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알파고(AlpaGo)와 오메가고(OmegaGo)

 

 

지금부터 35년 전이었습니다. 당시 나는 미국 미시간 주에 있는 캘빈신학교에서 목회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었습니다. 내겐 아주 친한 미국인 친구가 있었는데 이름이 다니엘 크루시(Daniel Kruse)였습니다. 어느 날 금요일 오후 수업을 마친 후에 내게 다가오더니 가방 속에서 뭔가를 꺼내는 것이었습니다. 헐, 종이로 된 바둑판을 책상에 펼치고 바둑알을 꺼내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그 옛날에 백인 미국인 신학생이 바둑을 두겠다며 바둑판을 꺼내다니! 게다가 헐, 바둑이 아주 심오한 인생의 소우주를 반영한다면서 일장 바둑 예찬론을 펼치더니, 동양인인 내게 바둑에 대해 한 수를 가르쳐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헐, 나는 기껏해야 오목만 둘 줄 아는 바둑문외한이었거든요. 바둑을 두는 사람을 보면 시간낭비를 하는 사람이라고 속으로 뭐라고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이 말을 하려고 서론을 주절거린 것은 아니고요! 그 때 그 친구가 아직 가방에서 바둑판을 꺼내기 직전에 그가 내게 물었습니다. “you surely play go, don’t you?” 나는 이게 뭔 소리인 줄 몰랐습니다. “너 정말 어디 가냐?” “너 정말 기도 하냐?” 이렇게 해석을 한 것입니다. 헐, 내 영어청취 실력이 드러나네요! 어쨌건 아주 친한 친구가 이런 질문을 던지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거죠. 당황하고 있던 차에 바로 그가 바둑판을 꺼낸후 바둑에 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였는데, 말할 때마다 Go(고우)라는 소리가 계속 들렸습니다. 왜 이 친구가 Go라는 말을 할까 했습니다. 제법 한 눈치하는 나는 곧바로 “Go”가  한국어로 “바둑”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내 영어 단어 암기장에는 Go(= “바둑”)라는 단어 하나가 첨가된 것입니다. 35년 전에! ㅎㅎㅎ

 

어제부터 인류를 대표하는 한국의 아담 이세돌 9단과 1,200대분의 컴퓨터 연합군으로 이뤄진 구글의 수퍼컴퓨터 인공지능(AI)인 알파고 - 근데 화면을 보니 영국출신 인공 지능아 같습니다. -와 5전 3승제로 격돌하고 있는데, 2차전까지는 인류의 대표이신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불계패를 했다네요. 역시 첫 아담은 패배를 하는 군요!

 

구굴의 “심심(深心, 깊은 마음, DeepMind) 인공지능 프로젝트”인 알파고(AlphaGo)는 온갖 경우 수를 다 계산해서 인간 이세돌의 직관을 이겼다고 하지만,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세계의 오묘함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SNS나 방송을 포함한 대중매개체들은 “인간 대 기계”의 세기적 대결이라고 오두방정을 떨며 소란을 피우지만, 인간에게만 “느낄 수”있는 세계가 있고, 인간만이 "열망하고 바라고 사랑하고 좋아하고 슬퍼하고 서운해 하고 아쉬워하는" 정서가 있다는 사실만은 확실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알파고야! 이겨서 기쁘더냐? 진다면 슬퍼할 것 같으냐? 아니겠지. 아닐 것이야. 너는 사람이 아니거덩!

 

참고로, “알파고”는 고등학교 이름이 아닙니다. “알파고”의 짝꿍인 “오메가고” 역시 고등학교 이름은 아닙니다! “알파고”(AlphaGo)를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원조 바둑”이 되겠고 “오메가고”(OmegaGo)는 “끝내주는 바둑”이 되겠습니다.  나는 종말론적 "오메가고"의 출현을 기다려 보렵니다!

 

알파고.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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