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뿔 달린 모세유감

 

모세라는 인물은 출애굽기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입니다. 아니 구약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성경 전체를 놓고 볼 때도 그러합니다. 그를 능가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그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바로의 압정에서 해방시킨 하나님의 사람이었고 그들을 인도하여 홍해를 건넜고 시내산에선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담은 두 돌판을 받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삶의 지침서로 건네준 위대한 영적 지도자입니다. 신약에서도 예수님을 제2의 모세로 묘사할 정도로 성경 안에서 모세의 지위는 대단합니다.

 

그는 광야에서 40년 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었습니다. 그 기간에 수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슬프고도 잊지 못할 사건을 하나 들라면, 모세는 분명 황금송아지 건립사건을 들 것입니다(32-33).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광야 생활 초기에 어느 날, 하나님은 모세를 시내산 정상으로 불러들였습니다. 십계명을 주시기 위해서였습니다. 산 정상에서 하나님은 친히 돌로 깍은 돌판 위에 십계명을 적어 주셨습니다. 모세가 하나님과 함께 시내산에 체류했던 기간은 40일이었습니다. 한편 시내산 밑에 진을 치고 있었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40일 기간은 지도자의 부재 기간이었고, 그것은 곧 하나님의 부재를 의미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이 때 불안에 떨던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을 대체할만한 신(우상)을 만들었습니다. 황금송아지 상이었습니다. 광야 여정을 인도해줄 신이라고 여겼습니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자기체면과 진통제 투여의 우상이었습니다. 시내산에서 내려오다 이 패역과 배도의 광경을 바라 본 모세는 하나님이 주신 돌판을 내어 던지면서 그들을 향한 분노를 격렬하게 표출하였습니다. 그 다음 날 하나님은 한 성질을 한 모세에게 섭섭한 마음을 숨기시고 다시 시내산에 올라오라고 하셨습니다. 깨어 부슨 돌판을 다시 만들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시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맨 손으로 올라오지는 말라고 하셨습니다. 모세에게 돌판을 들고 시내산에 올라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지난번에는 하나님이 친히 돌판을 준비해서 그 위에 십계명을 써서 주었지만 이번에는 모세더러 돌판 둘을 준비해서 올라오라고 하신 것입니다. 어쨌든 모세는 돌판 둘을 들고 낑낑대며 시내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돌판 둘 위에 하나님께서 지난번 첫 번째 것에 썼던 말을 그대로 써주셨습니다.

 

그 돌판을 들고 내려올 때 모세의 얼굴에는 광채가 빛나고 있었지만 본인은 정작 그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아론과 온 이스라엘 자손이 그 얼굴 광채를 보고 심히 두려워했습니다.(34:29-35)

 

모세의 얼굴을 보고 무서워했다는 것입니다. 그 얼굴의 광채(光彩, ) 때문이었습니다. 여기에서 광채”(빛나다)에 해당하는 히브리어는 카란입니다. 그런데 카란캐렌으로 읽으면 ”(horn)이 됩니다. 주후 4세기말에 제롬이란 학자에 의해 번역 출판된 라틴어 번역본(Vulgate)카란”(광채)으로 읽는 대신 캐렌”()으로 읽었습니다. 아마 제롬은 사람들이 모세의 얼굴을 볼 때 무서워했던 상황을 생각하면서 모세의 머리에 불길처럼 생긴(요즘 말로는 뚜껑이 열리면서 김이 나는 모습) 이상야릇한 뿔들이 솟아났다고 추측한 것 같습니다.

 

16세기 서구의 문예부흥 운동(르네상스) 시절 위대한 조각가이며 예술가인 미켈란젤로는 수많은 조각상을 만들었는데 그 중 유명한 조각상이 모세상”(1513-1515)입니다. 이 조각상은 로마의 빈꼴리에 있는 성베드로교회(San Pietro in Vincoli in Rome)에 진열되어 있는데 라틴어 성경의 출애굽기 34장에 묘사되어 있는 모세 상을 조각한 작품입니다. 보다시피 미켈란젤로의 모세의 머리에는 뿔이 두 개 달려 있고 오른손에는 돌판 두 개가 있습니다. “뿔 달린 모세상입니다. 무시무시한 모습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무서워 할만 했습니다. 그의 얼굴의 광채 때문이 아니라 그의 머리의 뿔 때문에 무서워하고 두려워했다는 것입니다. 모세 얼굴의 광채는 그가 하나님을 만나고 그와 깊은 교제와 사귐의 경험을 갖게 된 결과였습니다. 사람들은 모세를 얼굴을 볼 때 마치 하나님의 얼굴에서 나오는 빛을 보는 것 같아서 떤 것이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모세상을 보고, 출애굽기 본문을 읽으면서 이런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아마 하나님 말씀의 사역자나 목사들의 얼굴과 머리는 다음 둘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상상입니다. (1) 환한 빛을 발하며 얼굴에 광채가 나는 은혜 충만한 얼굴의 목사님! (2) 아니면 성질부리고 사람들을 윽박지르는 뿔을 머리에 달고 있는 얼굴의 목사님!

 

얼굴에 환한 광채가 나는 사역자가 되려면 먼저 40일 동안 하나님과의 깊은 사귐과 교제, 그리고 그분 발아래서 말씀과 교훈을 듣는 경험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문자적 40일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하나님 앞에 서서 그의 말씀을 듣는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한편 머리에 뿔 달린 목사가 되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경건 훈련과 자기 성찰과 하나님 경외를 날마다 연습하지 않는다면 옛 자아의 악한 습성은 자연스레 솟구쳐 급한 성질을 부리고 자기를 통제하지 못하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누구든지 받아버릴 태세를 보일 것입니다.

 

나는 어떤 말씀의 사역자일까? 얼굴에 광채가 나는 사역자? 예수님의 얼굴에선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였다고 하였는데(1:14) 나는 어떨까? 은혜와 진실이 내 속에 있을까? 그것이 얼굴로 나타나는가? 아니면 뿔 달린 목사는 아닌가? 힘과 권력을 과시하고 누군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 뿔로 들이 받는 사역자는 아닌가? 욱 하는 성질을 통제하지 못하고 붉은 천만 보면 들이받으려고 돌진하는 투우사의 소들은 아닌지? 끝내 붉은 피를 봐야 직성이 풀리는 뿔 달린 사역자는 아닌지?

 

끝으로, 출애굽기 34장을 읽고 얼굴에 광채 나는 모세상 대신에 그와 정반대가 되는 뿔 달린 모세상을 조각한 미켈란젤로에게 잘못을 찾고 비난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런 번역을 제공한 제롬 선생과 그 번역을 그대로 천년 이상을 방치한 중세 교회의 성경학자들과 신학자들에게 잘못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교인들의 실수나 잘못은 상당부분 목사나 신학자들에게서 유래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뿔 달린 모세유감입니다.


[미켈란젤로의 "모세상"]

Moses_San_Pietro_in_Vincol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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