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시편과 내비게이션 그리고 크로커스

 

요즘 출시되는 대부분의 차량에는 내비게이션(Navigation)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영어나 독일어 프랑스어로 Navigation배의 항해나 비행기의 비행을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내비게이션은 지도를 보이거나 지름길을 찾아 주어 자동차 운전을 도와주는 장치나 프로그램입니다. 새로운 주소를 찾아 가기 위해 우리는 종종 내비게이션(Navigation)을 사용합니다. 내비게이션과 구약의 기도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연결인가요? 그러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구약의 대표적 기도문이라면 시편이 떠오를 것입니다. 시편은 수많은 기도와 찬양을 모아둔 기도와 찬양집입니다. 특별히 시편의 기도문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로, 모든 것이 평온할 때 하나님께 드리는 찬양이 있습니다. 일들이 잘되어갑니다. 순풍에 돛을 단 배처럼 순항합니다. 인간관계도 좋습니다. 건강도 좋습니다. 사업도 잘되어 갑니다. 자녀들의 앞길도 잘 풀려갑니다. 그러나 둘째 단계가 있습니다. 이 경우는 갑작스레 예기치 못한 어려운 일들을 만나게 될 때입니다. 혼미해지고 혼란스럽습니다. 맨붕에 빠지게 됩니다. 모든 것이 캄캄하고 어둡습니다. 길을 잃어버린 미아의 심정입니다. 죽을 것만 같습니다. 이 땐 어찌할 바를 모르고 큰 소리를 내어 울부짖습니다. 세 번째 단계가 있습니다.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되는 경우입니다. 새로운 힘을 얻고 다시 트랙위로 올라가 달립니다.

 

미국의 저명한 구약학자인 월터 부르그만 박사는 이상의 세 가지로 시편의 기도문들을 분류할 수 있다고 주장한바 있습니다. 영어로 그는 이 세 단계를 orientation, disorientation, reorientation이란 용어를 사용합니다.

 

이 단어를 어떻게 이해하고 번역하면 좋을까요? 좋은 방법이 바로 위에서 말한 내비게이션(Navigation)과 연관을 짓는 것입니다.

 

orientation

 

첫째로 내비게이션을 작동할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목적지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일종의 방향설정혹은 경로설정입니다. 이것을 영어로 orientation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오리엔테이션이란 방향설정이며 경로설정입니다.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들을 위해 오리엔테이션이 있습니다. 일명 OT라고 부릅니다. 앞으로 4년 동안의 대학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들에게 방향설정을 해주는 것이 오리엔테이션입니다. 일단 방향설정을 하고 나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운행됩니다. 순풍에 돛을 달고 순항하는 배와 같습니다. 아니면 비행기 조종사가 자동항법장치에 따라 일정한 고도와 속도를 설정해 놓고 비행이 시작되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이 오리엔테이션입니다. 오리엔테이션에 속한 기도는 대부분 찬양이며 감사입니다. 푸른 하늘을 보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 용솟음치는 기쁨이 흘러나옵니다. 친구를 만나도 즐겁고 행복합니다.

 

disorientation

 

그런데 운전을 하다가 내비게이션에서 눈을 떼고 한 눈 팔다가 길을 놓치거나 길을 잘못 들어서는 경우가 있습니다. 경로를 이탈하면서 부터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정신이 혼미하여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됩니다. 이것을 disorientation이라 합니다. 디스오리엔테이션을 내비게이션 용어로 번역하자면 방향감각상실입니다. 따라서 혼미”, “혼돈” “맨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항해 은유로 바꾸어 말하자면 폭풍과 풍랑 때문에 항로를 이탈하게 된 것이지요. 혼미하고 혼란스럽고 혼돈한 상태에 맨붕 현상이 오게 됩니다. 고공비행하던 비행기가 갑자기 난기류를 만나 심하게 흔들리고 풍전등화처럼 혼미하게 됩니다.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이런 단계에서 기도는 비로소 제대로 된 동력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탄식하고 애걸하고 소리치고 눈물 흘리게 됩니다. 낮이면 낮마다 밤이면 밤마다 눈물로 침대를 적십니다. 눈물이 영혼의 양식이 되는 때입니다. 마치 여리고의 걸인 바디매오처럼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겨주시옵소서!”라고 울부짖는 시간입니다. 어쨌든 경로에서 벗어날 때, 그래서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혼미하여 어찌할 바를 모를 때, 기도는 비로소 기도가 되는 것입니다. 시편의 탄식시가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reorientation

 

길에서 벗어나 헤맬 때 내비게이션이 묻습니다. “경로를 재설정하시겠습니까?” “길을 다시 찾으시겠습니까?”라고. 그리고 방향을 재설정하게 됩니다. 이것을 reorientation이라 합니다. “방향재설정”, 혹은 방향전환”, 혹은 궤도 재진입입니다. 트랙위로 재 진입하는 과정입니다. 이 땐 고마움과 감사로 눈물을 흘리며 순항을 계속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삶도 이 세 가지 경우를 거치게 됩니다.

· orientation(“방향설정”, 순풍에 항해)

· disorientation(“방향감각상실”, 폭풍과 풍랑에 혼미와 혼돈)

· reorientation (“방향재설정”, 잠잠해지고 다시 운항)

 

마지막 질문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느 상태에 있습니까? 아마 많은 분들이 두 번째 유형 속에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절망하기 마십시오. 그 때야 말로 하나님께 가장 가까이 나아갈 기회입니다. 신앙은 혼돈과 의심과 혼미 속에서 잉태되기 때문입니다. 신앙은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크로커스(crocus)”입니다.

 

(참고, 네덜란드에 살 때, 이른 봄이 되면 여기저기에 피어나는 꽃이 크로커스였습니다. 크로커스는 봄의 도래를 알리는 보라색 전령입니다.)

 

크로커스 (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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