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신앙에세이: "세 종류의 퍼레이드"

2016.03.20 23:43

류호준 조회 수:1016

세 종류의 퍼레이드

 

종려주일에 예루살렘에는 거창한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때는 유대인들의 유서 깊은 유월절 시즌이었습니다. 유월절은 아주 오래전 그들의 조상들이 이집트 바로의 학정에서 벗어난 해방과 자유를 기념하는 국가적 절기였으며, 예수가 지상에 계시던 당시에 유대는 로마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유월절 기념예식은 그 어느 때 보다 더 유별난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유월절 기념식에는 귀인들과 정부고위관료들이 참석하였는데, 특별히 당시에 유대 사회에서 가장 지체 높은 귀인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꺾어들고 영접하는 큰 무리의 환호를 받으며 예루살렘 성으로 들어오는 퍼레이드는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헤롯의 퍼레이드

 

제일 먼저 헤롯 안디바의 퍼레이드가 펼쳐집니다. 비록 유대의 북동부에 위치한 갈릴리 지방과 베뢰아 지방만을 다스리는 1/4쪽짜리 왕(tetrarch, 분봉 왕, 分封 王)에 불과하기는 했지만 그는 명색이 “유대인의 왕”이었습니다. 그는 예루살렘에서 좀 멀리 있는 곳에 거주하는 지방의 분봉 왕이었지만 유대인의 대 명절 유월절을 맞이하여 모처럼 유대인을 대표하여 예루살렘 성으로 향해 화려한 행차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 행차를 위해 그는 꽤 돈을 많이 썼습니다. 울긋불긋한 깃발들을 높이 치켜든 의장대와 화려하게 차려입은 군악대의 절도 있는 행진이 앞을 열고 드디어 호위무사의 호위를 받은 헤롯 왕은 가마를 타고 행차합니다. 모든 퍼레이드는 왕의 위용과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 준비되었습니다.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헤롯의 행차는 화려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모든 것은 황금색이었습니다. 왕의 행차는 재물과 돈으로 처바른 이동식 상징이었습니다.

 

빌라도의 퍼레이드

 

로마의 총독 빌라도 역시 예루살렘으로 들어가는 퍼레이드를 펼쳤습니다. 그는 주로 예루살렘에서 서쪽으로 지중해 해변인 가이사라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 총독 관저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유월절에는 예루살렘에 가야했습니다. 유월절은 히브리 민족이 폭압적인 이집트의 왕 바로로부터의 해방을 기념하는 절기였기 때문에 빌라도는 혹시도 모를 유대 민중 봉기에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그는 특별히 로마의 점령에 반발하는 유대의 열성당원들이 무슨 일을 벌일지 꽤나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래서 빌라도는 대단한 위용을 자랑하는 압권의 퍼레이드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누가 예루살렘의 진정한 통치자인지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로마의 황제의 문장이 새겨진 독수리의 황금 상을 높이 치켜들고, 로마 군대의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하듯 소름끼치는 나팔소리 군악대와 로마의 전차군단을 연상시키는 마병들을 앞장세우고 사슬에 묶인 몇몇 유대 열심당원을 질질 끌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하는 “힘의 퍼레이드”를 벌이는 것입니다.

 

퍼레이드는 과시입니다. 단순히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언하는 것입니다. 고대의 퍼레이드는 특히 그러했습니다. 목적이 있어서 하는 것입니다. 헤롯과 빌라도가 예루살렘에 입성하여 장엄한 퍼레이드를 할 때, 그것은 “재물(Wealth)의 상징”(헤롯)과 “권력(Power)의 상징”(빌라도)이었습니다. 그들은 말하기를 “당신들의 삶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것이 이것들이다! 돈과 권력 말이다! 알아들었느냐?”

 

“권력과 돈”, “부귀와 권력.” 헤롯과 빌라도의 퍼레이드는 예루살렘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선언합니다. “권력과 돈을 숭상하는 너희들이여! 권력과 돈에 지배받고 있는 너희들이여! 내 앞에 머리를 숙이라. 내가 너희를 다스리리라. 내가 너희에게 구원을 주리라.”

 

예수의 퍼레이드

 

고대에서 장군이나 왕의 당당한 귀환은 언제나 전쟁에서의 승리를 의미했습니다. 그들은 언제나 위용을 자랑하는 “말”(馬)을 –백마든 흑마든 구릿빛 말이든 – 타고 입성하였습니다. 그러나 예수의 경우는 전혀 달랐습니다. 아니 매우 충격적인 장면을 연출하신 것입니다. 그는 장군의 말 대신에 촌부의 “어린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한 것입니다. 그의 퍼레이드는 그를 환호하는 수많은 군중의 열렬한 영접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예수가 놀라운 기적들을 행했다는 소식을 듣거나 목격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엊그제 예수가 죽었던 나사로를 살린 사실을 목격했던 사람들이 증인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들이 얼마 전에 있었던 하나님의 표적에 대해 소문을 퍼뜨렸기 때문에 환영하는 무리가 더 늘어났던 것이다. “사람들이 종려나무 가지들을 들고 그를 맞이하면서 ‘호산나 여호와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이스라엘의 왕이여 복이 있으리라!’(시 118장)고 외쳤습니다.

 

헤롯으로 대표되는 “돈과 재물의 화려함”, 빌라도로 대변되는 “권력의 막강한 힘”, 이것들의 정말로 사람의 인생과 삶을 구원해줄 수 있을까요? 돈과 권력을 통한 성공이 정말로 우리의 삶에 행복과 구원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요? 권력의 영역(정치권력, 교육권력, 종교권력)에서의 성공과 기업에서의 성공이 사람의 목숨과 인생을 구원해줄 수 있을까요? 행복과 희망을 줄 수 있을까요? 헤롯과 빌라도가 죽은 자를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요? 그들이 여러분을 “사랑받는 자”로 만들어 줄 수 있을까요? 혹은 죄책감에서 자유와 용서를 줄 수 있을까요?

 

그들은 평생 사람들에게 용서도, 긍휼도, 배부름도, 치유도, 위로도, 포옹도, 삶의 의미도, 새 삶도 주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우리는 어리석게도 헤롯과 빌라도의 퍼레이드 줄에 서서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돈과 권력은 결코 여러분의 구원자일 수가 없습니다!

 

오로지 구원과 긍휼과 용서와 먹이심과 위로와 치유와 포옹은 그것을 몸소 베풀어보신 예수만이 주실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의 퍼레이드에 참여하여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춤을 추었던 사람들이 누구였던가요? 한때는 눈이 멀었지만 이제는 눈을 뜨게 된 여리고의 걸인 바디메오씨, 부당한 과세로 부를 축적했지만 예수를 만나 인생을 새롭게 살게 된 삭게오씨, 12년을 혈루증으로 비참하게 살던 중 예수의 옷자락을 만지고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그 여인, 어린 딸을 살리기 위해 수모를 감당하고도 예수께 매달려 은혜를 얻었던 시리아페니키아(수로보니게) 출신의 가나안 여인, 죽었다가 예수의 덕분에 살아나게 된 나사로씨, 물론 오병이어의 기적의 현장에서 배고픔을 달래고 영원한 떡을 추구하게 되었던 수많은 사람들, 그들이 지금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 퍼레이드 대열에 서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퍼레이드에 열광하고 계십니까? 헤롯의 퍼레이드입니까? 빌라도의 퍼레이드입니까? 아니면 예수의 퍼레이드에 서 계십니까? 선택은 여러분의 것입니다만 그 결과는 영원할 것입니다.

 

[종려주일 설교 가운데서]

 

[Spring at last!]

Spring at last!.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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