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주기도문과 교황의 해설"

 

 

“우리를 시험(유혹)에 들게 하지 마시옵소서!” 주기도문의 여러 간청문구들 중 하나입니다. 한글 문장은 그 뜻에 있어서 의도적으로 모호한 듯합니다. 아마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을 겁니다. (1) “우리가 시험(유혹)에 빠지게 될 때, 하나님, 우리를 보호해주십시오!” 영어로 표현하자면 "Abandon us not when in temptation."이 될 겁니다. (2) “하나님께서 우리를 시험(유혹) 안으로 빠져들게 하지 말아주세요.” 혹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시험(유혹) 속으로 인도하지 말아주세요.” 이것은 영어의 전통적 번역으로 “Lead us not into temptation”이 될 것입니다.

 

어쨌든 차이는 분명합니다. 전자에 있어서 시험과 유혹에 빠지는 주체는 “우리”입니다. 후자에 있어서 시험과 유혹에 빠지게 하는 주체는 “하나님”이 됩니다. 한글 번역은 아주 모호하게 양쪽 방향으로 길을 열어놓습니다. 아주 훌륭한 번역입니다.

 

그런데 외국어 번역(예, 영어)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주 분명하게 후자의 입장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영어로 “Lead us not into temptation”입니다. 문자적으로 “우리를 유혹(시험) 속으로 인도하지 말아주세요!”입니다. 즉 유혹과 시험으로 인도하는 주체가 하나님처럼 들립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우리를 유혹(시험)에 빠지시게 하는 나쁜 신인가? 이런 문제는 매우 오래된 논쟁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즈음에서 멈추겠습니다.

 

최근 로마 가톨릭의 교황 프랜시스가 주기도문 해설집을 내었습니다. 매우 목회적인 해설입니다. 그 가운데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이 간청을 해설하는 부분에서입니다. 아래는 해당부분을 약간의 설명을 덧붙여 거의 그대로 번역한 것입니다.

 

[주기도문 가운데 “우리를 시험(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옵소서!”라는 청원 문구가 있습니다. 곱씹어 생각하며 읽을수록 헷갈리기 좋은 문구입니다. 영어로 “Lead us not into temptation”로 번역되는데, 문자적으로 “우리를 시험(유혹) 속으로 인도하지 마옵소서!”가 될 것입니다. 아무리 봐도 좋은 번역은 아닌 듯합니다. 그래서 이탈리아 주교회의에서 편찬한 최신 번역판의 복음서를 보면 “우리를 유혹(시험)에 내버리지 마시옵소서!”로 번역했습니다(누가 11:4; 마태 6:13). 프랑스 번역본도 본문을 좀 바꿔 “나로 시험(유혹)에 빠져 들지 않게 하옵소서.”라는 뜻으로 번역했습니다.

 

유혹과 시험에 빠지는 자는 다름 아닌 나 자신입니다! 하나님은 나를 유혹에 던져 넣어 어떻게 내가 빠지는지를 보려 하는 분이 아닙니다. 하늘 아버지는 그렇게 하시지 않습니다. 하늘 아버지는 그의 자녀가 유혹에 빠질 때 즉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잡아 일으켜 세우시는 분이십니다. 우리를 시험에 빠지게 하는 장본인은 다름 아닌 사탄입니다. 우리를 시험에 빠지게 하는 것이 사탄의 기묘한 책략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드리는 기도의 의미는 “사탄이 우리를 시험에 빠지게 할 때, 하나님, 제발 손을 내밀어 우리를 잡아 주세요.”입니다. 아마 여러분이 유명한 그림에서 본 것처럼, 이것은 마치 “주여, 나를 구원해주소서, 내가 물에 빠져 죽어갑니다. 손을 내밀어 저를 잡아주세요!”라고 예수께서 간청했던 베드로에게 예수께서 손을 내밀어 잡아 주신 것과 같은 뜻입니다(참조, 마태 14:30)].

 

 

추신: 이런 변경은 올해 5월 22일에 바티칸에서 공식적으로 재가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요한 캘빈은 이 구절 주석에서 어거스틴의 주장에 동의하면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가 유혹에 끌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 우리를 악으로부터 구출해 주십시오.’ 요약하자면, 우리 자신들의 연약함을 의식하면서, 우리는 하나님의 보호하심으로 [적으로부터] 방어되기를 요청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사탄의 모든 계략들에 대항하여 견고한 입장을 견지할 수 있을 것이다.”

41U1ucPLxEL__SX331_BO1,204,203,200_.jpg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류호준 교수의 무지개성서교실이 http://www.rbc2020.kr 로 리뉴얼하여 이전합니다. 류호준 2020.08.24 4395
공지 "무재개 성서교실은 여러분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5] 류호준 2018.03.29 2928
749 짧은 글: "성서해석과 성령과 기도" 류호준 2019.07.18 306
748 일상 에세이: "세례와 세척" file 류호준 2019.07.15 241
» 신앙 에세이: "주기도문과 교황의 해설" [1] file 류호준 2019.07.12 335
746 일상 에세이: “명예 유감" [1] 류호준 2019.06.18 411
745 일상 에세이: “오래 살다 보니!” file 류호준 2019.06.12 629
744 [클린조크] "반전이 있는 명언" 류호준 2019.06.04 477
743 일상 에세이: "철학자와 신학자, 골프장에서 만나다" [1] file 류호준 2019.06.02 536
742 일상 에세이: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1] file 류호준 2019.05.10 480
741 《일상행전》을 읽으십시다! [2] file 류호준 2019.03.27 1013
740 일상에세이: “이름 부르기” 유감 [8] file 류호준 2019.03.17 986
739 시론: "열등감과 불쌍한 영혼" 류호준 2019.02.27 503
738 [클린조크: "피부과에서 생긴 일"] file 류호준 2019.01.28 501
737 일상 에세이: “남의 나라 말 배우기” 류호준 2019.01.27 526
736 일상 에세이: “추천서 유감” [1] file 류호준 2019.01.26 462
735 일상 에세이: “짜장면 한 그릇에 한번쯤 영혼을 팔아도 된다!” file 류호준 2019.01.04 563
734 일상 에세이: “새해 둘째 날에: 이삿짐 싸는 날” [1] file 류호준 2019.01.02 522
733 일상 에세이: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는 크리스마스 저녁 모임” file 류호준 2018.12.25 575
732 “일상 이야기: 인생 별것 있나요?” [3] file 류호준 2018.12.17 693
731 일상 에세이: "학교와 교회" [8] file 류호준 2018.12.15 625
730 일상 에세이: “오늘이 생애 최고의 날이라 생각하면 커피 향은 왜 그리 그윽한지…” [7] file 류호준 2018.12.06 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