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교단 색깔론 심히 유감”

 

 

내가 친애하는 제자 목사가 있습니다. 일반대학 미술학부를 나오고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입학하여 신학공부를 하였습니다. 졸업과 동시에 목회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이어서 신학교가 속한 장로교 (대신) 교단에서 목사안수도 받았습니다. 후에 더 공부할 뜻이 있어서 백석대학교 기독교전문 대학원에 입학하여 수년의 각고 끝에 기독교 예술철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나는 그 때 대학원장으로 있었지요. 그 후 그는 캐나다 토론토 대학으로 건너가 그 대학에 소속된 기독교학문연구소에서 일 년간 박사 후 과정(Post Doc.)을 마쳤습니다. 귀국한 후 여러 대학에서 강사생활을 했고 학회활동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다시 두 번째 박사학위에 도전하게 됩니다. 명문 홍익대학교에서 예술학 박사과정에 입학하여 수년간 공부하고 예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입니다.

 

최근입니다. 그는 부천에 소재한 서울신학대학교에서 문화예술학부 교수를 초빙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을 했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로이 진행되었습니다. 절차를 밟아 총장까지 면접을 마쳤습니다. 교수청빙위원회에서 단수로 그를 이사회에 추천했고 이사회 최종 면접만 남겨 놓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면 거의 채용이 확실한 상태였습니다. 엊그제가 이사회 면접이었습니다. 그러나 면접에서 낙방하였습니다. 충격이 너무 컸는지 완전 풀이 죽은 목소리로 내게 연락이 왔습니다. 최종 단독 면접에서 탈락한 이유를 묻자 “당신은 장로교 목사이고 이 학교는 성결교단 학교입니다. 아무래도 신학적으로 맞지 않을 것 같다”는 취지의 통보였다는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제자 목사가 지원한 부서는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의 신학교수가 아니었습니다. 일반학과인 문화예술학부 교수직에 지원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신학적 색깔문제(?)로 채용이 거부되었다는 것입니다. 소식을 전해들은 나는 속이 메스꺼움을 느꼈습니다. 제자 목사가 참으로 안쓰러웠습니다. 생각해 보니 기가 막혔습니다. 신학대학원이라면 몰라도 일반 학부, 그것도 창의성을 중시하는 문화예술학부인데 장로교 목사라는 이유로 채용을 거부했다니 기가 막혔던 것입니다. 채용하고 안하고는 그쪽의 전적 권리 행사이겠지만, 저렇게 속이 좁아터진 사람들이 그런 사고를 갖고 있다니 그저 한숨만 나왔습니다.

 

“당신네들, 조금만 머리를 식히고 생각해 보십시오. 여기 내가 근무하고, 제자목사의 출신 학교인 백석대학교는 서울신대처럼 종합대학교입니다. 물론 신학은 장로교 신학입니다. 그럼에도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에는 서울신대 출신의 목사 교수들이 여러 명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서울신대 출신으로 독일 튜빙엔 대학에서 교회사를 전공한 조** 박사님과 미국 남부의 명문 베일러 대학에서 상담학을 전공한 한**박사님, 그리고 영국에서 선교학을 전공한 손**박사님 등이 장로교 신학교인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정년보장 교수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녕 모른다는 말이요? 그런데 당신네들은 신학대학원 교수를 뽑는 것도 아니고 일반 문화예술학부 교수를 뽑으면서, 전공분야에서 하나의 박사학위 취득도 힘든데 두 개의 박사학위를 소지한 사람을 단순히 그가 장로교목사라는 이유로 채용을 거절했다고 한다면, 당신네들의 머릿속을 한번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이사회의 최종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결정의 이유가 지원자의 학문성이나 인간성이 아니라 단순히 당신네 성결교가 아니라 장로교란 이유에서라면 그건 아닙니다! 지금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아직도 시대착오적 생각을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요!”

 

이상은 “교단 색깔론 심히 유감”이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류호준 교수의 무지개성서교실이 http://www.rbc2020.kr 로 리뉴얼하여 이전합니다. 류호준 2020.08.24 4586
공지 "무재개 성서교실은 여러분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5] 류호준 2018.03.29 2930
709 신앙에세이: “방관자”이십니까? “일어서는 자”입니까? [2] file 류호준 2018.09.16 524
708 일상 에세이: “수술이 필요한 병리 현상들” file 류호준 2018.09.13 265
707 신앙 에세이: “십자가 옆에 아주 나쁜 사람들” [1] file 류호준 2018.09.07 719
706 성경공부: "로마서에 들어가기 전에 알아야 할 사항" file 류호준 2018.09.05 524
705 일상 에세이: “스승 차영배 교수님을 추모하면서” file 류호준 2018.09.04 482
704 신앙 에세이: "바울의 엄숙한 선서" [1] file 류호준 2018.08.26 368
703 일상 에세이: “나도 가끔은 바보구나!” [1] file 류호준 2018.08.24 380
702 신앙 에세이: “자동음성인식장치” [3] file 류호준 2018.08.24 350
701 신앙 에세이: “나를 본받으세요!” file 류호준 2018.08.23 302
700 일상 에세이: “시실리(sicily)” [1] file 류호준 2018.08.22 370
699 “누가 당신을 우리의 감독자로 세웠나요?” [1] file 류호준 2018.08.19 281
698 신앙에세이: "헌금 횡령 게이트" [1] file 류호준 2018.08.15 405
697 신앙 에세이: “두 눈으로” [1] file 류호준 2018.08.11 288
696 신앙 에세이: “망망대해 풍랑 속에 일엽편주(一葉片舟)” file 류호준 2018.08.09 749
695 "출애굽 인구와 행렬 거리 측정" file 류호준 2018.08.07 977
694 클린조크: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 [1] file 류호준 2018.08.06 432
693 일상 에세이: “에코 체임버를 경계하라!” [1] file 류호준 2018.08.04 412
692 신앙에세이: "죄수 바울과 로마군 대대장 율리오 에피소드" [3] file 류호준 2018.08.02 662
691 뒷 이야기: “설교자들 위한 책들”(비크너와 부르그만) [3] file 류호준 2018.07.27 1463
690 신앙 에세이: “달과 별들이 떠 있을 때” [3] file 류호준 2018.07.25 3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