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추천의 글

                                                              류호준 목사 (백석대학교 기독교전문대학원장)


* 아래의 글은 정종성 교수의 저서 [그리스인 조르바가 읽은 누가의 여행 이야기](서울: IVP, 2004)에 대한 추천사 전문이다.*


한스 콘젤만(Hans Conzelmann)의 기념비적 누가복음서 연구인『성 누가의 신학』(The Theology of St. Luke, London, ET, 1960)의 출간 이후로 학자들은 누가복음서의 중심뼈대를 이루고 있는 9:51-19:28을 가리켜 이른바 ‘여행 설화’ 단락이라 부른다. 9:51, 10:38, 13:22, 14:25, 17:11이 그러한 명칭을 얻게 하는 내적 증거들이다.

누가는 예수를 예루살렘을 향해 부단히 걸어가고 계신 분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예수는 길 위에 계신 분이다. 이 세상에 보내심을 받은 소명과 사명을 이루기 위해서 그는 한 목적지 예루살렘을 향해 끊임없이 움직여 가고 계신 분이다. 그의 결심은 매우 단호하다. 예수는 그의 제자들을 데리고 옛적 왕 다윗의 도시, 하나님의 성전이 있는 도시, 유대 종교의 핵심부, 바로 그곳을 향하여 간다. 육신의 혈통에 따른 다윗 왕위에로의 등극이 아니라 죽음과 고난의 십자가 위에 등극하기 위하여 그는 비장한 결심을 갖고 그리로 간다. 그리고 그는 그를 따르려는 제자들에게도 동일한 결단과 각오를 요청한다. 그의 여행의 첫 순간부터 심한 배척과 거절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예수는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 위에서 수많은 종류의 인간 군상들을 만난다. 사마리아인들, 변방의 여인들, 등이 구부러진 여인, 문등병자들, 삭개오와 같은 죄인들, 고집스런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 변덕스런 군중들이 그들이다. 그들은 오랜 인습과 전통 속에 갇혀 사는 포로민들이다. 해방과 자유와 구원을 필요로 하는 인간들이었다.

예수는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 위에서 그의 제자들을 부지런히 가르치신다. 마치 운명적 시간에 쫓기기나 하는 듯이, 그는 자기를 따르는 자들에게 제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진지하게 가르친다. 그의 가르침은 매우 교훈적이었다. 그는 그의 제자들에게 삶의 길에 관하여, 영생에 관하여, 고난과 박해에 관하여, 상실과 회복의 의미에 관하여, 죄의 용서와 놀라운 은혜에 관하여, 세상을 향한 교회의 복음 선포 사명에 관하여, 장차 도래할 하나님 나라와 그에 대한 희망에 관하여 가르친다. 구원과 자유와 해방을 상실하고 사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반드시 들어야할 현란한 소식 곧 ‘복음’을 선포한다. 그뿐 아니다. 그분은 그의 적대자들과 신랄한 논쟁도 불사한다. 그들의 허약한 세계관과 저열한 가치관을 되받아치면서 논쟁을 벌인다. 그의 논조는 때때로 매우 공격적이기도 하다.

예루살렘을 향한 예수의 여정은 관광객의 여행이 아니다. 관광객들은 어디를 가든지 자신의 세계를 가지고 다닌다. 그러나 예수의 여정은 목적 있는 걸음들로 구성되어 있다. 찾아가고, 만나고, 질책하고, 격려하고,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그래서 그들로 하여금 자신과 함께 걸어가는 길이 결코 헛된 걸음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친다. 그 여정 너머에는 모든 인간이 가야할 진정한 고향, 완벽한 자유와 해방을 누릴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도 가르친다. 그러나 그의 가르침에는 흙냄새가 물씬 풍긴다. 현학적인 강론이 아닌, 하늘과 땅이 서로 포옹하고, 영혼과 육체가 함께 거하는 그의 ‘몸’안에서 그의 복음이 실현된다.

누가는 예루살렘으로 향한 예수의 여정을 독특한 문학적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이 여정 이야기를 읽어야 할 것인가? 여기 저자 정종성 교수는 매우 특이한 방식으로 예수의 여행 설화를 읽을 것을 제안한다. 그의 제안은 매우 대담하다. 조르바의 시각으로 읽어보겠다는 것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그의 유명한 소설『그리스인 조르바』를 통해 주인공 조르바의 눈으로 모순과 이중성으로 가득 찬 인간 군상(群像)들을 날카롭게 해부하며 그가 소망하는 영원한 자유인의 세계를 우회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저자는 조르바의 눈으로 누가복음의 여행설화를 바라보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도중에 행하셨던 일련의 가르침들, 그리고 사람들과의 만남 등에 관한 기록들은 독자들에게 인간됨의 진정한 의미, 곧 자유와 해방을 일깨우시는 예수를 만나게 한다는 것이다. 조르바의 눈으로 누가복음서의 여행설화를 읽겠다는 이러한 제안은 참으로 당혹스럽고도 대담하다. 당혹스러움은 그의 방법론적 대담성에 있고, 대담성은 인간 삶의 일상성에 대한 그의 창조적 고민 속에서 발견된다.

누가의 여행 설화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예수의 비유들은 저자의 손에서 살아 숨쉬는 생명체가 된다. “옛날 옛적에…”로 시작되는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우리 이웃들과 우리들의 이야기가 된다. 여정 중에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 역시 살과 피를 지닌 매우 생생한 인간들에 대한 묘사로 가득 차있다. 저자는 울고 웃고, 질투하고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열망하는 인간 군상들에게 영원한 자유와 진정한 행복을 가르치는 현자 예수의 교훈과 비유와 행동과 말씀들을 신선한 상상력과 자유분방한 글쓰기를 통하여 신선하게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의 여행설화 해석은 단순히 지적 정보 전달과 규정된 의미 파악에 국한하지 않는다. 그는 정서적 지식(affective knowledge)의 존재를 믿는 사람이다. 그는 전통과 인습을 넘어서서 새롭게 본문을 읽는 방식을 그의 독자들에게 탁월하게 선보이고 있다.

본서는 사실상 조르바 자신이기를 간절히 열망하는 저자가 자신의 영혼을 향해 내 뱉는 독백과도 같다. 그리고 영원한 자유인을 소망하며 인생이라는 길 위에 있는 동료 여행자들에게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이 독백을 들어보라고 권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그의 권고에 깊이 귀를 기울이고 있음을 고백한다. 이 책을 통하여 독자들은 길 위에 계신 그리스도와 함께 걸어가면서 진정한 자유인이 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마음 속 깊이 새기게 될 것이다. 허구와 위선으로 가득 찬 인간 군상에게 인간됨의 실체와 진실의 의미를 가르치시는 ‘길 위에 계신 예수’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는 저자의 탁월한 상상력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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