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29 13:35
[1]
“결연(決然)한 의지 표명”
종교적 도시 예루살렘, 회칠한 무덤 같은 종교적 관행과 영혼 없는 종교적 전통만이 좀비처럼 걸어 다니는 곳, 숨 막히는 도시의 강렬한 억누름 속에서도 끝까지 그 도시를 사랑했던 분. 죽는 일이 있어도 결코 그 도성을 떠나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그 도시를 사랑했던 분. 살기등등한 예루살렘의 폭압에도 굴하지 않고 “선지자가 예루살렘 밖에서는 죽는 법이 없다!”는 말로 극한 결기를 보여주신 분. 그분의 결연한 의지는 다음과 같은 말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 길 가는 외로운 나그네의 소름끼치는 일갈이 우리와 같은 촌부들의 영혼을 크게 흔들어댄다.
“어쨌든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 날도
나는 내 길을 걸어가리라.” (누가 13:33)
“Verumtamen oportet me hodie
et cras et sequenti ambulare.”(Lucam 13:33)
“Nevertheless I must walk today,
and tomorrow, and the day following.”(KJV)
[2]
“떠나면서 남긴 말”
사람은 언젠가 있던 곳을 떠난다. 떠나면서 남긴 말들은 때론 의미심장하다. 영국의 시인 월터 싸비지 란도르(Walter Savage Landor, 1775~1864)의 시 한 수(“어떤 늙은 철학자의 마지막 말”)를 떠 올려본다.
아래 시는 평생 좌충우돌하며 살았던 월터 싸비지 란도르가 자신의 일흔 네 번째 생일에 자신을 위해 쓴 시다. 이 시는 그의 기념비적 시이며 많은 사람들에 회자(膾炙)되는 시이기에 여러분들과 공유한다. 곱씹어볼 만하다.
“어떤 늙은 철학자의 마지막 말”
나는 그 누구와도 싸우지 않았노라.
싸울 만한 가치가 있는 상대가 없었기에.
자연을 사랑했고, 자연 다음으로는 예술을 나는 사랑했다.
나는 삶의 불 앞에서 두 손을 쬐었다.
이제 그 불길 가라앉으니 나 떠날 준비가 되었노라.
“Dying Speech of an Old Philosopher”
I strove with none;
for none was worth my strife
Nature I loved, and next to Nature, Art;
I warmed both hands before the fire of life;
It sinks, and I am ready to dep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