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성탄절에 천군천사들이 부른 찬송

 

 

하나님이 사람이 되어 지상에 오신 날을 성탄절(Christmas Day)이라고 합니다. 이 전무후무한 사건을 육신을 이루었다는 뜻의 성육신(成肉身, incarnation)” 사건이라 부릅니다. 누가복음의 기록에 따르면, 마리아가 예수를 구유에서 출산했을 때 그 지경에 목자들이 밖에서 밤에 자기 양떼를 지키더니 한 천사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아기 예수의 출생을 전한 천사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하늘에 수많은 천사들이 큰 군대를 이루어 나타나더니 먼저 나타난 그 천사와 함께 천상의 대규모 찬양대를 이루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찬송하기 시작했습니다. 상상하건데 예수의 출생소식을 알렸던 그 천사가 대규모 천사 찬양대를 지휘 했나 봅니다. 놀랍게도 그들의 찬송(송영, 誦詠) 가사가 누가복음에 그대로 녹취되어 보존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찬송이 그렇듯, 천군천사들의 찬송은 간단하지만 매우 시적(詩的)이었으며, 그것도 히브리 시처럼 병렬 형식을 사용한 시적 찬송이었습니다.

 

문제는 성탄절에 하늘에서 들렸다는 천군천사들의 찬송가사에 대해서 논란이 계속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하나님을 찬양했다면, 무엇을 찬양했다는 말인가, 그 찬송의 내용이 무엇을 담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다음의 두 가지 번역을 비교해 보면 문제가 무엇인지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될 것입니다.

 

첫 번째 번역입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는 평화며, 사람들에겐 호의(好意, Goodwill)로다!”(, King James Version)

 

두 번째 번역입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 한글역, NIV )

 

[참고로, 이 구절에 대한 고대 사본들 역시 두 갈래로 나눠집니다. 첫 번째 번역을 지지하는 고대 사본들도 있고 두 번째 번역을 지지하는 고대 사본들도 있습니다. 첫 번째 번역일 경우는 문제가 되는 헬라어 형태는 ευδοκια이고, 두 번째 번역을 선택할 때는 ευδοκιαs 입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헬라어 성경 NA27판은 두 번째 사본전승을 본문으로 삼고 있습니다.]

 

번역에서 차이점은 분명합니다. 첫 번째 번역에 따르면, 천사들은 “지극히 높은 하늘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 땅에는 평화가,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는 호의’(goodwill, ευδοκια) 혹은 좋은 일이 있기를!바란다는 것입니다.

 

한편, 두 번째 번역은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 땅에서는 하나님께서 기뻐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평화가 있기를!바란다는 것입니다. 달리 말해 하나님께서 이 땅에 평화”(샬롬, 에이레네)를 주시는데, 그 대상은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아니라 그가 좋아하는 사람들,” “그가 기뻐하는 사람들,” “그가 샬롬을 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 번역이 성경신학적으로 좀 더 합당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천군천사들은 누구보다 자기들이 모시고 있는 하나님의 생각과 계획을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누구에게 진정한 평화를 선물하실지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평화를 주시기 보다는 - 물론 그런 성품을 지니신 분이시기는 하지만 - , 특별히 자기가 기뻐하는 사람들에게 평화(샬롬)를 주신다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기뻐하심을 입은 자들,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자들, 하나님이 택하신 자들, 이들은 평화(샬롬)가 자기들의 노력이나 수고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선물임을 아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아주 오래전 하나님께서는 예레미야를 택하시고 점지하신 일을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내가 너를 모태에 짓기 전에 너를 알았고 네가 배에서 나오기 전에 너를 성별하였다.

 

그렇습니다. 사도바울의 고백처럼 나의 나 된 것, 우리의 우리 된 것은 전적으로 오직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하나님께서 먼저 나(우리)를 기뻐하시고 나(우리)를 점지하시고 나(우리)를 택하셨기 때문에 이 땅에 사는 나(우리)에게 하늘의 평화(샬롬)가 선물로 주어진 것입니다. 아멘.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Glory)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Peace)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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