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미국이 우선이라고?”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시에서 7월 18~21일까지 4일간 열린 미국 대통령 선거 공화당 전당대회 실황 중계를 시청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널드 트럼프의 대관식 겸 출정식 이벤트였습니다. 그는 2016년 11월 첫째 주 화요일에 치러지는 미국 45대 대통령 선거에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었고 전당대회 마지막 날에 대통령 지명 후보 수락 연설을 함으로써 공화당내의 여러 강력한 라이벌 들을 물리치고 대관식 자리에 오르게 된 것입니다. 워싱턴 정가 출신이 아닌 이 외계인(alien)이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은 그가 미국 사회의 다양한 계층에서 분출되고 있는 “분노들”(angers)을 적절하게 사용하여 대권가도를 질주하게 하는 강력한 동력으로 사용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국제 사회에서 봉이냐?” “왜 우리는 늘 손해를 봐야하는가?” “미국은 다른 나라 치다꺼리 하다가 이렇게 쪼들리게 되었어!” “중국이 세계질서 주도권 경쟁에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데 우리는 뭐야?” “왜 우리가 남의 나라 방위비를 부담해야 되는 거지? 한국도 그렇고 나토도 그렇잖아?” “우린 미국의 잃어버린 영광을 되찾아야해! 안 그래?” “미국은 언제나 남 좋은 일만 해 왔어!” “우리는 더 이상 국제 사회에서 큰 형 노릇을 할 필요가 없어!” “다 지들이 알아서 하라고 해!” “더 이상은 안 돼! 안된단 말이야!”

 

대충 이런 것들이 민심을 파악하여 만들어내는 “분노의 수사학”(Rhetoric of Anger)이다. 잠금장치를 풀어놓은 수류탄들과 같은 이런 분노의 외침들을 서로에게 돌리기 시작하면서 대회장에 모인 3만 여명 군중들은 서로 열광하기 시작합니다. “트럼프!” “트럼프!” 마치 그가 나락에 빠진 미국을 구원할 구세주나 된 것처럼 말입니다. 그들은 다시 “USA!” “USA!”를 외칩니다. 며칠 동안 보여주었던 콩가루 집안의 아우성들이 적어도 마지막 날 트럼프의 대관식을 어지럽히지는 않았습니다.

 

사실상 위에서 언급한 구호들은 미국 공화당의 전통적 정책노선들과는 맞지 않는 것들입니다. 오죽했으면 공화당 출신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George W. Bush)는 트럼프의 정책 노선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 지지를 유보했을까요? 그가 보기에 트럼프는 공화당의 이단자입니다. 물론 부시 가문의 마지막 전사인 그의 동생 제프리 부시가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일찌감치 경선포기를 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조지 부시의 눈에는 트럼프는 굴러 들어온 돌임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트럼프의 노선을 세 가지 “주의”(~ism)로 압축하면서, 그런 주의는 미국 공화당의 전통적 노선과는 달라도 아주 다르다고 하면서 그를 우회적으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부시가 말한 트럼프의 삼종 “주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1) Protectionism – 보호주의

           (2) Isolationism - 고립주의

           (3) Nativism – 자국민 우선주의

 

부시 대통령이 우려한 이상의 세 가지 주의의 밑바탕에는 트럼트 정책의 핵심구호인 “America First!”(“미국이 우선이다!”)가 깔려있음에 틀림없습니다. “미국 우선!”이라는 구호를 반복해서 외치도록 유도하는 트럼프는 대중들의 분노의 불길에 휘발유를 쏟아 붓는 고도의 정치적 수를 던진 것입니다. 그 불길이 진화하기 힘든 전국적 불길로 번질지 아니면 잠시 타오르다가 자취도 없이 사라질지는 두고 보아야하겠지만, 어느 쪽이 되었든 반대편 힐러리의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 분노하는 국민들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힐러리는 이미 트럼트의 중요한 정책 방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될 정도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바깥에서는 몰라도 적어도 미국 안에서는 이상의 세 가지 “주의”(~ism)는 상당히 먹혀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먼저 내가 살고 봐야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질문에 반대할 사람은 세상이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만난 보통의 미국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트럼프의 막말발언에 대해서는 “아니오!” 하면서도 그가 “미국 먼저!” “미국 우선!”이라고 외치는 것에 대해서는 심정적 연대감을 표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쨌든 “자기중심성”(egocentrism)이라는 게 타락이후(Post-Fall) 인간 본성의 주류가 아니던가요?

 

*이상은 통신원 류호준의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전당대회 관람 소감이었습니다.*

 

[전당대회 마지막 날 광경]

전당대회.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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