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친절한 진섭 씨!”

2017.10.11 23:00

류호준 조회 수:2856

“친절한 진섭 씨!”

 

 

한국교회의 특징이 무엇이었을까? 지금은 몰라도 초기 한국기독교회는 성경을 사랑하는 교회라는 영광스런 호칭을 얻었습니다. 분명 한국교회는 성경을 사랑하고 성경을 공부하고 심지어 성경을 자세히 조사할 정도의 ‘사경회’(査經會)까지 열었던 귀중한 전통을 명예롭게 갖고 있었음에 틀림이 없습니다. 성경사랑이 때론 맹목적 성경주의자나 근본주의자가 되는 잘못된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대다수의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의 권위에 대해 의문부호를 붙이는 일은 배도나 불신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여길 정도로 성경을 극진히 모셨습니다. 물론 1970,80년대 이후 교회성장이라는 신기루를 좇다가 거품 신앙으로 허망하게 가라앉는 일들을 경험하긴 했지만 아직도 한국교회의 성경사랑은 식을 줄 모르는 귀중한 유산임에 틀림없습니다. 지난 이십년 여년사이에 돌풍처럼 불어 닥친 큐티(QT) 운동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토록 소중하고 귀하게 생각하는 성경을 목회자나 신학생들이나 교회의 신자들이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는지입니다. 덮어놓고 성경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열어놓고 이 말씀의 원뜻이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 이 말씀을 읽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는지, 나와 우리는 이 말씀의 가르침에 빛 아래서 제대로 살고 있는지 등을 살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고대의 역사적 문서인 동시에 하나님의 영원한 말씀으로 우리 앞에 놓인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방식으로 성경을 읽어야할까? 여러분과 내가 갖고 있는 성경에 대한 큰 이해를 가지려면 어디서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 누가 좋은 선생님이 되어 우리를 잘 이끌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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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을 탁월하게 해낼 수 있는 믿음직한 안내서와 안내자를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안내서의 저자는 이진섭 박사입니다. 오래전 영국에서 로마서의 믿음과 율법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하고 현재는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에서 성경을 가르치는 선생님입니다. 책 제목을 “성경사용설명서”라 재미있게 붙였습니다. 가구점이나 철물점에서 어떤 기계나 물건을 구입했을 경우 반드시 읽어 봐야하는 사용설명서가 연상이 됩니다. 부제를 보면 이 책이 어떤 종류의 책인지 좀 더 분명해집니다. “성경묵상, 성경공부, 설교를 위한 종합매뉴얼”이랍니다. 매뉴얼이라면 그대로 따라하면 된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너무 사무적이거나 기계적인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그런데 막상 책을 열고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전혀 그런 느낌을 갖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육성으로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주는 저자의 정성어린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의 저술 방식과 목적을 앞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합니다. (1) 성경을 읽고 해석하는 일에 관한 전체 지도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2) 성경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키워주고 싶었습니다. (3) 우리 시대에 큐티가 절대화되는 현상을 극복하려고 했습니다. (4) 일반성도와 신학생과 목회자가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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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저자는 성경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성경묵상”을 제안합니다. 그런데 그가 정의하는 성경묵상은 (1) 성경말씀을 주의 깊게 생각하고 곱씹고 (2)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그에 합당하게 반응하면서 (3) 하나님과 만나 교제하는 행위입니다. “숙고-반응-교제”의 체인을 형성하는 것이 성경을 묵상한다는 뜻이랍니다. 아주 좋은 착상이며 출발점입니다. 이런 성경묵상의 과정을 거치려면 성경의 독자들은 성경을 올바로 해석해야하는데, 저자에 따르면 올바른 성경해석학은 “석의-해석-적용-실천”의 과정을 반드시 다 거쳐 가야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 점이 저자가 주장한 성경해석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성경해석과 다른 점입니다. 즉 시중에 통용되고 있는 성경해석학은 본문에 대한 “석의와 해석”으로 마치지만, 저자는 그 과정 다음에 그 본문을 “적용”하고 적용된 것을 실제로 “실천”까지 옮겨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게 앞서 이야기한 진정한 “성경묵상”의 뜻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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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성경묵상을 하는 신학적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는 두 가지 이유를 듭니다. 첫째로, 하나님 나라의 실현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하나님 백성 됨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즉 저자는 성경묵상과 해석이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바라 볼 수 있게 하는데 있다고 주장합니다. 참으로 올바르고 정확한 시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구약과 신약을 관통하는 성경의 중심 주제음조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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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심도 있게 전문적으로 연구할 뿐 아니라 그 성경이 지금의 나 개인과 내가 속한 신앙공동체에게 무엇을 어떻게 말씀하고 있는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두는 성경학자가 있다면, 그는 하나님이 교회에 내려주신 최상의 선물임에 틀림없습니다(참조, 엡 4:7-14). 이점에서 이 책의 저자 이진섭 박사는 한국교회에게 주신 하나님의 귀중한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실제적으로 성경묵상을 어떻게 개인성경공부와 큐티에 적용할 수 있는지, 그룹으로 성경을 공부하면서 어떻게 큐티를 나눌 수 있는지, 성경강의와 설교를 통해 어떻게 성경묵상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자세하게 안내해줍니다.

 

책 제목답게 저자는 매우 친절하게 성경사용법을 알려줍니다. 실질적인 예화, 상상적인 상황구성, 성경의 예 등을 통해 성경을 잘못 사용하는 경우들을 이야기해주면서 뭐가 문제인지, 어디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고치면 좋은지를 자세하게 설명해줍니다. 친절한 진섭 씨입니다! 이 책은 그냥 가벼운 성경묵상에 관한 책이 결코 아닙니다.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하나님과 교제하는 삶으로 나가기 위해 신자들이 어떻게 성경을 이해하고 묵상해야하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는 귀중한 안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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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하는 목회자들이라면 당신들의 설교가 진정으로 여기서 말하는 성경묵상에서 출발하였습니까? 신학생들이라면 신학교에서 배우는 성경해석학이 여기서 말하는 성경묵상까지 나가셨습니까? 큐티하는 신자라면 정말로 여기서 말하는 성경을 묵상하고 있습니까? 여기서 말하는 성경묵상을 한다면 결코 여러분의 지금의 삶의 방식은 그대로 여서는 안 될지도 모릅니다!” 이 정도로 저자는 강력하게 성경묵상을 추천하고 그 과정을 안내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줍니다. 역시 친절한 진섭 씨입니다! 목회자와 설교자들, 신학생들, 성경을 사랑한다고 자처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이 책을 지나치지 마세요. 특별히 한국의 여러 신학대학원에서 성경해석학 교재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강력 추천합니다.

 

[클린조크] 어느 날 냉면집에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주차합니다.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어깨가 넓적한 스님 한 분이 내렸습니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큰 소리로 물냉면 한 그릇을 주문합니다. “스님, 거시기는 어떻게 할까요?” 생글 웃으면서 주인이 묻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인상을 쓰며 가라사대, “바닥에 쫘악 깔아!” 저 아래 깔려있는 것이 진짜 쇠고기입니다!

 

이진섭, 『성경사용설명서: 성경 묵상, 성경 공부, 설교를 위한 종합매뉴얼』 (서울: 새물결플러스, 2017), 468쪽. 정가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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