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성경은 정치적 문헌이다!”

2017.08.31 18:52

류호준 조회 수:360

“성경은 정치적 문헌이다!”

 

 

성경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정치적 문헌이다. 달리 말해 하나님이 다스리는(政治) 세상에 관한 책이다. 하나님 나라, 하나님 왕국이야 말로 성경 전체를 아우르는 얼개요 주제음조이다. 하나님은 자신이 만드신 피조세계(일명 “하나님의 왕국”)가 질서정연하고 아름답고 평화롭게 운영되기를 바랐다. 평화로운 왕국이 되려면 필수적으로 정의롭고 공의로워야 하지 않겠는가? 하나님은 자신의 피조세계가 정의와 공의로 다스려지는 평화의 왕국이 되시기를 원하신 것이다. 그러나 피조세계를 도맡아 관리해야할 최초의 인류는 하나님의 집(왕국)을 엉망진창으로 망가뜨렸다. 속이 상한 하나님은 망가진 자신의 왕국을 다시 고치고 회복시키려는 계획을 가지셨다. 이렇게 하여 장대한 회복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우리는 이것은 “구원의 경륜”(economy of salvation)이라 부른다. 창세기 3장부터 요한계시록의 마지막 부분까지 성경전체는 바로 이 회복프로젝트에 관한 대 서사시이다.

 

적어도 구약성경 전체는 하나님께서 그의 피조세계와 세상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다스리며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묶어 놓은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구약은 “하나님의 정치”을 드러내 보여주는 “신-정치적 문헌”(theo-political document)이라 할 수 있다.

 

****

 

근년에 아주 열정적으로 강의하고 활발하게 집필하는 구약학자가 있다. 이름 하여 김근주 박사다. 그가 최근에 책을 한 권 내었다. 신생출판사인 비아토르(대표 김도완)에서《복음의 공공성》이란 제하의 책이다. 이 책의 부제는 “구약으로 읽는 복음의 본질”인데, 그에 따르면 구약 성경은 “하나님 나라(왕국)”에 대해 일갈하는 책으로 그 나라에 사는 백성들은 공동체를 이루어 하나님을 왕으로 섬기고 그의 통치 철학인 정의와 공의에 따라 나라가 운영되어 궁극적으로는 잃어버린 자나 소외된 자가 없이 모두 함께 “샬롬”(평화와 번영)을 누리며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삶, 즉 하나님 나라 백성의 삶은 본질적으로 공공성을 띠며 공적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창세기로부터 시작하여 오경과 역사서 안에서 특정한 이야기들을 선별하여 그 줄거리와 메시지가 어떤 방식으로 하나님 나라의 공적 측면을 보여주는지를 아주 쉽게 설명한다. 그뿐 아니라 저자는 예언서의 메시지들과 포로기 이후의 사건들을 중심으로 다시금 구약 성경의 메시지가 얼마나 공공성, 공동체성을 강조하고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렇게 하여 저자는 구약의 일관된 메시지는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도래하고 있다는 예수의 선포와 기막히게 맞닿아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기독교 신앙은 개인적이고 사적인 영역에 제한되는가?”라는 부제질문에 대해 큰 목소리로 “아니오!”라고 외치게 될 것이다.

 

 

목구멍으로 타고 잘 넘어가는 시원한 과일주처럼 술술 읽히는 책이다. 아직까지 직접적으로 저자의 강의를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책을 읽는 내내 카랑카랑하면서도 재미있게 강의하는 저자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이 책은 그가 풀어서 쓴 “구약 신학”이다. 내 학생들에게 정독 할 것을 강력하게 명하노라! 돌이켜 보니 김근주 박사는 아브람 카이퍼의 후예(Kuyperian)처럼 보인다! 아브람 카이퍼의 저 유명한 문구, “이 세상 그 어느 한 곳도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 것이야!’라고 말하는 대상에서 제외될 한 치의 영역도 없다!”는 그 문구 말이다. 예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문의 한 구절로 추천의 글을 마치려 한다. “하나님의 나라가 하늘에서 임한 것처럼 이 땅에서도 임하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김근주,《복음의 공공성: 구약으로 읽는 복음의 본질》(비아토르, 2017). 445쪽. 1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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