서 나온 친척 관계라는 사실 정도는 잊지 말고 각자의 억양으로 복음의 나팔을 잘 불 수 있어야한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글을 쓰면서 사도 신경의 마지막 한 구절이 떠오른다. “나는 거룩한 공교회를 믿습니다!”
추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저자의 해박한 지식에 감탄할 것이고, 겨울 사랑방에서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고, 특별히 수많은 야사들과 일화들을 통하여 기독교 2천년의 역사를 재미지게 듣고 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을 저술해 가면서 저자는 특별히 두 학자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저자가 마지막에 추천도서 항목에 집어넣은 책이기도 하다. 알리스터 맥그래스,『기독교, 그 위험한 사상의 역사』박규태 옮김 (서울: 국제제자훈련원, 2009); 마크 A. 놀 & 캐롤린 나이스트롬,『종교개혁은 끝났는가?: 현대 가톨릭 신앙에 대한 복음주의의 평가』이재근 옮김 (서울: CLC, 2005)
박찬호,『개신교는 가톨릭을 이길 수 있을까?』(서울: CLC, 2017). 343쪽. 정가 16,000원
류호준 목사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구약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