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클린조크: “공관 문제”(Synoptic Problem)

 

 

공관복음서를 연구함에 있어서 기본적인 논의 중에 하나가 “공관 문제”(Synoptic Problem)라는 것이 있다. 공관(共觀)이란 “같이 보다”는 뜻으로, 한 사건을 서로 다른 사람이 같이 들여다보는 것이라 이해하면 좋다. 보통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을 가리켜 공관복음서(Synoptic Gospels)라 부르는데, 모두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사역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공관 문제”라는 것은 세 공관복음서들이 문헌적으로 서로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다루는 일이다. 즉 각 복음서들이 비슷한 내용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누가 누구 것을 의존해서 각색했느냐를 살피는 작업이다. 아니면 공통의 자료가 있었는데 그것을 각자의 관점에 따라서 사용하여 글을 써내려갔느냐 하는 질문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마가복음 우선설(Markan Priority)은 마태나 누가가 마가의 글을 의존했다는 학설이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아주 다양한 학설들이 있기에 여기서 멈추기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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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학생들의 학기말 페이퍼를 읽다가 나는 “공관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내가 학생들에게 내준 숙제는 특정한 책을 읽고 그에 대한 비평적 리뷰를 하라는 것이었다. 대략 60명 정도의 페이퍼를 읽었는데 어느 한 페이퍼를 읽다가 멈추게 되었다. 조금 전에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뒤적거리며 그 비슷한 페이퍼를 찾아내었다. 그리고 두 페이퍼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논리와 구성과 내용에 있어서 서로 상당히 비슷하였다. 헐, “공관(共觀) 문제”(Synoptic Problem)였다.

 

거의 40년 전 내가 미국 신학교에 다닐 때 처음 배웠던 공관문제 해결 기술을 펼쳐야할 때가 온 것이다. 특별히 사본학적 판단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어느 것이 원본이고 어느 것이 각색한 사본일까? 사본들을 다루는 학문에서는 긴 본문과 짧은 본문이 있을 경우 짧은 본문이 원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설이다. 표절하거나 각색하는 사람은 짧은 본문을 좀 더 길게 설명하고 포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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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내 앞에서 두 개의 페이퍼가 있다. 그런데 길이에 있어서 거의 똑같았다. 헐. 헐. 헐. 분명 하나가 원본이고 다른 하나가 각색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자세히 비교분석한 결과 - 내가 이럴려고 사본학을 배웠나 싶어 ㅠㅠㅠ - 한 페이퍼가 원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니네들이 내 눈을 속여?” “교수님들이 그 많은 분량의 페이퍼를 다 읽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 “그건 큰 오산이거덩!”

 

각색한 장본인이라고 지목한 학생을 추궁한 결과 내 판단은 정확했다. 그에게 여호와의 날이 임한 것이다. 심판의 날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한다는 말인가. 해당되는 학생은 죄를 철저하게 자복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젠장. 왕 고민이 생긴다. 비록 틀 킨 죄지만 진심으로 회개하면 어떻게 해야한다는 말인가? 하나님은 어떻게 하실까? 자비로우시고 은혜로우시고 노하기를 더디하시는 하나님처럼 나도 그렇게 해야하는 것인가? 

 

추신: 무엇보다 오늘의 일화를 통해 “아아~~ 아직도 나의 사본학적 눈매는 쓸모가 있구나!”하는 사실에 큰 위로를 받았다. “클린조크 재료를 제공한 그대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마.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거라. 알았지?” “사랑한다. K 전도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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