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도심 속의 교회, 세상 속의 교회

 

시카고는 미국 중서부의 대표적인 도시입니다. 바람의 도시(windy city), 마피아의 대부 알 카포네의 도시, 재즈의 도시, 호변의 도시로 알려진 시카고는 무엇보다 멋진 스카이라인을 자랑합니다. 위용을 자랑하면서도 정갈하고 깨끗하게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다양한 고층건물들은 시카고를 매력 있는 도시로 만들었습니다. 시카고가 건축미를 자랑하게 된 것은 1871년에 발생했던 시카고 대화재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도시의 상당부분이 소실되었고 그 뒤로 얼마 있지 않아 1885년에 세계 최초의 고층건물을 짓게 되었습니다. 10층짜리 건물! 10층짜리 건물(42미터 높이)이 세계 최고층 빌딩이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습니다. 어쨌든 그 후로 위대한 건축가들의 상상력의 경연장이 된 시카고는 전 세계의 도시들 가운데 가장 멋지고 밀집된 고층건물 군락을 형성하는 작품도시가 되었습니다.

 

시카고 시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로는 미시간 에뷰뉴가 있습니다. 일명 장엄한 1마일”(Magnificent Mile)거리의 중심가입니다. 아마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지상쇼핑천국거리입니다. 한국 사람들의 명품 사랑은 세계적이니 명품 브랜드 이름들을 알아맞히는 국가별 단체 경연대회에 최우수상을 거머쥘 국민으로 뽑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 혹시 심심풀이로 아래 명품 브랜드 이름들 중 몇 개나 아는지 세어보십시오. 모두 시카고 미시간 명품거리에 있는 상점들과 브랜드 이름들입니다.

 

Cartier, Escada, Bottega Veneta, Marc Jacobs, Bulgari, Van Cleef & Arpels, Chanel, Georg Jensen, Gucci, Louis Vuitton, Max Mara, L.K.Bennett, Harry Winston, St. John, Aritzia, Omega, Kate Spade, Stuart Weitzman, Prada, Mont blanc, Hugo Boss, Anne Fontaine, Rolex, Ralph Lauren, Eskandar, Barbour, Cole Haan, Charles David, Lanvin, Giorgio Armani, Henri Bendel, Brunello Cucinelli, Dolce & Gabbana, Salvatore Ferragamo, L'Occitane en Provence, Diesel, Carolina Herrera, American Girl, Moncler, Furla, Ermenegildo Zegna, Brooks Brothers, Zara, Burberry, Vera Wang, La Perla, Tumi, Agent Provocateur, Dennis Basso, lululemon athletica, Piazza Sempione, Graff Diamonds, Tom Ford, Fratelli Rosseti, Hickey Freeman, Kiehl's, Jil Sander, Henry Beguelin, Topshop, Michael Kors, Bernadaud, Christofle, J. Crew, Arthur, Sermoneta, H&M, Manrico Cashmere, Marlowe, Paul Stuart, Graff Diamonds, David Yurman, Fogal, Christian Louboutin, Wolford, Saint Laurent, The Art of Shaving, BHLDN, Jimmy Choo, Buccellati, All Saints, Frette, Pratesi, Culti, Tiffany & Co.

 

한편 각 도시마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지닌 개신교 교회들이 있습니다. 시카고도 예외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낳은 위대한 부흥사 무디(D. L. Moody) 목사님을 기념한 무디 기념교회”(Moody Memorial Church)가 있습니다. 다른 한편 시카고 제 4 장로교회”(Fourth Presbyterian Church of Chicago)가 있습니다. 이 교회는 1871년에 창립되었고 1971년 시카고 대 화재로 처음 지었던 교회당은 소실되었습니다. 40여년이 지난 1912년에 오늘의 위치에 고딕양식을 재현한 장엄한 교회당을 지었으며 현재 국가 유산 건물로 지정되어있습니다. 현재 등록된 교인이 5,500명 정도 인데 미국 장로교회(PCUSA) 소속으로는 두 번째로 큰 교회입니다.

 

내가 이 교회에 관심이 있는 이유는 예전에 종종 청취했던 탁월한 설교자가 바로 이 교회의 담임 목사였기 때문입니다. 존 뷰캐넌(Reverend John Buchanan) 목사님은 이 역사적 교회에서 25년을 봉직한 후에 2012년 정월에 은퇴하였고 현재는 명예목사 직함으로 교회에 속해 있습니다. 엊그제 시카고를 방문 중에 주일을 맞이하여 교회를 찾았습니다. 뷰캐넌 목사님 후임으로 조지아 주에 있는 컬럼비아 신학교 출신의 여성 목사님이 작년 오월에 담임목사로 청빙을 받아 목회하고 있었습니다.


존 뷰캐넌 목사님이 은퇴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미국인들은 가르고, 판단하고, 쫓아내고, 못 들어오게 하는종교(기독교)에 대해 신물이 나게 되었습니다.”

 

영향력 있는 목회자가 은퇴하면서 자신의 목회와 교회와 교단을 되돌아보면서, 평소에 그가 가졌던 확신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을 다시금 곱씹어 우리 한국교회에 적용해 보았습니다.

 

(1) 특정한 이념과 신념의 이유로 편을 가르고 나눠지는”(divide) 교단과 교회; (2) 자기들만의 신학과 신앙에 따라 다른 사람들을 쉽게 판단하고 정죄하는”(judge) 교회; (3)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 있으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쫓아내는”(kick out) 교회와 교단; (4) 학벌이나 사회적 신분과 같은 것으로 장벽을 쌓아서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keep out) 교회와 교단. 한국의 일반인들도 이런 교회와 교단에 대해서 피로감을 갖게 된다는 말로 들렸습니다.

 

화려한 미시간 에비뉴에 고색창연한 시카고 제 4장로교회의 자리는 말없이 상당히 많은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다인종, 다문화, 다원화, 세련된 도시인들, 네온사인들과 간판들, 첨단의 문명, 분주한 사람들의 발걸음들, 세속화의 물결, 하늘을 치솟는 거대 도시 속 한 가운데 외롭게 자리 잡은 교회는 오늘도 거침없이 세상 속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들이 들어야 할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참석한 주일 아침의 설교 제목이 이 사실을 분명하게 요약해 주고 있었습니다. “모순과 부조리 속에서 어떻게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역시 지상 교회의 위치는 세상 속에, 도심 속에 있어야 함을 새롭게 느낀 주일이었습니다.


[1.시카고 전경, 수족관에서 찍다.  2. 제4 장로교회 내부]

시카고.jpg Presbyterian_chicago.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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