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텅 빔과 가득 채움”의 감동적 이야기

 

 

여호수아사사기-(((룻기))) 사무엘서열왕기서

 

구약의 역사서들은 언약 백성 이스라엘의 발자취를 담아낸 대하 이스라엘 신앙사입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 한 개인의 신앙역전을 다룬 자그마한 책이 끼어있습니다. 룻기입니다. 룻기는 사사기와 사무엘서 사이에 오롯이 끼어있습니다. 오케스트라에 비유하자면 거대 담론인 이스라엘 신앙 역사를 장엄하게 연주하다가 갑작스레 전체 연주가 멈추고 실내악 모드로 전환됩니다. 매우 서정적인 선율이 흐릅니다. 고요하고 적막한 음이 들려옵니다. 이렇게 룻기가 연주됩니다. 물론 룻기 연주가 마친 후에는 다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사무엘서와 열왕기서의 악보를 거친 숨소리를 내며 격렬하게 지휘봉을 휘두릅니다.

 

룻기는 4막으로 구성된 희곡(戲曲)과 같습니다. 장수로 따지자면 겨우 4장이고 절수로 따지자면 겨우 85절입니다. 히브리어 본문으로도 5장이 채 안됩니다. 이 정도 분량이라면 해설서 역시 길지 않으리라 생각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학자가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 김지찬 교수(총신대 신대원, 구약학)입니다. 아무리 퍼내고 퍼내도 다함이 없는 깊은 샘물과 같다는 것입니다. 일단 750쪽이라는 방대한 분량에서 압도됩니다. 읽지 않은 사람이라도 룻기에 관한 “모든 것”을 다 담고 있겠지 하고 추측할 것입니다. 내가 볼 때 아마도 그 추측이 과히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약간의 문제는 있습니다. 4장짜리 룻기를 750쪽으로 해설한다면 혹시 독자의 상상력을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웃픈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의 저자 김 박사는 20여년의 “룻기 들여다보기”를 통해 얻어진 숙성된 룻기 이해가 지금의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책의 앞부분에 설교자들 사이에 팽배한 잘못된 룻기 다루기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일침을 가한다. “설교자들은 주로 도덕 교훈이나 신학적 메시지만 찾아내려한다. 그들은 그저 도덕적 교훈이나 설교 자료를 찾으려는 마음으로 룻기를 읽는다. 룻기는 도덕적 교훈을 주려고 쓴 역사 보고서가 아니다!”

 

그렇다면 김 박사는 룻기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일까? 달리 말해 이 책 전체를 움직여가는 저자의 해석학적 시각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직접 자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룻기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드라마틱한 삶의 이야기를 가지고 인간 역사 안에 침투해 들어오는 하나님의 나라를 보여주기 위해 함축된 언어와 고도의 수사학적 전략과 인간의 오감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는 비유와 이미지로 가득 찬 계시의 말씀이다. 따라서 설교자는 먼저 시인이 되어야 한다. 룻기는 사사기와 사무엘서 사이에 끼어있는 진주로서,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상을 보는 비전으로 들여다보는 시인의 눈이 있어야 비로소 룻기가 선포하는 구속사를 이해할 수 있고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있는 것이다.”(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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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추천하기 위해 미 출간 원고를 받아들고 며칠 동안 꼼꼼히 읽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추천단평을 썼습니다.

 

“텅 빔과 채움(Emptiness & Fullness)의 룻기. 이 책은 룻기를 시험본문삼아 철저한 주해 작업이 메시지 구성을 위한 견고한 주춧돌이 되어야 할 것을 강력하게 증언하는 목소리며, 평생 교단과 강단의 접목에 애를 써온 저자의 학문성과 경건성이 화려하게 협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전시관이다. 한국어로 출판된 룻기에 관한 가장 방대한 해설을 담고 있는 책일 것이다. 높은 가독성과 감칠맛 나는 문학성, 저자의 심오한 신학적 해설과 친절한 안내는 읽는 내내 즐거움을 더한다. 히브리문학의 백미인 룻기를 제대로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류호준 교수|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구약학

 

 

김지찬『룻기,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 본문에서 설교까지』(생명의 말씀사, 2018). 750쪽. 43,000원

 

추신: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 있다. 아래로 찾아가보시라.

http://rbc2000.pe.kr/index.php?mid=guest&page=4&document_srl=58540

 

김지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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