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버릇들이기”(Habit Formation)

- 대림절에 부쳐 -

 

오랫동안 쌓인 습관을 우리말로 버릇이라 합니다. 버릇은 쉽게 바뀌거나 고쳐지지 않습니다. 이를 두고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제 버릇 개 주겠냐?”에서부터 “참 버르장머리 없다!”는 한숨 섞인 말도 있습니다. “버릇이 잘 들어야 한다.” “그 버릇을 고쳐야해!”는 어른들의 말씀도 이제는 듣기가 어려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각자만의 버릇이 아무런 사회적 제약 없이 나타납니다. 좋게 말해서 “개성이 강하다.”라고 완곡하게 말하기도 하고, 어린아이의 경우는 “기를 죽여서는 안 돼”라고 말합니다.

 

버릇을 속되게 버르장머리라고 합니다. 버릇에 낮추어 말하는 접미사인 머리를 붙인 것입니다. 안달머리, 인정머리. 주변머리가 그런 것입니다. 버릇없이 굴 때 버르장머리 없다고 합니다. 주로 어른들이 젊은이들이나 어린애들이 함부로 굴 때 하는 말입니다. “돼먹지 않았다”는 말도 하는데, 이 말은 공동체에 속한 일원으로서 다른 사람들 아랑곳하지 않고 함부로 행동하거나 말하는 막무가내 인간을 욕하는 말입니다. 돼먹지 않은 것의 최상급은 막돼먹은 것입니다. 한자어로 무례(無禮)하다는 것이지요. 사람사이에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예의(禮儀)가 없다는 말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인간 사회 안으로 들어온 이상 사람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기 마련입니다. 영국의 시인 존 돈(John Donne)의 저 유명한 문구 “아무도 섬이 아니다”(no man is an island)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 사실을 몸소 경험합니다. 어깨를 부대끼며 살아갑니다. 비좁은 공간에서 자리를 잡으려고 비벼대고 앉아봅니다. 한편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살 수도 없습니다. 알던 모르던 사람들은 이리저리 연결되어 있습니다. 4차 산업 시대를 연 컴퓨터의 인터넷(internet)이란 말도 망사처럼 그물처럼 서로 엮여져 있다는 뜻이고, 최근의 Facebook이나 twitter등을 가리켜 “사회관계망”(SNS, Social Networking Service)이라 부르는 것을 봐도 사람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서로 연결되어 있는 사회적 존재(social being)임을 반영합니다.

 

고전 13장은 유명한 “사랑 장”이라 부릅니다. 기독교 사랑에 관한 마그나카르타라 생각하면 좋습니다. 그러나 꼭 집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게 보낸 첫 번째 편지의 13장은 단순히 사랑에 관한 송가(song of love)가 아닙니다. 두 연인 사이나 남편과 아내 사이에서 일어나는 낭만적 사랑의 표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사랑 장은 신앙 공동체 속에 서로 다른 성격과 재능과 은사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조화롭게 어울려 생산적으로 역동적으로 평화(샬롬)를 만들어 내는 일에 관한 장입니다. 그중 한 구절을 곱씹어 보십시오. “사랑은 무례하지 않고~” 무례란 꼴사납게 굴거나 꼴불견이거나 같잖게 행동하거나 말하는 것입니다. 볼썽 사나운 모습입니다. 답지 않게 굴거나 행동하는 것입니다. 말이든 행동이든 함부로 하는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혹은 공동체에게 유익을 주지 않는 일이 사랑이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는다는 말 다음에 이어서 나는 말은 “자기의 유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자기만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사랑은 “못된 버릇”이 없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버릇은 훈련을 통해 들게 되어 있습니다. “버릇 들다”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몸에 배게 된다는 뜻입니다. 제2의 본성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디에 좋은 버릇이 생겨야 할까요? 세 가지 곳에 좋은 버릇이 들도록 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첫째는 마음 버릇입니다. 마음보가 좋아야합니다. 마음을 쓰는 속 바탕이 깨끗해야 합니다. 마음을 쓰레기장으로 만들지 마십시오. 악한 생각, 부정적인 생각, 독기, 앙심, 복수, 시기와 질투, 교만과 이기심, 탐욕, 분노, 탐색과 같은 더러운 것들로 마음을 쓰레기 집하장으로 만들지 마십시오. 마음의 적폐들을 청소해내고 좋은 것들로 채우십시오. 성경에서 권고하는 것들, 정의, 공의, 화평, 평화, 화해, 사랑, 인애, 진실, 긍휼, 희생, 온유, 가난한 마음 등으로 채워야할 것입니다.

 

둘째는 말버릇입니다. 이것은 바깥으로 표현되는 것이기에 길들이기에 강력한 훈련이 필요할 겁니다. 시편을 읽어보면 애통하고 탄식하는 기도시가 많습니다.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상대방으로 고통을 당하기 때문에 드리는 기도입니다. 그들에게 그런 치명적 상처를 내는 대적자의 공격무기는 놀랍게도 “혀”입니다. 혀와 말은 치명적 무기(deadly weapon)라고 성경은 반복해서 말합니다. 한 치도 안 되는 혀가 온몸을 불사른다는 야고보 사도의 촌철살인을 기억해보십시오. 파괴하는 언어가 아니라 사람을 세워주는 언어, 낙심케 하는 말이 아니라 격려와 위로와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이어야 합니다. 적시적소에 던지는 말은 사람의 영혼을 상쾌하게 만듭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무엇으로 창조하셨는지를 기억하십시오. 말씀으로입니다. 그의 말씀은 “창조하는 말씀”(creative word)이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가장 잘 닮을 때는 말과 언어로 아름다운 세상을, 평화로운 인간관계망을 만들어 갈 때입니다. 이것이 “창조적 언어”(creative word)의 위력입니다.

 

셋째는 몸 버릇이라고 불러보겠습니다. 얼굴 표정에 환한 버릇이 들게 하십시오. 몸동작이 위협적이지 않거나 무례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인상을 쓰거나 찌푸린 얼굴보다는 상냥하고 친절한 표정의 미소 짓는 얼굴 말입니다. 얼굴과 손과 발과 몸동작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몸짓언어(Body Language)입니다. 의사전달이 잘되기 위해서 언어훈련이 필요하듯이, 몸가짐, 얼굴 표정, 손동작, 몸짓 등에 좋은 버릇이 들도록 해야 합니다.

 

버릇은 “습관”(habits)입니다. 습관은 훈련을 통해 들게 되어 있습니다. 좋은 습관들이기, 착한 버릇들이기를 통해 제 2의 본성(second nature)이 몸과 영혼에 배어나기를 기도해봅니다. “성령님이시여, 이 대림절에 오셔서, 우리를 도와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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