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23 01:35
“나를 본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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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목회자가 교인들에게 “나를 본받으세요!”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실 그러해야하는데도 말이다. 목사로서 그만큼 남의 본이 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러해야하는데도 말이다. 바울은 여러 곳에서 “나를 본받으라!”고 한 적이 있다(예, 빌 3:17; 고전 4:16; 11:1). 교만하거나 독선적이거나 우월감에 빠졌거나 다른 사람들을 우습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바울이라는 사람은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뭘 믿고 그런 말을 하나싶다. 분명 그는 완벽주의자도 아니었을 것이고, 신앙적 교만에 빠진 사람도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그렇다고 자기의 기준에 따라주지 못하는 형편없는 교인들을 보고 “적어도 나 정도는 해야 할 것 아닙니까?”라고 감정적으로 말한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나를 본받으세요!”라고 말했을 때 그는 분명 진심어린 말을 했음에 틀림없다. 그 말을 듣는 누구도 대들거나 부정하지 못했던 것은 그의 말의 담긴 안타까운 심정의 겸손함과 강인한 진정성 때문이었으리라. 사도행전과 그의 여러 편지들을 통해 바울의 성품과 인격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는데, 분명 바울은 강인한 의지력을 가진 사람이었음에 틀림없다. 불굴의 투지와 소명에 대한 확신과 추진력 등은 마치 선천적 자질처럼 보이지만, 오래 참음과 견딤과 온유와 같은 영적 자질들은 분명 영적 극기 훈련을 통해 길러졌던 것으로 보인다. 강하지만 부드러운 성품은 그가 연약하거나 미숙한자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잘 드러난다. 복음의 본질에 대해서는 추호의 타협도 허락하지 않는 강력한 성품을 보여주었지만, 덜 성숙하고 미숙한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긍휼의 마음과 따스한 동정심을 보여주었으며, 연약한 형제자매들을 보듬어 품는 일이라면 기꺼이 자신의 마땅한 권리를 포기하는 자기부정의 겸손함을 마다하지 않았다. 자기 의와 독선에 함몰된 강성 기독교인들이 연약한 자의 허물과 약함을 견디지 못하고 그들을 비난하고 비하하고 모멸감을 주는 모습을 본 바울은 심령에 큰 아픔과 탄식을 금치 못하면서, 그들에게 자기가 그리스도를 본받듯이 그들로 자기를 본받으라고 말하면서 자기를 모범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러한 성품은 분명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세워지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성품은 “반드시 그런 성품은 가져야한다.”는 율법이나 규례를 순종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의회에서 “사과나무에선 반드시 사과가 열려야 한다!”라고 법을 제정했기 때문에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열리는 것이 아니다.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열리는 것은 사과나무의 본성에서 그렇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바울의 그러한 성품들은, 그리스도인들의 성품들은, 그리스도의 성품은, 율법이나 규정들을 통하여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들 속에 있는 성령의 열매들이어야 한다. 성령께서 그들 속에서 맺게 하시는 열매들이다. 성령의 미덕들은 진정으로 날마다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세례전적으로 죽고 세례전적으로 다시 사는 일을 통하여서만 주어지는 선물들이다.
나의 기도는 이렇다. “날마다 십자가에서 죽습니다. 날마다 십자가에서 살려주십시오.” “성령이여 날마다 내 안에 거주하여주십시오. 나를 떠나지 마시옵소서. 나를 버리지 마시옵소서.” “날마다 내 안에 새 영을 창조하여 주십시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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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교회에서 매주 수요일 사도행전을 공부하는 기회를 가졌다. 오늘로 50회 강론을 마쳤다. 특별히 행전 28장중에 사도바울의 사역에 관한 장이 대략 17장이 된다. 바울이란 인물에 대해 다시금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마지막 회 원고 말미에 이렇게 썼다. “바울의 일생을 회고해보면 괜스레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참 아름다운 인생이었습니다. 방비하지 않는 꽉 찬 인생이었습니다. 담대하고 거침없이 은혜의 복음을 증언한 하나님의 사람이었습니다.”라고
Over the Rainbow, WY. Credit Kevie Morri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