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닐 플랜팅가의 문학과 신학과 독서와 설교

 

 

코넬리우스 플랜팅가 주니어(Cornelius Plantinga, Jr.) 박사의설교자의 서재: 창조적 설교를 위한 세속적 책 읽기오현미 번역 (복있는 사람, 2014)이 출판이 되었네요. 원서는 Cornelius Plantinga, Jr., Reading for Preaching: The Preacher with conversation with storytellers, biographers, poets, and journalists (Eerdmans, 2013)입니다. 원서가 출판된 지 6개월 만에 한국어로 번역이 되었으니 매우 빠른 속도였습니다.

 

이 책에 대한 일화가 있어서 몇 자 적어봅니다. 일종의 시간여행입니다. 이 책은 미국 미시간 그랜드래피즈에 자리 잡고 있는 칼빈신학교의 총장이며 조직신학교수였던 저자가 은퇴 후에 "설교를 위한 독서"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한 것입니다. 코넬리우스 플랜팅가, Jr. (약칭으로 닐 플랜팅가, Neal Plantinga라고 부릅니다) 박사는 내겐 고마운 은사입니다. 옛날 옛적(!) 내가 신학교(Calvin Theological Seminary, MI)에 다니던 시절에 조직신학을 가르쳐주신 선생님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기독개혁교단(CRC)에선 그의 가족이 이른바 명문 크리스천 가문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의 아버지 코넬리우스 플랜팅가는 네덜란드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 1 세대로 듀크 대학교(Duke University)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미시간의 칼빈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가르쳤으며, 그의 큰형인 앨빈 플란팅가(Alvin Plantinga)는 미국 기독교 철학계의 태두로서 칼빈대학교(Calvin College)에서 19년을, 천주교 대학인 노틀담 대학(University of Notre Dame)에서 28, 도합 47년을 가르친 교수이고, 그의 작은 형 리온 플랜팅가(Leon B. Plantinga) 역시 교수로서 예일 대학교(Yale University)에서 40여년을 음악학을 가르쳤습니다.

 

닐 플랜팅가 박사는 원래 예일 대학교(Yale University)에 입학하여 영문학을 공부하다가 아버지가 가르치는 칼빈대학(Calvin College)에서 공부를 마친 후 다시 예일 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하여 영문학을 공부하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선 다른 계획을 가지셨습니다. 영문학을 공부하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칼빈신학교에 입학하였고 결국 신학자가 된 것입니다. 닐 플랜팅가 교수는 33살에 칼빈신학교(Calvin Theological Seminary)의 조직 신학교수가 되었으니, 그의 학문적 탁월성은 이미 교단 안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었던 셈입니다. 칼빈신학교에서 가르치면서 3년 후인 36살에 삼위일체론 연구로 프린스턴 신학교에 박사 학위를 취득했는데, 당시 프린스턴 신학교의 조직신학교수인 다니엘 L. 밀리오리(Daniel L. Migliore,기독교 조직신학 개론[새물결플러스, 2012]) 박사가 그의 지도교수였고 그 후로 평생 동료로 친구로 지내고 있습니다.

 

닐 플랜팅가 박사를 생각하다 보니 재미있는 일화가 떠오릅니다. 1980년대 중반으로 기억이 됩니다. 당시 나는 한국에서 총신 신대원에서 1년 반을 마치고 다시 미국으로 가서 칼빈신학교에서 처음부터 다시 목회학 석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한국의 총신 신대원에 다닐 때 조직신학 신론을 가르치셨던 선생님이셨던 차영배 박사께서 당시 삼위일체론에 대한 한국교회와 신학계의 이해가 영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 모양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 삼위일체 교리는 종종 양태론(modalism)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니면 잘못하다가는 삼신론(Tritheism)으로 빠질 수 있는 신비로운 교리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신학적으로 모퉁이에 몰리셨는지 아니면 좀 더 전통이 있는 개혁파 신학에 의존하려했는지는 몰라도 칼빈신학교의 젊은 플랜팅가 교수가 삼위일체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 논문을 썼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더니, 그 논문을 복사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 들려왔습니다. 이렇게 해서 차영배 박사님의 손에 닐 플랜팅가 박사의 학위 논문이 들어가게 된 일이 있습니다. 닐 플랜팅가의 삼위일체론은 일차적으로 요한복음에 대한 자세한 연구에 기초를 두면서 초기 갑바도기의의 신학자들인 그레고리 닛사 형제들로부터 어거스틴과 칼빈에 이르기까지 두루 섭렵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렇게 하여 그는 지난 몇 십 년 사이 신학계에 중요한 학설로 부상한 사회적 삼위일체론에 중요한 목소리를 내는 학자가 된 것입니다.(참고로, 삼위일체론에 대한 최근의 저서로는 장신대의 백충현 박사가 저술한내재적 삼위일체와 경륜적 삼위일체: 현대 삼위일체신학에 대한 신학.철학의 융합적 분석[새물결플러스, 2015]도 살펴볼만 하다.)

 

(코넬리우스) 플랜팅가 교수의 발밑에서 배웠던 제자로서 나는 누구보다 그의 강의에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언어 구사의 달인이었고, 문학적 상상력과 신학적 정밀성을 겸비한 강의는 언제나 넋을 놓고 들었습니다. 내 속엔 언젠가부터 그분에 대한 질투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언어구사를 탁월하게 할 수 있을까? 그는 언어의 힘을 잘 알고 있었던 학자였습니다. 그가 인출해내는 예화나 이야기는 문학, 소설, 영화, , 고전, 타임지 기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습니다. 물론 언젠가 오늘 소개하는 이런 유의 책이 나오리라 예측은 했습니다. 돌이켜 보니 내가 문예-신학적 에세이를 쓰게 된 것도 그분의 영향이 일정부분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이 책이 나오기 몇 해 여름이었습니다. 당시 여름 방학을 맞이해서 나는 미국 미시간 주 그랜드래피즈 시에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에 칼빈신학교에 유학 온 몇몇 신학생들(그중 한 명은 지금은 고신대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치는 우병훈 교수, 다른 두 명은 새물결 출판사에서 일하는 최정호 목사와 백석 출신의 목회자 전태경 목사다)과 간단한 조찬 겸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동네에서 분위기 좋은 고즈넉한 레스토랑을 찾았습니다. 이름 하여 The Gathering Place(6886 Cascade Rd SE, Grand Rpids, MI. 구글로 찾아보시면 사진까지 나오는군요!)였습니다. 유학생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 저 만치 낯익은 얼굴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닐 플랜팅가 선생님이었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얼마 후에 프린스턴 신학교(Princeton Theological Seminary)에 가서 워필드 기념강좌(B.B. Warfield Lectures)에서 강연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럼 선생님, 어떤 주제를 가지고 강연하시나요?”라고 물었습니다.

 

참고로, 워필드 기념 강연의 역대 강연자로는 스위스의 칼 바르트(Karl Barth)를 비롯하여 네덜란드 라이든의 신학자 헨드리쿠스 베르콥프(Hendrikus Berkhof), 해석학의 석학 폴 리쿼르(Paul Ricoeur), 당시 희망의 신학으로 이름을 알리던 독일의 개혁파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Jürgen Moltmann), 바르트 해석으로 유명한 영국의 토마스 토랜스(Thomas F. Torrance), 이제는 미셔널 처치 운동의 신학적 기초를 놓은 분으로 알려지게 된 영국의 선교신학자인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 삼위일체론 연구로 유명한 영국의 콜린 건톤(Colin Gunton ), 내러티브적 윤리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창한 시카고대학의 제임스 거스탑손(James M. Gustafson), 과학과 종교의 상관성으로 이름을 알린 존 폴킹혼(John Polkinghorne)과 같은 학자들이 강연자의 족적을 남겼던 강좌였습니다.

 

보다시피 대부분의 강연자들이 조직신학자나 윤리학자, 혹은 철학적 신학자들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닐 플랜팅가 선생님의 강연 주제도 조직신학적 주제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앞서 잠깐 소개했듯이 닐 플랜팅가 교수는 미국 학계에서 사회적 삼위일체론”(Social Trinity)을 주장하는 대표적 학자였기 때문에 그런 쪽의 주제를 다룰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내 추측은 보기 좋게 틀렸습니다. 아니, 두 번 생각하면 맞힐 수 있었던 주제였습니다.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시던 선생님은, “, 아마 문학과 신학과 목회에 관한 강연이 될 걸세!”라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플랜팅가 교수는 2012년에 B.B. Warfield Lecture에 연사로 초청받아 강연하게 되었고, 그 주된 내용이 문학과 독서와 설교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 강연을 다듬어서 낸 책이 바로 오늘 여러분들에게 소개한 책입니다. "오직 성경"만을 외치고, "오직 정통신학으로만"으로의 깃발을 드높이는 일부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에게 필요한 요소가 있다면 삶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관조와 관찰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것은 다양한 독서(이야기, 소설, 시, 신문, 잡지)를 통해서 가능할 것입니다. 목회자들에겐 "부드러움"과 "치밀함"이 균형잡히게 갖추어져야할 덕목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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