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하나님의 경륜” 유감

2015.01.21 11:51

류호준 조회 수:4835

  하나님의 경륜유감

 

 

신앙의 언어 가운데 이해하기 좀 어려운 용어가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하나님의 경륜이란 용어입니다. 경륜이 뭘까요? 한자어인 경륜”(經綸)은 봉건제도하의 중세적 왕궁의 용어처럼 들립니다. 예를 들어 국가를 이끌어가고 다스리는 데 필요한 능력과 경험을 갖춘 왕을 경륜이 있는 왕이라고 합니다. “그는 경륜이 있는 사람이야라고 말할 때 노련한 지혜와 탁월한 계획을 갖고 조직을 이끌어가는 능력과 경험이 있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경륜이라고 할 때는, 하나님께서 갖고 계신 계획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에 대한 계획이란 말입니까? 나와 여러분에 대한 계획을 포함하여 인류역사에 대한 계획과 이 세상에 대한 계획과 피조세계에 대한 계획 모두를 말합니다. 또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통하여 이루어져가는 피조세계 전체에 대한 큰 그림을 말하기도 합니다. 혹시 수천수만의 퍼즐조각들을 하나씩 꿰어 맞추어 큰 그림을 완성해야 하는 일이 여러분에게 주어졌다면 너무 힘들고 고단한 숙제가 될 것입니다. 이 세상을 운영해 가는 하나님의 입장에서도 그럴 것 같습니다. 수천수만의 일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잘 맞아 떨어지도록 신경을 쓰는 것도 힘들고 고될 텐데 말썽 부리는 인간 퍼즐들때문에 애로사항이 많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이 인간 퍼즐과 저 인간퍼즐을 한 쌍으로 맞추는 것이 오리지널 계획인데 처음에는 잘 붙어 있다가 하나님이 다른 곳에 신경을 쓰는 사이에 서로 떨어져 등을 돌려 대고 서 있을 때 입니다.

 

어쨌든 하나님은 자신이 만든 세상(피조세계)이 엉망진창 뒤죽박죽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창조하면서 그가 그토록 좋아하시면서 와우, 이보다 더 좋은 수는 없을 거야!”라고 경탄했던 그 세상이 형편없이 깨어지고 일그러지기를 바라시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적어도 하나님은 자기가 만든 이 세상(시간과 공간은 물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포함한 세상)이 질서 있고 평화로운 곳이 되기를 바라셨습니다. 그리고 사람에게 집 관리인으로 사명을 맡기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집을 건축한 이가 그 집을 누군가에게 공짜로 세를 주어 살게 해주었다고 합시다. 세 들어 사는 사람에게 주어진 조건은 간단했습니다. 집을 잘 관리하고 집안을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리정돈하고 살라는 것입니다. 집안의 가구들도 배치를 잘해서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삶의 공간을 만들어 살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한마디로 규모 있게 살림살이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살림살이라는 말을 잠시 생각해 보십시오. 살림살이를 잘 한다는 것이 무슨 뜻입니까? 소극적으로 말해서, 살림을 헤프게 하지 않는 게 살림살이를 잘 하는 것이겠지요. 집안에서 모든 것들(집안 식구들을 포함해서)이 자기가 있어야할 곳에 잘 있게 해주는 것이 살림살이를 잘하는 것일 것입니다. 적극적으로 말해서, “살리는 일에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 바치는 것이 살림살이를 잘하는 것입니다. 가정과 집안에 생기(생명)가 돌게끔 하는 것이 살림살이를 잘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최초의 인류에게 맡겨준 사명이 바로 살림살이를 잘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집으로서 이 피조세계를 맡아 관리하는 사람의 사명은 온 피조세계가 생명과 생기와 활력으로 가득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조정, 화합, 화목, 조화, 일치, 규모, 질서, 행복, 우애, 협동 등과 같은 것들이 필수적인 요소가 됩니다. 하나님이 자기 ”(피조세계)을 규모 있고 아름답게 만들어 가기 위해 인간에게 부탁하신 살림살이 부탁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살림살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하나님의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집은 더럽고 오염되었고, 집안에 부착된 각종 장치들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망가지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관리인으로 부름 받은 사람은 피조세계를 관리하는 매니저 역할이 사람의 부르심 받은 최초 최고의 직업(vocation)이었습니다! - 고장 난 것들을 고치거나 집을 가꿀 생각을 하지는 않고 오히려 집을 더 망가뜨렸습니다. 집은 버려진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벽에는 온통 낙서들과 그을린 자국들로 얼룩졌으며, 수도는 녹물을 쏟아내고 역겨운 악취를 풍겼습니다. 푸른 잔디와 각종 꽃들로 아름답게 장식되었던 화단과 정원에는 엉겅퀴와 잡초로 무성했습니다. 폐가(廢家)가 된 것입니다.

 

, 이런 상태를 집 주인이 그냥 보고만 계실까요? 물론 엄청나게 속이 상했습니다. 그래도 화를 참으시고 망가진 집을 고치시기로 작정하셨습니다. 일종의 회복 프로젝트”(restoration project)를 세우신 것입니다. 성부 성자 성령 세분 한 하나님(삼위일체)께서 회복프로젝트에 참여 하시기로 작정하시고 서로에게 헌신하십니다. 이것을 신학에선 경륜적 삼위일체라 부릅니다.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망가지고 더러워지고 추하게 된 자기의 집(피조세계)을 고치고 손질하고 정리하여 새롭게 하시려는 계획을 세우신 것입니다. 회복 프로젝트를 다른 말로 구원 계획혹은 구원 경륜이라고 부릅니다. 이처럼 구원”(redemption)은 매우 포괄적이고 장대한 회복 개념입니다. 단순히 하나님과 나 사이의 개인적 관계 회복만을 가리키지는 않습니다. 물론 죄로 더럽혀지고 악의 진흙탕 속에서 허덕이던 나를 구출해주신 것을 구원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구원은 그 이상입니다.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성과 우주적 차원을 갖고 있는 포괄적 개념입니다. 하나님께서 자기가 만든 ”(창조 세계 전체)과 그 안에 살고 있는 모든 것(사람을 포함한 만물[萬物])을 원래의 상태로 회복할 뿐 아니라 그 안에 생명과 활력과 빛과 질서와 행복과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불어넣어 충만한 상태(, 플레로마, pleroma, , 1:23, 3:19; 1:19, 2:9 )에 이르게 하시겠다는 것이 하나님의 회복 프로젝트의 목표입니다. 물론 회복 프로젝트에 예수와 성령의 역할은 지대하고 필수적임을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를 구원자, 구속자, 회복자라고 부르며, 성령은 예수께서 이루신 구원의 일들을 각 개인과 모든 피조세계에 배달해주는 역할을 하시는 분입니다.

 

다시금 하나님의 경륜이란 용어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보통 하나님의 구원 경륜을 영어로 Economy of Salvation이라고 부릅니다. 영어에는 자신이 있지만 신학을 잘 모르시는 분들 가운데는 당당하게 구원의 경제()”이라고 번역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구원 경륜이라고 불러야 맞는 번역입니다. 여기서 영어 이코노미”(economy)는 헬라어 오이코노모스”(oikonomos)에서 유래된 용어입니다. 헬라어 오이코노모스는 보다시피 오이코스”(oikos, “”)노모스”(nomos, “규칙”)의 합성어입니다. 법도가 있는 집, 규모 있게 살림하는 집, 살림살이 잘하는 집, 질서가 있는 집, 이런 집을 만들어 가는 것이 경륜이며, 현대적으로 경제라고 합니다. 실제로 경제는 가사(家事, 집안 살림)경제에서 출발했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도 다 아는 상식입니다. 이것이 영어 이코노미”(economy)의 원래의 뜻입니다.

 

이처럼 하나님은 자기의 집인 이 세상(피조세계)을 정의와 공의로 운영해 가시고 마침내 온전한 샬롬으로 가득한 세상으로 회복하시겠다는 것을 우리는 하나님의 경륜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므로 성경의 맨 마지막에 그려지고 있는 새 하늘과 새 땅”(New Heaven and the Earth, 한자어로 신천지”)이야 말로 최종적 구원의 결정체이며 회복의 실체입니다. 아쉽게도 저 아주 나쁜 이단이 신천지”(新天地)란 용어를 빼앗아갔지만 그리스도의 교회는 처음부터 하나님의 구원 경륜이 완성될 날을 기다리며 신천지를 소망했던 종말론적 공동체”(escatological community)였습니다. “,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 (22:20) “하나님의 경륜용어 유감(有感)이었습니다.

 

[호주 불루마운틴(Blue Mountains)의 야생화, 이석호 사진(Sydney 거주)]

불루마운틴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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