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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과 소방관”

 

1. 국가 기관 가운데 행정안전부가 있다. 국민들의 평안한 삶과 안전을 위해 수고하는 부서이리라. 행정안전부 산하 독립 외청(外廳)으로는 “경찰청”과 “소방청”이 있단다. 이 두 기관은 국민들의 직접적인 안전과 재난방지를 위해 “발로 뛰는 기관”들이다. 국민들의 삶과 직결되어 있는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들이기에 마땅한 존경을 받아야 하겠다.

 

2. 그런데 두 기관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과 인식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실례를 들어 보자. 청년 실업난과 취업난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이때에, 여러분의 자녀들에게 취직자리가 주어졌다고 가정해보자. 물론 꿈같은 가정이다. 그런데 취직자리도 하나가 아니라 둘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한다고 생각해 보라. 자, 여러분의 아들과 딸은 경찰관이 될 수도 있고 소방관이 될 수도 있다. 어느 직업을 선택하겠는가? 경찰관과 소방관.

 

3. 글쎄올시다. 전통적인 한국 사회에서는 아마도 소방관보다는 경찰관을 선호하리라 추측해본다. 이런 추측은 통계적으로 거의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유인즉 경찰관은 “권력이 있는 직업”같이 보이고 소방관은 권력 대신에 “희생과 봉사를 해야 하는 위험한 직업”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4. 물론 경찰이 권력을 휘두른다는 생각은 내 어렸을 적 일제 강점기를 겪은 내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이 떠올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어렸을 적 어른들 말을 잘 안 듣거나 혹은 울음을 그치지 않을 때, 할머니는 “저기 순사 온다!”(일본 경찰을 순사라고 했다)라고 했다. 경찰은 언제나 무서운 존재였다. 옛날에는 경찰들이 타고 다는 차를 백차라고 했다. 나이방을 낀 경찰들이 백차를 몰고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서울 시내 한복판을 달리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권력과시처럼 보였음은 말 할 것도 없었다.

 

5. 한편 소방관에 대한 인식은 권력 행사와는 어떤 연결도 지을 수 없었다. 화재 현장에 출동해 불을 끄거나 불속에 갇힌 사람들을 끄집어내어 살리는 사람들이었다. 얼굴은 시커멓게 연기에 그을리고 소방복장은 무겁기 이루 말할 데 없어 보였다. 소방관은 고생하고 희생하고 봉사하는 직업이었고, 그래서 권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된 경찰에 비하면 사회적 존재감조차 별로 없었다.

 

6. 미국에서 사는 동안 경찰서와 소방서에 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동네마다 경찰서들이 있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는 경찰서들이 동네에 없다! 경찰차가 이동경찰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찰들은 포커페이스에 종종 위압적이다. 경찰차를 보면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도 괜스레 찔끔해진다. 한편 소방서는 동네마다 어디든지 다 있다. 단순히 불만 끄는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구급상황이라면 언제라도 출동한다. 이런 문화에서 기인한지는 몰라도 미국의 어린이들은 소방관들을 아주 좋아한다. 미국 어린 아이들은 종종 학교에서 현장학습으로 동네 소방서에 간다. 번쩍거리는 소방차가 얼마나 멋지고 장엄하고 우람한지. 아이들은 그저 넋을 잃고 소방차를 쳐다본다. 친절한 소방관 아저씨들이 약간의 시범과 아울러 자세한 설명을 하게 되면 아이들의 눈망울은 커져만 간다.

 

7. 어쨌든 학교에서나 집에서 어른들이 어린아이들에게 묻는 질문 중에 하나는, “이 다음에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이다. 질문에 거의 대부분이 “소방관(fireman)이 될래요!”라고 한다. 물론 “경찰관(policeman)이요!” 라고 답하는 애들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8. 한편 우리나라 어린아이들에게 “너는 장차 커서 무엇이 될래?”라고 묻는다면, 무슨 대답이 나올까? 운동선수, 연예인, 힙합댄서, 컴퓨터 프로그래머? 어른들에게 당신의 자녀가 무엇이 되었으면 좋겠냐고 묻는다면? 판사, 검사, 의사, 변호사, 교수이겠지!

 

9. 우리나라 애들과 어른들에게 경찰관과 소방관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아마도 경찰관일 것이다. 소방관보다 경찰관을 더 선호하고 알아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던져보는 이유는 그저 한국사회에 오랫동안 깊이 뿌리박힌 “권력 지향적 습성”을 말해보고 싶어서이다. 아주 불편한 진실이다. 국정원, 국세청, 검찰청과 함께 경찰청은 4대 권력기관에 속한다. 경찰청장이 되려면 국회 청문회를 통과해야한다. 그러나 소방청장으로 임명받기 위해서 국회 청문회에 나온다는 소리는 못 들어 봤다. 국정원, 검찰, 경찰 모두 권력 기관이란 인식이 팽배하다. 사실이 그렇다. 누가 그들을 국민을 섬기는 종(공복)이란 생각을 하나.

 

10. 한국사회의 저변에 깔려 있는 권력 우상 숭배 현상은 비슷한 유니폼을 입고 있고 거의 같은 목적을 위해 일하는 경찰관과 소방관 사이의 보이지 않는 차별에서 드러나 보이는 것은 아닐까? 경찰관에 대한 관심 이상으로 소방관에 대한 존경과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듯하다. 섬김과 휘두름. 권력과 봉사. 너무 이분법적으로 말했나? 아니겠지.

 

11. 예수님께서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면, 분명 소방관이 되겠다고 하셨을꺼다!

 

Blue Water Bridge, Port Huron, MI, Credit. Joe Lee

Blue Water Bridge, Port Huron Joe Lee.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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