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오래 살다 보니!”

 

 

어제 저녁 늦게 소포가 왔다. 주소가 잘못 되어 다른 동으로 배달 된 것을 알고 저녁 늦게 찾아왔다. 우리 집 사람 이름으로 온 소포였다. 열어보니 생뚱맞게 “월간지 샘터”가 들어 있었다. 게다가 선물까지 있는 게 아닌가? 이게 뭐지?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내게 우리 집사람이 멋적은 듯이 말을 꺼낸다. “사실은... ” “ 아니 뭐가 사실은 이란 말이요?” “사실은 당신이 은퇴하고 나서 나도 용돈이라도 벌어볼까 해서...” “뭐라고? 내가 언제 당신더러 용돈 벌라고 했어?” “아니, 약간의 돈이라도 벌면 당신에게 용돈 드릴려고 했어요.” “그래서?” 좀 다그치는 어조로 압박을 가하자 순순히 이실직고(以實直告) 한다. 내 차암 ~~

 

“얼마 전 동네 도서관에 앉아 이 책 저책 뒤적거리다가, 머리 식힐 겸 샘터를 읽게 되었습니다. 옛날 젊은 시절의 향수를 불러내는 아주 유서 깊은 월간지잖아요!” “그래서?” “읽다보니 행복일기라는 독자투고 광고가 있어서, 그 자리에서 카톡으로 얼기설기 글 하나를 보냈어요.” “그래서?” “뽑히면 1등이 30만원이라는 것이에요.” “그래서, 좀 빨리 말 좀 하면 안 되나?” “좀 다그치지 말고 들어보세요.” “오케이!” “근데 당첨이 됐다고 연락이 온 거에요.” “그래서? 3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야?” “아니, 1등 당선되면 30만원을 받아 당신 용돈 드리려고 한 것이에요. 은퇴도 하고, 나가실 때 어깨를 보니 좀 처진 것 같기도 하고 해서 30만원을 기어코 벌리라 했는데 그만이야 1등은 놓쳤습니다. 그래도 샘터지에 제 글이 게재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축하 선물을 보낸다고 한 것이 오늘 도착한 것입니다.”

 

와우, 세상이 이런 일이! 그냥 살림만 하는 여자인줄 알았는데, 독자투고해서 30만원 벌어 내 용돈 주려고 했다니 눈물이 핑 (안) 돌았다! ㅎㅎㅎ 아이고, 그것을 받았어야 하는 건데 말이네! 그래야 제자들 밥도 사주고 커피도 사주고 하려했는데. 제기랄! 어쨌든 집사람에게 엄청 고마웠다. 속으로만! ㅎㅎㅎ

 

그래도 받은 책과 선물을 열어보니 기분이 좋았다. 오래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하나님, 우리 집사람 마음에 감동을 주어 다음에 또 기고하게 하시고, 그 땐 반드시 30만원 1등 타게 해주세요. 그러면 저는 반드시 십일조를 당신께 드리겠습니다.”

샘터.jpg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류호준 교수의 무지개성서교실이 http://www.rbc2020.kr 로 리뉴얼하여 이전합니다. 류호준 2020.08.24 4395
공지 "무재개 성서교실은 여러분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5] 류호준 2018.03.29 2928
749 짧은 글: "성서해석과 성령과 기도" 류호준 2019.07.18 306
748 일상 에세이: "세례와 세척" file 류호준 2019.07.15 241
747 신앙 에세이: "주기도문과 교황의 해설" [1] file 류호준 2019.07.12 335
746 일상 에세이: “명예 유감" [1] 류호준 2019.06.18 411
» 일상 에세이: “오래 살다 보니!” file 류호준 2019.06.12 629
744 [클린조크] "반전이 있는 명언" 류호준 2019.06.04 477
743 일상 에세이: "철학자와 신학자, 골프장에서 만나다" [1] file 류호준 2019.06.02 536
742 일상 에세이: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1] file 류호준 2019.05.10 480
741 《일상행전》을 읽으십시다! [2] file 류호준 2019.03.27 1013
740 일상에세이: “이름 부르기” 유감 [8] file 류호준 2019.03.17 986
739 시론: "열등감과 불쌍한 영혼" 류호준 2019.02.27 503
738 [클린조크: "피부과에서 생긴 일"] file 류호준 2019.01.28 501
737 일상 에세이: “남의 나라 말 배우기” 류호준 2019.01.27 526
736 일상 에세이: “추천서 유감” [1] file 류호준 2019.01.26 462
735 일상 에세이: “짜장면 한 그릇에 한번쯤 영혼을 팔아도 된다!” file 류호준 2019.01.04 563
734 일상 에세이: “새해 둘째 날에: 이삿짐 싸는 날” [1] file 류호준 2019.01.02 522
733 일상 에세이: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는 크리스마스 저녁 모임” file 류호준 2018.12.25 575
732 “일상 이야기: 인생 별것 있나요?” [3] file 류호준 2018.12.17 693
731 일상 에세이: "학교와 교회" [8] file 류호준 2018.12.15 625
730 일상 에세이: “오늘이 생애 최고의 날이라 생각하면 커피 향은 왜 그리 그윽한지…” [7] file 류호준 2018.12.06 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