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일상 에세이: "패러디 유감"

2018.05.01 20:12

류호준 조회 수:494

"유머와 패러디"

 

패러디(parody)는 특정 작품의 소재나 작가의 문체를 흉내 내어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수법 또는 그런 작품을 가리킵니다. 유머(humor)는 인간 삶이나 인간성에 대하여 부정적 측면을 가볍고 악의 없는 웃음으로 그려 내는 방식입니다. 유머와 비스무리한 말로는 우스개, 익살, 해학, 풍자, 기지, 위트도 있습니다. 패러디나 유머는 건조한 삶에 윤기와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물론 어느 경우는 비아냥거림이나 냉소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엊그제 4.27일은 대한민국 근세역사에서 가장 기념비적 하루로 기억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인민공화국의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역사적 만남을 가진 날이기 때문입니다. 남북을 가로지르는 휴전선을 가운데 두고 두 정상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세기의 악수”를 했습니다. 그 후 두 정상 간의 회동과 대화, 산보와 밀담의 모습은 진한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연이어 인터넷에선 이 광경을 패러디한 게시물들이 올라왔습니다. 아마 대표적인 패러디 만화가 “형과 동생 사이에 서로 점심을 쏘겠다!”는 패러디였습니다. “형! 내가 오늘 쏠께!” “아니 내가 쏠께, 넌 앞으로 아무 것도 쏘지마.” 나도 패러디를 보고 한참 웃었습니다. 한국말로만 표현될 수 있는 재치와 익살이었습니다. 이것은 과도한 설명이 필요 없는 촌철살인의 표현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내가 가입해 있는 동창 목사 친구들 밴드에 저 패러디 합성사진을 웃자고 올렸더니 큰 사단이 난 것입니다. 60대 중반을 넘긴, 좀 배웠다는 아니 좀 까칠한 친구가 이 패러디 사진을 보고 정색을 하며 나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뜬금없이 성경구절을 보낸 것입니다. “바울이 이르되 형제들아 나는 그가 대제사장인 줄 알지 못하였노라 기록하였으되 너의 백성의 관리를 비방하지 말라 하였느니라 하더라.”(행전 23:5) 헐. 헐. 헐.

 

아마 그 친구는 저 패러디 합성사진이 양국 정상을 비하하고 조롱거리로 삼는다고 해석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성경말씀으로 나를 엄히 꾸짖고 야단치는 것이었습니다. 연이어 보낸 그의 문자를 보니 그게 사실이었습니다. “우리가 지식인인데... 저건 몰지각한 세상 사람들이 하는 짓이야! 국가수반에 대해 기본예절은 지켜야지 호불호를 차치하고라도. 시정잡배들이 하는 짓이라면 괜찮겠지. 적어도 우리 목사들이 보는 밴드에는 아니지! 이건 패러디가 아니고 패러디를 가장한 비아냥거림이야!”

 

혈압이 약간(?) 올랐습니다. 졸지에 내가 무식한 사람, 몰지각한 사람, 시정잡배가 되었습니다. 기가 막히기도 하고 속이 부글부글 끓기도 했습니다.  한심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하고. “그럴 수가?”라고 목청을 높이려다가 “그럴 수도!”라고 목청을 잡아 내렸습니다.

 

값비싼 레슨을 배운 하루였습니다. 어쨌든 유머와 패러디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고 대화 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다는 교훈을 배웠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사고의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게 사실인가? 그건 아닌데. 왜? 나도 나이먹었거덩요! ㅎㅎㅎ 혹시 목사님들이 잘 걸리기 쉬운 병 중에 하나가 목이 곧고 생각과 마음이 경직되어가는 "경화증"은 아닌지? 근데 더 큰 문제는 저 목사는 유머와 조크와 패러디를 심심찮게 구사하시는 하나님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지 사뭇 궁금하긴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북에서 온 김정은 위원장도 저 목사보다는 훨씬 유머 감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저와 함께 월북하실래요?”라고.  패러디 유감이었습니다.

 

패러디.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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