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14 12:37
"앉고 섬"
사무엘전서 맨 앞장에는 한나와 엘리가 등장합니다. 불쌍한 여인 한나와 종교권력의 정점에 있는 남성 엘리입니다. 평신도와 성직자의 대조입니다. “은혜 입은 자”라는 뜻의 한나와 “나의 하나님”이라는 뜻의 엘리입니다. 사무엘서 내레이터는 무엇보다 그들의 자세를 반복해서 언급합니다. “일어선” 한나와 “앉아 있는” 엘리의 대조입니다(삼상 1:9).
한나의 일어섬은 기도의 문맥에서입니다. 하나님께 자신의 사정을 아뢰고 그 통분한 마음을 천상의 하나님께 토설하는 모습입니다.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어서 말입니다. 일어선 한나의 모습을 묘사하는 내레이터는 의자에 앉아 있는 엘리의 모습을 반복해서 말합니다(1:9; 4:13. 참조 3:2). 물론 아주 나이 많아 늙었기에 서 있기가 불편할 수도 있었겠지요. 그러나 내레이터는 독자들에게 알아차리라고 슬쩍 옆구리를 찌르고 있는 것입니다.
“설수록 하늘에 가까워진다.”(다니엘)
“하나님께 가까이 함이 내게 복이라.”(아삽)
엘리 선생님, 무스를 발라 머리를 세운다고 하늘에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겠지요?
안셀 아담스의 요세미티 Half D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