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진짜 귀머거리”

2014.10.14 14:32

류호준 조회 수:2863

진짜 귀머거리

 

한 중풍병자를 사람들이 침상에 매고 와서 예수 앞에 들여 놓고자 하였으나

무리 때문에 메고 들어갈 을 얻지 못한지라.”

(5:18-19; 참고 마 9:1-8; 2:1-12)

 

 

길 좀 비켜 주세요!” 빵빵, 사이렌소리가 들립니다. 계속해서 경적소리를 냅니다. 앰뷸런스 차가 비상등을 켜고 옵니다. 그런데 아무리 큰 사이렌 소리를 내어도 못들은 채 합니다. 구급차 안에 누워 있는 사람은 촌각을 다투며 목숨을 이어갑니다. 그러나 도로 위의 차량들은 버젓이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차 안에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인간, 담배를 빼물고 거울을 쳐다보는 인간, 허겁지겁 집에서 싸온 토스트를 먹는 인간, 느리게 가는 차 안에서 눈 화장을 하느라 턱을 치켜드는 인간, 비좁은 틈새로 비집고 들어가려는 악바리 인간 등 천태만상의 인간군상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런 경우 이건 아니지요. 지금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안 들리나요? 어떻게 해서라도 길을 내어 주어야 하지 않는가요? 도로 한쪽 편으로라도 차를 몰아세워야하지 않는가요? 지금 사람의 목숨이 위태롭거든요! 당신의 부모나 자식이 그런 처지에 놓여있다면 그렇게 뻔뻔스럽게 옴짝달싹하지 않고 길 한가운데 서 있을 겁니까? 도대체 귀가 먹었습니까?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한다면 진짜 귀머거리가 아닙니까? 다른 사람들의 신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진짜 귀머거리 아닌가요?

 

길 좀 비켜 주세요!” “조금만이라도 길을 내어 주세요.” 이 외침은 이미 오래전 예수님 당시에도 있었습니다. 가버나움에 중풍병자 친구를 둔 네 명의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한 중풍병자를 네 사람에게 메워 가지고 예수께로 올새 무리들 때문에 메고 들어갈 길을 얻지 못했다.”(5:19)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어떤 집에 계시다는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몰린 것입니다. 왜 몰렸을까요?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그분이 행하는 기적을 경험하려고? 병 고침을 받기 위해서? 유명인사라는 소문을 듣고 얼굴을 보러? 물론 그가 하는 말과 행동에 트집을 잡으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어쨌건 사람들로 꽉 찼습니다. 그런데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들린 것입니다. 병자를 침상에 실은 채로 예수께 데리고 온 앰뷸런스였습니다. 아무도 비켜주지 않았습니다. 들어갈 길을 얻지 못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앉아 있는 좋은 자리를 빼앗길 것 같아서, 아니면 지금 안락하게 말씀을 듣는 일이 방해를 받을 것 같아서, 아니면 자기도 꼼짝 못하고 군중 속에 갇혀서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던 것입니다.

 

길을 비켜주세요.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가 들리거든 차를 옆으로 빼어주세요. 개화된 사람이라면, 양식이 있는 국민들이라며 제발 길을 내어주세요. 귀머거리처럼 살지 마세요. 자기 편의대로 귀를 열고 닫고 하지는 마세요. 남의 고통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이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작은 신음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들으시는 분이시라고 고백하고 노래하는 그리스도인들이라면 일상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신음소리를 들어보세요. 신음소리가 아닌 사이렌 소리라면 더 잘 들어야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제 진짜 귀머거리가 누구인줄 아시겠지요?


[뉴욕 온세대교회 이성민 목사의 "숲 길"]

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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