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05 05:07
세계 성찬 주일 (World Communion Sunday)
10월 첫째 주일은 전 세계의 그리스도인들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됨을 고백하는 “세계성찬주일”(World Communion Sunday)입니다. 거룩한 삼위(三位)가 일체(一體)를 이룬 것 같이 그리스도인들도 비록 인종과 성별과 신분과 국적과 출생과 나이의 다름에도 불구하고 삼위일체 하나님을 본받아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됨을 고백하는 것이 마땅한 일입니다. 갈라지고 나눠지고 반목하고 분열하고 깨어지는 일들이 반복되는 우리사회와 교회들을 보면서 성찬의 식탁에 둘러서서 그리스도를 주님이라고 고백하는 그리스도의 교회들은 하나 됨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반복해서 기억해야합니다. 비록 오대양육대주에 흩어져 있지만 하나님의 영을 통해 예수를 그리스도요 주님이라고 고백하는 자들의 모임이 참 교회입니다. 에베소서의 한 구절은 일곱 가지 무지개 형태의 하나 됨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몸이 하나요, 성령도 한 분이시오, 소망도 하나요, 주님도 한 분이시오, 믿음도 하나요, 세례도 하나요, 하나님도 한 분이시다.”(엡 4:4-6)
세계성찬주일은 그리스도인의 하나 됨과 서로간의 연합을 기리기 위해 성찬예식을 중심으로 예배의식이 시행됩니다. 놀라운 일은 아주 오래전 1936년에 미국 중서부의 피츠버그 시의 한 교회(Shadyside Presbyterian Church)에서 장차 세상의 모든 교회들이 한 식탁에 둘러서서 한 음식과 한 음료(성찬)를 마시는 꿈을 꾸었다는 것입니다. 당시 미국은 대공황기간(Great Depression)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가히 기적과 같은 발상이었습니다. 자기 교회도 챙기기 힘든 상황에서도 그 시선이 전세계를 바라보고 있다니요! 그 교회의 목사님이 계셨는데 탁월한 영적 지도자였고 설교자였고 시민운동가이기도 하였습니다. 그 목사님의 이름은 휴 톰슨 커(Dr. Hugh Thomson Kerr)였습니다. 1913년에 그 교회에 부임하여 1945년까지 32년 동안 담임목사로 섬겼습니다. 그분의 지도력에 따라 교회의 몇몇 지도자들과 함께 세계성찬기념주일 제정을 제안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교회의 제안은 미국 장로교단(PCUSA)의 총회에서 채택되었고 지금은 전 세계의 많은 교회들과 교단들이 이 주일을 기념하여 지키게 되었습니다.
“하나 됨”(communion)은 단순히 제도적 일치를 말하지는 않습니다. 성령을 통하여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는 교회들은 서로에 대해 형제애를 가지고 연합하여 하나님의 정의로운 왕국이 이 세상에 현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시적 증표 노릇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 분열과 반목으로 얼룩지고, 개인적 명예욕에 따라서 교회들이 깨어지는 모습을 고통스럽게 보아야 하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생각하면 다시금 성찬에 임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야 할 것입니다. 너무도 자기교회중심적이고, 눈을 돌려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고, 숫자와 크기에 몰입하고, 연약한 교회들에 대한 연대감은 가진 자의 동전 몇푼 정도의 가치로 전략하고, 무엇보다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 의식이 코마상태로 들어간 대책없는 교회들을 불쌍히 여겨달라는 기도밖에 다른 길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죄악을 위해 자기 몸을 깨어 부수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을 기념하는 조촐한 성찬 예식이 장차 온 세계의 그리스도인들의 기쁨과 즐거움으로 가득한 천상의 메시아의 대 연회장으로 변화될 날이 오리라 꿈꾸듯이 상상해 봅니다. “보라 형제자매가 연합하여 함께 사는 것이 어찌 그리 좋고 아름다운지요!”(시 133:1)
[Shadyside Presbyterian Church, Pittsburgh, PA. 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