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정 떨어지는 밥상


 

 

방빼동에 정으로 그리는 밥상이란 식당이 있다. 점심시간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괜찮은 식당이다. 오늘 외부 손님 두 분이 와서 그리로 모셨다. 운 좋게 자리를 잡았다. 주문하러 여자 종업원이 왔다. “점심 정식 메뉴(13,000) 둘과 단품 메뉴인 낙지볶음(7,000) 하나입니다.”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정색하면서 종업원은 안 됩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모두 세 개의 정식메뉴를 시켜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기가 차고 어이가 없어서, “그럼 혼자 저쪽 자리에 앉아 단품메뉴를 시키면 안 되느냐?” 물으니 그것은 된다.”는 것이다. 다시 물었다. “그럼 두 사람은 정식으로, 한 사람은 단품으로 시키면 왜 안 되느냐?” 그러자 좌우간 안 되는 거에요!”하며 목청을 높인다. 기가차서 말문이 막혔다.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같이 갔던 분이 교수님, 그냥 지나치세요.”라고 말한다.

 

한바탕 할까 하다가 평생 한바탕 하지 못한 내가 그만 두기로 했다. 식사가 끝난 후에 카운터에서 39천원을 카드로 긁으면서 식당 주인장(이라 쓰고라고 읽는다!)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그러자 그 인간도 똑같은 대답을 한다. 대답이 아니라 무표정한 변명이다. “정식은 반찬이 리필이 됩니다.” 그게 무슨 뜻이더냐? 단품 식사를 시켜 놓고 정식시킨 사람들의 반찬을 먹는다는 뜻이었다. “, 이 인간아, 내가 내 반찬을 먹지 정식시킨 사람들의 반찬을 먹고 또 먹어 반찬을 또 달라고 한단 말이냐?” 기가 막혔다. “죄송합니다.”라는 말로 변명의 대답을 시작만 했어도 내가 이러지는 않을 텐데.

 

도무지 합리적이거나 상식적이지 못하면서 돈 버는 일에만 눈이 시뻘개지는 꼴을 보니 불쌍하기 그지없어 보였다. 장사가 잘된다고 거만스럽군. “이 사람아, 이제 상호명을 정으로 그린 밥상이 아니라 정떨어지는 밥상으로 바꾸는 것이 좋을 듯한데, 그대 생각은 어떤가?”

 

어쨌건 나는 낙지볶음을 먹고싶었다. 그러나 당신은 나로부터 낙지볶음을 빼았아 갔다. 이에 나는 이렇게 외친다. "낙지복음 삼창"을!

 

"나에게 낙지복음(Octopus Gospel)을 달라!"

"나에게 낙지복음(Octopus Gospel)을 달라!"

"나에게 낙지복음(Octopus Gospel)을 달라!" ” 

 

외국 같았으면 상상치도 못할 일이 버젓이 우리나라에선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일어난다.  소위 선진국에선 열명이 한 팀이 되어 들어와 서로 다른 메뉴를 각자의 취향에 따라 시켜도 누가 뭐라하지도 않지만 - 만일 뭐라고 한다면 그 식당은 (법적으로도) 문닫을 준비를 해야한다 -  나갈 때 열명이 각자의 음식 값을 내느라 길게 줄을 서도 식당 주인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친절하게 손님을 맞이한다. 오늘 내가 겪은 일은 그냥 지나쳐버릴 일은 아니다. 나는 내 의사에 반하여 5천원을 강제로 빼았긴 것이다. 이것이 날 강도짓이 아닌가?  이런 일들이 하루에도 얼마나 일어나는지 모르지만, 그렇게해서 돈을 버는 것이 정당한 일인가? 그건 아니다.  어떤 정으로 그리는 밥상인지는 잘몰라도,  적어도 오늘만은 밥맛 떨어진 밥상이었다. 정떨어지는 밥상이다.

 

오늘 밤 하루를 마감하는 기도에, 그 식당에 대해 뭐라고 기도해야할까? 지금 마음 같아서는 "그 식당 얼마후에 다시 보지 않게 해주세요" 라고 하고 싶지만, 내 기도빨이 정말로 실현되면 안될 것 같아, 마음을 바꿔 이렇게 기도하련다. "오늘 밤에 그 주인의 꿈에 염라대왕을 보내어 놀라 일어나 개심하게 해 주세요"라고.  그가 개심한다면 기적적인 대박일테지만.  


[아래는 네덜란드에서 흔히 볼수 있는 튜울립 농장입니다]


튜울립(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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