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18 23:36
“대학입학 시즌에 부쳐”
- 미국의 경우 -
대학진학을 앞둔 학생과 학부형들을 위해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프랭크 부르니(Frank Bruni)가 최근에 책 한권을 내놓았습니다. 제목은 Where You Go Is Not Who You’ll Be (2015)입니다. 문자적으로 번역하자면 “당신이 가는 곳처럼 당신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책의 내용을 읽고 나면 다음과 같이 책 제목을 붙여도 무방할 것입니다. “좋은 대학에 간다고 명품 인생, 출세한 인생, 성공한 인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처럼 미국 역시 소위 아이비리그(Ivy League)라고 부르는 미국 동부의 명문 사립대학에 자녀들을 보내려는 부모들이 적지 않게 꽤 많습니다. 물론 명문대학에 가려고 열심히 공부하는 자녀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프랭크 부르니는 이 책에서 명문대 입학이 자동적으로 성공과 출세로 가는 지름길은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 생각은 허구에 찬 신화일 뿐이라고 질타합니다. 어서 속히 그런 신화에서 벗어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통계 자료를 들이댑니다. 연구 자료에 의하면 미국의 포춘(Fortune) 잡지가 선정한 500대 회사 중 최상위 100개의 회사의 CEO들 – 미국출생의 대표이사들- 의 학력을 조사해보았더니, 대부분 명문대학교 출신들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어떻게 어느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면서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려고 애를 섰지만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한편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가 있습니다. 현재는 미국 동부의 명문 기독교 대학인 고든 대학교의 총장으로 봉직하고 있는 마이클 린제이(Michael Lindsay)가 그입니다. 그가 주도해서 유명한 플라티늄 연구 보고서(Platinum Study)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연구보고서는 미국 사회 최상위층에 속한 사람들의 리더십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연구로 알려져 있는데, 린제이는 250명의 최고 경영자를 포함하여 미국의 각계각층의 지도자들 550명을 연구했습니다. 놀랍게도 그들 중 삼분의 이(2/3)가 명문 엘리트 대학이 아닌 보통 대학 출신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미국의 퓰리처 수상자들이나 아니면 과학이나 공학 분야에서 탁월한 인물의 경우와도 일치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많은 연구보고서들 역시 미래의 소득이나 잘사는 수준은 명문대학에 들어가느냐 하는 것과는 거의 관련이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미국에는 아직도 개인의 잠재적 능력이 피어날 수 있는 토양이 있다는 것이며, 이것이 아직도 아메리칸드림이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근력이기도 합니다.
한편 일렬로 줄 세우는 대학 순위와 지병처럼 앓고 있는 학벌주의와 극소수 대학 출신들의 사회기득권 챙기기와 무의식적인 명문대 우월감/열등감에 찌들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저런 연구보고서가 그저 “그건 그 나라의 이야기일거야!” 하며 냉소적으로 혹은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말하고 있는 현실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이번 3월부터 대학에 들어가는 젊은이들이여, “좋은” 학벌이 여러분들의 장래를 결정하지 못하도록 바꾸어야 할 막중한 임무가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여러분의 인생을 책임성 있게 만들어 가십시오. 기성세대는 이미 동력을 상실했습니다. 오호통재입니다!
[우리 가족이 1980년대 살았던 곳, Preserve Metropark, Toledo, 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