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지금이야말로 교회개혁이 긴박한 때가 아닌가?”

 

 

나는 본래 예장 합동 교회에서 자라고 오래전 사당동 총신대학교를 졸업하고(6회, 1972년 학번) 바로 진학하여 총신대 신학대학원에 입학하여(72회) 1년 반을 공부한 사람이지만 지금까지 평생에 총신이 속한 합동교단에서 일해본 적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일찍이 미국으로 떠나 미시간의 캘빈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고 그 교단인 기독개혁교회(CRC)에서 안수 받았다. 네덜란드에서 학위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사당동 총신이 아닌 방배동 총신(지금의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내 신학교수 생활의 전부를 마치고 공식적으로 내년 말이면 퇴임하게 된다.

 

총신(총신대학교와 총신대 신학대학원)은 한국에서의 내 신학의 발아기와 성장기의 상당부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모교이기에 심정적으로 애착이 가는 학교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저버린 적은 없었다. 어쨌든 한국에서 가장 큰 교단의 신학교이기에 좋은 영향력을 미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 23년 동안 옆에서 바라보고 있는 총신과 합동교단의 모습에 적지 않게 실망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저 아쉬운 마음 그지없다. 신학교와 신학교수들이 교단의 지성형성 영성형성 덕성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야하는 것이 순리임에도 어찌된 일인지 오히려 교단의 일부 악덕 정치 지도자들의 횡포에 눌려, 아니면 교단정치의 위험한 줄타기를 하다가, 아니면 소시민적 태도로 무념하게 지내다, 불행하게도 왜소한 지식 소매인들로 전락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염려스럽다.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나를 포함한 신학교수들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회개가 있지 아니하면 어느 교단이고 그 교단의 장래는 암울하고 불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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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교단적 차원에서 합동 교단은 이제 수술이 불가능하게 된 말기 암 환자라도 된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어서 특단의 조치들이 있어야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나처럼 국외자가 거리를 두고 바라보니 교단이 앓고 있는 병리적 현상들이 좀 더 잘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끊임없는 고발, 소송,  법정 다툼들, 교권주의와 교단의 관료화, 걷잡을 수 없는 세속화 물결에 무한 무력감, 치졸한 교단정치, 신학을 살아내려는 의지의 약함, 권력 지향적 속성, 옹색한 지역주의와 유치한 파당주의, 신학의 실종, 교단에 대한 평신도들의 무관심, 일부 교단정치 지도자들의 한심스런 작태, 세속적 명예에 목말라하는 천박한 영성, 맘몬 우상숭배, 역사인식의 부재, 윤리의식의 실종, 구호성 신학, 신학적 칼로 손쉽게 타인을 정죄하고 죽이려드는 야만성, 천민자본주의 신봉, 바리새파적 분리주의와 자기-의 과시, 신학적 지역주의, 돈을 지극히 사랑하고 성적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한심한 성직자들, 도덕성의 몰락, 대사회적 신뢰도 추락, 자기중심적, 이기적 신앙의 만연, 합종연횡의 신학적 편 가르기, 비상식적 몰상식적 교회운영, 무엇보다 염치를 모르는 뻔뻔함, 성경의 가르침을 불신함, 신학적 무지와 무식, 외형적 경건의 강요, 성경의 가르침을 율법주의와 혼동하는 어리석음, 공부하지 않는 게으름, 개인과 집단의 경건성 상실 등이 떠오른다.

 

한국에서 제일 큰 교단이 이 정도라면, 다른 중소형 교단들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정말로 부끄럽기 그지없다.  내가 합동교단을 지목하여 말하는 이유는 내 모교단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성경적으로 말해서 많은 것을 가진 자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는 주님의 원리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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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는 각 교단들마다 총회로 모인다. 스스로 거룩한 총회(성 총회)라고 이름 한다. 정말 거룩한 총회일까? 매년마다 반복되는 상황을 보면 개나 돼지가 토한 것을 다시 먹는다는 말이 떠오른다. 올해가 종교개혁 500주년이라 각종 거창한 교단적 행사들과 신학자들의 학회들이 여기저기서 열린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그런 것도 필요는 하겠지만 정작 개혁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거창한 종교개혁이 아니라 교회개혁이어야 할 것이다.

 

결국 이 모든 문제의 근저에는 성경의 권위를 믿는다고 하면서 성경의 가르침을 우습게 여기거나 가볍게 여기는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성경의 가르침을 우습게 여기는 “실천적 무신론자들”이 교회와 교단의 지도자들로 자처하고 있으니, 그들이야 말로 “종교 행상인”(religious peddler)들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신학교수들이 그렇다면 그들이야 말로 “신학 지식 잡상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다시금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아니겠는가? 기독교의 본질을 새롭게 마음에 새겨 살아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진정으로 예수의 제자의 길로 들어서야 하는 것이 아닌가? 오래전 종교개혁자 캘빈이 교회개혁에 대해 애끓는 심정으로 호소했던 것들이 새삼 새롭다. 그에 따르면 교회가 진정으로 개혁되기 위해서는 (1) 하나님을 올바로 예배하는 일에 전심해야 하고 (2)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으로 구원을 절실하게 간구해야하고 (3) 예수 그리스도 안에 이뤄지는 하나님의 임재를 갈망하는 성례전을 회복하고, (4) 교회공동체가 올바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본회퍼가 말한 “값싼 은혜”(cheap grace)를 판매하고 구입을 강요하는 천박한 종교지도자들이 어서 이 땅에서 사라져야할 텐데, 그 길이 요원해 보이니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렇다. 희망은 우리 안에서 발견될 수 없음이 자명해진다. 역시 희망은 위로부터 주어져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만물을 갱신하고 회복하시는 성령님의 오심을 기도한다. “주님, 당신께서 약속하신 성령님을 우리에게, 우리 교회들 위에 보내주시옵소서. 아멘”

 

 

장 칼뱅,『교회개혁: 칼뱅의 종교개혁을 위한 항변서』김산덕 옮김 (서울: 새물결플러스, 2017), 261쪽,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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