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13 12:05
“내려놓음”
시: 홍경주
번역: 류호준
당신이 오셨을 때
나는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어요.
머뭇거렸지요.
그래도 당신은 들어오셨습니다.
내 평생에 애쓰며 지어왔던
내 집의 각 방들을
모두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시면서 말입니다.
나는 각 방문 열쇠들을 숨겼지만
당신의 오심 그 자체로
방들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은 한 번도 나를
뒤쫓지 않으셨지만
나는 매일 도망쳤습니다.
내가 원한 것을
당신은 가지셔야만합니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당신은 내게 내려놓으라고 하십니다.
나, 지금의 나를 당신은
다시 창조하셔야 할 것입니다.
나 자신인 그 방들을 다 열어놓을 때까지
당신은 그리하셔야 할 것입니다.
성찬의 포도주처럼 내 자신을 나누어
성화의 잔속에 부을 때까지 말입니다.
Giving Up
Kyongjoo Hong Ryou
I wasn’t ready
when you came.
I hesitated,
but you entered,
claiming the rooms
of my house that I
have been building
for all my life.
I hid the keys
but the rooms have begun
to change by your
presence alone.
You never chase me,
but I run away every day.
What I want, you must have.
What I have, you want me to give up.
What I am, you will have to recreate
until I unlock the rooms myself,
my self shared like the Communion wine
poured into the cups of sanctification.
위의 시는 고 홍경주 시인(숙명여대 영문학 교수, 1959-2007)이 미국 기독개혁교단의 주간지인 The Banner (March 23, 1992)에 기고한 시를 번역한 것입니다. 홍경주 시인은 미국 교포 1.5세대로 오하이오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에서 학사와 석사를, 유타대학(University of Utah)에서 영문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에 미국문단에서 시인으로 활동하다 한국으로 귀국하여 숙명여대에서 후학을 가르치다 향년 48세를 일기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항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