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2 20:13
“오래 살다 보니!”
어제 저녁 늦게 소포가 왔다. 주소가 잘못 되어 다른 동으로 배달 된 것을 알고 저녁 늦게 찾아왔다. 우리 집 사람 이름으로 온 소포였다. 열어보니 생뚱맞게 “월간지 샘터”가 들어 있었다. 게다가 선물까지 있는 게 아닌가? 이게 뭐지?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내게 우리 집사람이 멋적은 듯이 말을 꺼낸다. “사실은... ” “ 아니 뭐가 사실은 이란 말이요?” “사실은 당신이 은퇴하고 나서 나도 용돈이라도 벌어볼까 해서...” “뭐라고? 내가 언제 당신더러 용돈 벌라고 했어?” “아니, 약간의 돈이라도 벌면 당신에게 용돈 드릴려고 했어요.” “그래서?” 좀 다그치는 어조로 압박을 가하자 순순히 이실직고(以實直告) 한다. 내 차암 ~~
“얼마 전 동네 도서관에 앉아 이 책 저책 뒤적거리다가, 머리 식힐 겸 샘터를 읽게 되었습니다. 옛날 젊은 시절의 향수를 불러내는 아주 유서 깊은 월간지잖아요!” “그래서?” “읽다보니 행복일기라는 독자투고 광고가 있어서, 그 자리에서 카톡으로 얼기설기 글 하나를 보냈어요.” “그래서?” “뽑히면 1등이 30만원이라는 것이에요.” “그래서, 좀 빨리 말 좀 하면 안 되나?” “좀 다그치지 말고 들어보세요.” “오케이!” “근데 당첨이 됐다고 연락이 온 거에요.” “그래서? 3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야?” “아니, 1등 당선되면 30만원을 받아 당신 용돈 드리려고 한 것이에요. 은퇴도 하고, 나가실 때 어깨를 보니 좀 처진 것 같기도 하고 해서 30만원을 기어코 벌리라 했는데 그만이야 1등은 놓쳤습니다. 그래도 샘터지에 제 글이 게재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축하 선물을 보낸다고 한 것이 오늘 도착한 것입니다.”
와우, 세상이 이런 일이! 그냥 살림만 하는 여자인줄 알았는데, 독자투고해서 30만원 벌어 내 용돈 주려고 했다니 눈물이 핑 (안) 돌았다! ㅎㅎㅎ 아이고, 그것을 받았어야 하는 건데 말이네! 그래야 제자들 밥도 사주고 커피도 사주고 하려했는데. 제기랄! 어쨌든 집사람에게 엄청 고마웠다. 속으로만! ㅎㅎㅎ
그래도 받은 책과 선물을 열어보니 기분이 좋았다. 오래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하나님, 우리 집사람 마음에 감동을 주어 다음에 또 기고하게 하시고, 그 땐 반드시 30만원 1등 타게 해주세요. 그러면 저는 반드시 십일조를 당신께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