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신학생들이여, 제발 한국어라도~”

 

정규 신학생이라면, 즉 정규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구약성경이 히브리어와 약간의 아람어로, 신약성경이 헬라어로 기록되었다는 정도는 다 안다. 또한 신학대학원에서는 성경을 원어로 이해해야한다고 강조하면서 히브리어와 헬라어를 배우라고 한다. 학생들 역시 성경원어를 배우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하나님의 말씀을 올바로 이해하려면 원어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평생 성경원어와 원문 석의 과목을 가르쳐온 사람으로서 이상의 말이 틀리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적으로 학생들이 신학교의 원어교육을 통해 어느 정도 그 언어를 알게 될까 하는 질문에 이르면 고개가 자동적으로 좌우로 돌아간다. 이게 누구의 잘못인가? 가르치는 사람? 배우는 사람? 커리큘럼? 교육환경? 글쎄올시다. 대답이 간단치 않다. 복합적이리라. 타 언어를 배운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럼에도 일주일 완성이니 삼일 정복이니 하는 허세광고들이 적지 않다.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러니 솔직히 말해 신학대학원에서 언어교육은 진퇴양난이다. 어줍지 않게 배워서 원어 단어 몇 개를 가지고 부풀려 말하거나 설교하는 일도 적지 않음을 알고 있다. 이 문제는 나중에 다시 다룰 기회가 있으면 좋겠고..

 

종종 내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이렇게 농담조로 말하곤 한다. “히브리어 헬라어 라틴어 한다고 폼 재지 말고, 한국어라도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문제는 한국어의 상당부분이 한자어라는 사실입니다. 한자어인데 한글로만 표기되었기에 그 뜻을 모를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니 한자 공부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서양인에게 라틴어가 고전어라면 한국인에겐 한자가 고전어인 셈이니 어떻게 하겠습니까?”

 

젊은 세대의 신학생들이 한국어 책(번역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한자어 때문이라 말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듯하다. 소리 나는 대로 읽는 것과 그 문장을 이해하는 것은 아주 다르기 때문이다. 신학교의 학생들이 한번쯤 생각해 봐야할 심각한 문제다. 아니면 한국 교육의 민낯이던가. 신문을 제대로 읽어 낼 수 있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될까 걱정스럽기는 한데 그래도 세상이 잘 돌아가는 것은 보면 신기하다.

 

한 예로,  수업시간에 “정결짐승”에 뭐냐고 물었더니 학생들 가운데 “정결”의 “정”(淨)자를 바를 정(正)라고 생각해서 “바른 짐승과 아닌 짐승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가! 헐. 이거 웃어야할지 울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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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기 아래 사진은 [관주 성경전서: 간이 국한문](1964년판) 이런 거창한 한자어 제목부터 이해하기 쉽지 않을 듯. ㅠㅠㅠ

(2) 잠언 11장에서 한 구절을.....

성경전서.jpg

 

잠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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